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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무현의 쌍꺼풀 수술과 박근혜 전용 헬스기구

 

 

11월 6일 또다시 청와대의 헬스기구 구입과 전직 연예인 트레이너 출신의 윤전추 행정관 문제가 국회에서 불거졌습니다.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은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청와대 헬스기구 구입 목록 등을 질의했습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최민희 의원의 질의에 '국가안보에 직결되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최민희 의원은 '조달청에서 받은 자료가 1급 대외비인가?' 계속 물었고, 김기춘 비서실장은 '어느 정부에서도 청와대에서 구입한 식재료와 운동기구 등의 구입목록을 밝힌 바 없다'면서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최민희 의원이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질의하기 전,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최민희 의원에게 다가왔습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최민희 의원에게 청와대의 대통령 전용 헬스기구 구입 등의 질문을 하지 말라고 요청했습니다.

 

11월 5일에는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대표가 최민희 의원에게 와서는 헬스기구 구입 관련 보도자료를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윤전추 행정관과 청와대 헬스기구 구입이 무슨 큰일이라고 이토록 쉬쉬하고 겁을 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방송과 인터넷만 봐도 나오는 윤전추 행정관의 경력과 인적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으면, 대한민국 최고의 머리에 있는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듭니다.

 

연예인과 CEO의 몸매관리를 하던 경력자를 연봉 9,300만원까지 주면서 청와대 3급 행정관으로 채용해 민원처리를 한다고 하면 국가적인 낭비와 인력관리의 허점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청와대 본관은 청와대 출입기자나 청와대 직원도 함부로 갈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비치된 헬스기구를 청와대 직원과 청와대 출입기자가 사용한다고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답변했습니다. 대통령이 있는 본관에 직원이나 기자가 운동하러 수시로 다닐 수 있다는 얘기가 오히려 더 대통령 경호에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입니다.

 

도대체 자신들이 무슨 얘기들을 하는지, 상식과 논리적으로 얼마나 앞뒤가 맞지 않는지 알기는 할까요?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 발표한 대통령의 쌍꺼풀 수술'

 

2005년 2월 13일 청와대 김종민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눈꺼풀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눈꺼풀이 처지는 '상안검 이완증'으로 시야가 가려져 눈을 힘들게 뜨거나 고개를 들어 앞을 봐야 하는 불편함을 호소, '눈꺼풀'을 수술을 받았습니다.

 

 

'안검하수증'라고 불리는 질병은 근육 약화나 동안신경의 손상으로 눈꺼풀이 자꾸 처져 눈꺼풀을 절개하면 일정 부분 해소됩니다. 그런데 이 수술을 받으면 눈꺼풀이 절개하면서 쌍꺼풀이 생겨 일명 '쌍꺼풀 수술'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아이엠피터도 어릴 적 이와 비슷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속눈썹이 자꾸 눈동자를 찔러 눈꺼풀을 위로 올리는 수술을 했습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쌍꺼풀을 해줄까했지만 당시 어린 나이에 쌍꺼풀은 여자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안쪽으로만 올렸습니다. (그때 했으면 지금보다 눈이 훨씬 커졌을 수도 있었겠죠)

 

 

노무현 대통령이 일명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발표되자, 대통령을 향해 세금으로 쌍꺼풀 수술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아이엠피터는 당시 안검하수증과 비슷한 수술을 했을 때 딱 3만 원 냈습니다. 왜냐하면, 보험이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들어가면 안검하수증이 시야장애를 동반하는 경우는 보험급여가 적용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안검하수증에서 발달된 것이 '안검하수 교정' 또는 '처진 눈매 수술'이라고 성형안과에서 미용으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대략 100만원 선이라고 합니다.[각주:1]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어떤 일을 했는지 모두 감추고 있는 데 비해, 참여정부 시절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눈꺼풀 수술'을 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이 차이가 있습니다.

 

' 안보를 위협했던 대통령의 쌍꺼풀 수술?'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쌍꺼풀 수술을 했다고 발표하고 1년이 지난 2006년, 중앙일보 이영종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노무현 대통령의 쌍꺼풀 수술 때문에 한미동맹에 위기가 올 뻔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옵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 때문에 긴급하게 노무현 대통령과 통화를 하기 원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쌍꺼풀 수술을 받느라고 전화를 받지 못해 위기가 생겼다는 내용의 글이 나오자, 청와대는 즉각 해명에 나섰습니다.

 

이종영 기자의 당시 글을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내용 중에 몇 가지는 오류가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모처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했는데, 연합뉴스를[각주:2] 보면 청와대 의무실에서 서울대병원의료진의 시술로 '눈꺼풀' 수술을 받았다고 이미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이 사소한 국소마취 수술을 해도 의료진과 일정 조정은 불가피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회복 기간을 고려해 설 연후를 앞두고 수술을 받았고 이미 사전에 일정 조율을 다 해놓은 상태였습니다. 아무리 미국 대통령이라도 무조건 한국 대통령 바꾸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사전 조율을 해서 수술 다음날 통화를 했다고 합니다.

 

이영종 기자가 취재원을 통해 들었던 얘기를 가지고 쓰고 싶었던 글은 국가 간에 사소한 일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각주:3]

 

 

맞습니다. 대통령에 관한 정보가 숨겨지면 사소한 오해가 생길 수 있고, 그것을 잘 풀면 그냥 해프닝으로 끝납니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건강을 위해 연예인 전문 트레이너를 채용하고 헬스기구를 구입하는 일이 하면 안 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족 없는 대통령이기에 건강을 청와대가 신경을 써줘야 합니다.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이유는 별거 아닌 일을 굳이 '국가안보','대외비'라는 거창한 명목으로 자꾸 숨기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소마취를 하는 수술도 공개했는데 헬스기구와 트레이너 채용을 숨길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네이버에 '대통령의 요즘 생각'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했습니다.[각주:4] 노무현 대통령이 블로그를 개설한 이유는 언론이 아닌 직접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국민과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았던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해 박근혜 대통령은 항상 대변인이 대독하거나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오는 일방적인 담화문 이외에는 없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의 시대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으로 살려고 합니다. 매번 혼자만 보는 수첩에 적지 말고 블로그라도 개설해서 여기에 적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니면 선물 이야기나 공식적인 어투로 페이스북을 운영하지 말고,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청와대는 구중궁궐이 아닙니다. 청와대를 조선시대 궁녀들의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만드는 사람은 국민이 아닌 그들 스스로입니다.

 

  1. 2010년 이전 비용, 2014년 요새는 200만 원이 넘는다고 함, [본문으로]
  2. 노무현 대통령 '쌍거풀 수술 받아' http://legacy.www.hani.co.kr/section-003000000/2005/02/003000000200502131158265.html [본문으로]
  3. 일요신문 '노무현 대통령 쌍꺼풀 해프닝'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22321 [본문으로]
  4. 현재 당시 개설된 블로그는 명의자가 바뀌었는지 작성된 글도 없으며 디자인도 초기화면으로 됐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