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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야기

제주에서는 바다도 매매할 수 있다?

 

 

지난 2월 모 사이트에 부동산 광고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해안도로에 접한 토지로 평당 2백만 원에 총 24억9천만 원짜리 땅이었습니다. 해안도로에 길게 접해있으니 경관이 좋아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 용도로 추천한다는 광고멘트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KBS제주 '시사파일' 취재에 따르면[각주:1] 이 토지는 바다가 있는 공유수면을 매립한 땅이었습니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바다가 되는 곳,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이 얼었을 때 흙을 뿌려 땅이라고 속여 팔았다는 얘기가 떠오르는 곳입니다.

 

 

 

제주 해안가 인근에는 '공유수면'이 많습니다. '공유수면'은 바다, 바닷가, 하천 등 그밖에 공공용으로 사용되는 수면 또는 수류로서 국가 소유입니다. 공유수면은 공공의 재산으로 함부로 매립해서 토지로 이용하거나 매매를 하면 안 됩니다.

 

'포락지'라는 말도 있습니다. 지적도에 등록된 토지가 물에 잠긴 토지를 말하며, 바다에 속한 포락지와 내륙 포락지는 공유수면에 해당됩니다. 포락지는 공유수면 점용 내지는 사용허가 대상이며 공유수면 매립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각주:2]

 

공유수면, 포락지는 수산물양식장이나 조선시설, 조력 발전 등 이외에는 함부로 매입하여 판매하거나 매매하면 안 됩니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행정이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 소유권이 개인으로 넘어가거나 공유수면을 매립해 매매를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을 매립한다고 토지나 개인 소유가 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공유수면은 소위 자연공물로서 그 자체가 직접 공공의 사용에 제공되는 것이고, 공유수면의 일부가 사실상 매립되었다 하더라도 국가가 공유수면으로서의 공용폐지를 하지 않는 이상 법률상으로는 여전히 공유수면으로서의 성질을 보유하고 있다”며 매립이 됐다고 해도 여전히 공유수면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각주:3]

 

대법원 판례를 보면 "행정재산은 공용폐지가 되지 않는 한 사법상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관계당국이 이를 모르고 행정재산을 매각했다 하더라도 그 매매는 당연무효”라고 판결하기도 했습니다.[각주:4]

 

만약 바닷물이 들어오는 공유수면을 매립한 포락지를 돈을 주고 샀더라도 매매는 무효이며, 소유권을 잃고 국가에 귀속될 수 있습니다.[각주:5]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경관이 좋거나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 카페를 하기 좋은 해안가 도로는 엄청난 가격으로 매매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땅이 없으니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을 매립하여 토지로 팔거나 구입하는 일도 발생합니다.

 

제주도의 행정이 부실함이 가장 큰 책임입니다. 또한, 공공의 재산인 공유수면을 마치 개인의 재산처럼 인식해 큰 돈을 벌겠다는 개인의 어긋난 욕심도 문제입니다.

 

해안가 전망이 좋다고 무분별하게 매립하고 개발을 하는 행위는 환경뿐만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들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전망이 좋은 해안가 토지가 나왔다고 무조건 구매하는 어리석은 일은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1. 시사파일 제주. 2015년7월8일. http://jeju.kbs.co.kr/tv/file/totalview/vod/index.html?searchStatus=0&articleIndex=0&vosample=stand¤tUrl=http://jeju.kbs.co.kr/tv/file/totalview/vod/index.html [본문으로]
  2. 공유수면업무 길라잡이. 해양수산부. 2013년 8월 file:///C:/Users/LG/Downloads/2013_%EA%B3%B5%EC%9C%A0%EC%88%98%EB%A9%B4%EC%97%85%EB%AC%B4%EA%B8%B8%EB%9D%BC%EC%9E%A1%EC%9D%B4%20(1).pdf [본문으로]
  3. “공유수면, 공용폐지 되지 않는 한 시효취득 대상 안 돼”미디어제주., 2015년 6월 11일 http://www.medi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173966 [본문으로]
  4. 대법원, 1996.5.28, 95다52383 [본문으로]
  5. 내 땅이 ‘포락지’라면? 소유권 잃을 수도.제주의소리 2015년 06월 26일 http://m.jejusori.net/?mod=news&act=articleView&idxno=163842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