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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병사들 깔깔이는 없어도,장군위한 골프장은 무조건?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군대에서 방한내피, 일명 '깔깔이'는 겨울철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동계용품입니다. 봄,가을. 겨울에 똑같이 사용하는 야전상의 하나 가지고는 특히나 추운 겨울 날씨를 이겨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겨울밤에 근무를 서려면 내복에 츄리닝에 깔깔이에 야전상의를 입어도 춥습니다. 전투화에 양말을 두켤레 신고 나가도 얼굴과 귀, 발은 근무 시간 내내 짜증이 날 정도로 추워 발을 동동 구르게 합니다.

근무 설 때만 깔깔이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난방 온도를 최소한으로 정해놓고 사는 부대 막사에서 깔깔이는 아주 훌륭한 잠옷이자, 화장실 외출복이 되기도 하고 병사들 상호간의 서열을 나타내는 아주 중요한 패션이기도 했습니다. (사진 속처럼 체육복 위에 깔깔이를 입을 수 있는 사람은 '말년 병장'이나 최고참만 가능)

신형과 구형 깔깔이 비교, 새로 보급되는 신형군복,방한복,깔깔이 출처:국방부


이렇게 일반 병사들에게 아주 없어서는 안 될 깔깔이를 국방장관은 작년에 은나노 공법으로 만들어 스스로 전기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해 스스로 열을 내는 발열 방한복, 미군의 고어텍스 방한복보다 마찰음도 적은 최첨단 깔깔이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저는 새로 나온 깔깔이를 보면서 '야 저 정도면 하나 구입해서 나도 입고 싶다'라는 생각마저 했습니다. 그러나 신형 깔깔이는커녕 혹독한 겨울철에 필수 동계용품인 깔깔이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다는 뉴스가 12월에 나왔습니다.

국방부와  방위 사업청에 따르면 올 12월말 (2011년)까지 장병들에게 보급 될 예정이었던 신형 야전 상의 방한 내피 19만 매 가운데 3만 1천 매가 미납된 상태다. 군은 5개 업체와 수의 계약을 맺고 내년 6월까지 신형 내피 30만 매를 보급하기로 했는데, 이 중 업체 3곳이 계약을 어겨 1곳은 계약 해지, 2곳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군 관계자는 "미납된 물량은 다음달 20일까지 보급이 완료된다"면서 "우선 전역자의 구형 내피를 반납받아 미지급 병사에게 지급하고 부족한 물량은 야전상의 바깥에 입는 방한복 내피를 떼어 임시 지급했다"고 말했다.

12월 말부터 1월 중순까지는 군대에서 가장 추운 시기 중의 하나입니다. (솔직히 군대에서는 10월 말부터 다 춥지만) 그런 상황에서 전역자가 얼마나 있다고 구형 내피를 뜯어 깔깔이가 없는 병사에게 준다고, 그것도 대책이라고 내놓는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국방부가 2012년 군 복지예산을 증액한다고 합니다.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방부가 밝히 2012년 복지시설 확보 사업을 살펴보겠습니다.

 


2012년 체육시설 예산은 총 260억5700만원인데 그중에 230억이 항목은 체력단련장, 속내는 '골프장' 관련 신축이나 증설, 시설 투자에 들어갑니다.

육군 구룡 골프장과 해군 평택 골프장을 9홀에서 18홀로 확장하는 공사에는 205억과 102억이 편성됐고, 공군 오산 골프장을 새로 만든다고 332억원을 투입합니다. (2012년 예산은 1년 예산/총사업비는 매년 집행 예산 합계)

알다시피 군대에서 일반 사병들이 골프장이나 골프 연습장을 갈 일은 전혀 없습니다. 골프 선수 출신이 장군 당번병으로 뽑혀서 장군을 가르쳐주거나 골프장 근무병으로 선발되지 않는 한....

그렇다면 도대체 수백억 원의 국방 예산을 들여 만든 골프장은 누가 이용할까요?

골프장 도우미9만원 별도

군대는 계급입니다. 그래서 계급이 어느 정도 속칭 별은 달아야 골프를 칠 수 있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최소 중령 이상급은 되어야만 필드에 나갈 수 있는데, 그마저도 보직이 좋은 군인이나 군 골프장에 갈 수 있습니다.

전방 수색대대 대대장이 골프치러 평일에 계룡대나 국방부까지 나갈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하사나 중사가 장군들이 골프치는데 가서 골프 칠 수 있겠습니까? 이러다 보니 현역 장군이나 예비역 장군들, 아니면 대부분 장군 사모님들이 골프장을 이용합니다.

육군 골프장 이용 요금을 보면 알겠지만, 민간 골프장보다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여기에 지역 시민에게 할인혜택을 준다고 지역 시민이 올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할인혜택을 받으려면 3개월 이내 주민등록등본을 내야 하는 등 요구 서류가 많습니다. 이렇게 까다롭게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장군님들이 조용하게 골프를 치기 위해서입니다.

국방부 예산은 대한민국의 국방을 위해 사용돼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방은 누가 맡아서 합니까? 꽃다운 나이에 억지로 군대에 갈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이 몸을 바쳐 막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늘 혜택보다 부족함이 존재하고, 사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식자재로 요리된 음식은 물론이고 다친 상황에서 돈이 없다고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도 청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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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체력단련을 위해 축구공 하나 살려고 해도 무작정 살 수 없습니다. 보고서와 예산안을 작성해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여기에 공 몇 개 부대장이 주면 '부대장님 최고'라며 그토록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전 부대에 축구공을 수십 개씩 보내줘도 될 돈을 '체력단련장 시설 확충'이라는 명목으로 수백억 원씩 골프장 건설에 사용합니다.


대한민국 군인은 서럽습니다. 추운 날씨에 눈이라도 오면 삽질로 연병장 눈을 모두 치워야 하고, 보초서면서 너무 추워 필요한 사제 핫팩이나 귀마개를 어떻게든 구입해서 자기 스스로 몸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것도 눈치보면서)

매번 국방예산이 부족하다고 난리를 칩니다. 그러나 실제로 추운 겨울에 보초를 서야 할 사병들의 깔깔이는 없어도, 군 골프장은 "영내 비상대기 근무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 라는 (영내 비상대기에 골프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장군이외에는 없겠죠?) 어이없는 이유로 강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혹한기 훈련이 시작되면 추운 겨울날 야전에서 컵라면 하나 먹으면서도 기뻐하는 군인들이 생길 것입니다. 겨우 컵라면,깔깔이,축구공 하나 주면서 생색내지 말고, 제발 동상 안 걸리고,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골프장 예산 전액을 '사병 동계 복지'에 사용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