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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성읍민속마을' 세금으로 운영되는 말뼈 판매장?



제주에는 '성읍민속마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제주 초가와 똥돼지 우리 등이 보존되어 있어, 제주 민속촌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여행지 중의 한 곳입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성읍민속마을이지만, 막상 가보면 무엇인가 사기를 당하고 온 느낌을 받는 여행객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드릴테니, 나중에라도 이곳에 가셔도 속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주 성읍민속마을 도로변에 있는 무료 입간판들. 출처: ttearth.com


성읍민속마을에 가면 입구부터 '구경하는 집', '초가집 관람','무료 주차장' 등의 팻말이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주차장이 무료에 초가집 구경도 공짜라니 차를 주차하고 갑니다.

초가집 입구에 가면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셔서 친절하게 제주의 전통문화와 초가집에 대해 잘 설명해줍니다. 설명이 끝나면 더우면 더운 데로 추우면 춥다고 오미자차와 같은 차를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합니다.

차 한 잔 얻어 마시려고 자리를 옮기는 순간, 갑자기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말뼈 진액'이나 '마환'(말뼈로 만든 환) 광고판과 상품들이 등장합니다.

▲제주 성읍민속마을에서 팔고 있는 건강식품, 출처:네이버블로그 ozzy


말 태반 추출액으로 만든 건강식품과 오미자, 말 뼈로 만든 각종 영양제(?)등이 진열된 곳에 선 아주머니는 언론에도 소개됐다며, 제품의 성능에 대해 입술이 마르도록 설명합니다.

오미자차도 얻어 마셨으니 하나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보통 오미자는 3만 원, 말뼈 진액이나 말뼈 환 같은 건강식품은 최소 3만 원에서 많게는 30만 원까지도 합니다.

만약 안 사면 어떻게 될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도를 좋아해서 지금까지 여러 번 여행을 간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난 7월 21일 성읍민속마을에 갔을 때 일입니다. 그곳 주민이라는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 부부를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을 해주는데 사진 한 장 못 찍게 무척 서두르시더군요. 나중에 시간 다 준다면서요. 물론 설명은 아주 잘 하셨습니다.

그런데 거의 마을을 다 둘러봤을 즈음 어느 건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거기에는 꿀에 절인 오미자와 조랑말의 골수?로 만들었다는 약이 있었습니다. 오미자는 1병에 3만5천원, 조랑말의 골수인가로 만들었다는 약은 한 상자에 30만원인데 만약 그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절반을 15만원에 팔 것이고, 그걸 사가면 오미자는 덤으로 준다고 합니다.

제가 몸이 좋지 않아 이미 약을 먹고 있고 아무 거나 먹을 수가 없으니 안 사겠다고 하자..그때까지 친절하게 설명하던 아주머니가 정말로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지더군요. 차라리 입장료를 받던가, 설명하는 안내 요금을 받던가 하지..그게 뭡니까.

묵고 있는 콘도로 돌아와보니 토산품 파는 곳에 비슷한 오미자 상품이 있는데 1만원밖에 안 했습니다. 제주도를 좋아하고 자주 여행가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불쾌하고 화가 났습니다. 이런 식으로 여행자한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시정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갈 때는 이런 일 없도록 조치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제주시 관광불편 신고 센터에 올라온 글>


그렇습니다. 안 사면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여 친절하던 아주머니들이 눈에서 레이저를 쏘아 댑니다.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제품을 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여행사 가이드와 함께 가면 가이드들이 옆에서 이 아주머니들과 함께 각종 효능에 대한 설명을 어찌나 신뢰있고 재밌게 하는지 안 사고는 못 배깁니다.

▲제주 성읍민속마을에서 팔고 있는 건강식품, 출처:네이버블로그 sanmoorg


여기에 국가에서 지정한 '성읍민속마을'인데 설마 가짜를 팔겠느냐는 믿음까지 더불어, 보통 적게는 3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어치 건강식품을 사게 됩니다.

말뼈와 오미자차가 건강에 해로운 식품이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단순한 건강식품을 강매하는 방식이나, 굳이 고가의 상품을 국가에서 지정한 '성읍민속마을'이라는 문화 유적지에서 판매하느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성읍민속마을'을 국가지정 문화유산으로 개발 제한이 되어 있는 반면에 초가지붕 교체와 도로, 마을 운영 등에 국가의 세금이 투입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런 곳이 건강식품 판매장으로 둔갑하여 있습니다.

서귀포시는 2013년에 성읍민속마을 업소 10곳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과대광고와 강매, 제품 불만 등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성읍민속마을 홈페이지 캡처, 현재는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성읍민속마을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홈페이지가 열리지도 않거니와, 홍보도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처음에 제주도가 2천만 원을 들여 홈페이지를 만든 이유가 관광객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였지만, 현재는 그냥 세금 2천만 원만 날린 꼴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일들이 공무원의 안일한 관리 소홀로 유명무실해졌다는 사실은, 분명 감사와 징계를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제주 성읍민속마을에 있는 600년된 팽나무가 태풍에 부러진 모습. 출처:연합뉴스


성읍민속마을에는 각종 문화 유적이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알리느냐는 제주도의 정책과 의지, 공무원의 근무 태도에 달려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성읍민속마을에서 건강식품을 파는 행위 자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감독하고, 관리한다면 제주의 문화와 전통을 보기 위해 성읍민속마을을 찾은 관광객이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갈 수 있습니다.

국가지정 '성읍민속마을'이 무슨 다단계 판매장이나 싸구려 저가 여행사의 강매 현장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을 제주도가 계속 방치하는 한, '민속마을'은 '사기마을'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