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김부선 폭행' 진짜 난방비 비리 때문이었는가?


영화배우 김부선 씨와 아파트 주민 간의 폭행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김부선 씨는 지난 9월 12일 오후 9시 30분쯤 성동구의 아파트 반상회에서 주민과 시비가 붙어 주민 A 씨를 폭행한 혐의로 신고됐습니다.

김부선 씨가 주민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신고되자, 연예계 뉴스들은 그녀의 과거 전력을 들먹이며 그녀의 폭행 사건을 돌출행동이라며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초기에는 연예인이 주민과 시비가 붙은 단순 폭행 사건으로 보이던 이 사건이 김부선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을 통해 다시 재조명되기 시작했습니다.



김부선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폭행은 2년째 아파트 난방비의 비리를 파헤치며 대립했던 A 씨와 말다툼 끝에 벌어진 사건이며, 자신이 아니라 전 부녀회장이 먼저 폭언과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9월 12일 김부선 씨는 '행복한 옥수하이츠를 만들기 위해 당면 과제를 함께 토론합시다'라며 '주민대토론회 행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날 김부선 씨는 '난방비 비리'를 언급하려 했고, 해당 사람들 일부가 회의장에 난입, 폭언과 폭행을 먼저 행사하며 사건이 벌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초기에는 단순히 연예인의 폭행 사건으로 알았던 일이 진짜 난방비 비리 때문이었는지 알아봤습니다.

' 과연 난방비 비리는 있었는가?'

영화배우 김부선 씨의 폭행 사건이 그녀의 말처럼 단순 폭행이 아닌 아파트 난방비 비리 때문이라고 한다면 사건 자체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의 주장처럼 진짜 난방비 비리가 있었는지 알아봤습니다.


2013년 서울시 행정사무감사 처리결과 보고서를 보면 영화배우 김부선 씨의 폭행 사건이 벌어졌던 성동구 중앙하이츠 아파트 난방비에 대한 문제가 나옵니다.

성동구 중앙하이츠아파트 일부 입주자에게 지난 몇 년 동안 난방비가 전혀 부과되지 않은 일이 있었는지를 조사한 결과, 세대 난방량이 0으로 나온 건수가 300건이나 됐습니다. (총 14,472건)

난방비 9만 원 이하 건수도 2,398건으로 나오자, 서울시 공동주택과는 성동구청에 난방 부당 사용자에 대한 처리 결과 및 관리사무소장 업무소홀을 조치하도록 요청합니다.


공문서와 김부선 씨가 올린 페이스북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배우 김부선 씨의 주장처럼 분명 난방비 문제가 있었으며, 9월 12일 폭행 사건은 난방비와 관련한 토론회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공무원 때문에 연예계를 떠나겠다?'

김부선 씨는 폭행 사건 이후, 난방비에 대한 문제점을 공론화시켰던 이유가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인사들조차 수 년 동안 난방비를 내지 않고 사는 비리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김부선 씨는 지난 5월에는 연예계를 떠나겠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김부선 씨는 “저 연예계 떠납니다. 관리소장과 동 대표들 성동구청 주택과 담당 공무원들 거짓말 때문에 30년 몸담은 연예계 미련 없이 떠납니다” 라는 글을 통해 연예계를 떠나는 이유가 아파트 관리소장과 성동구청 공무원들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연예계 은퇴가 배우라는 직업이 아닌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와 공무원 때문이라는 그녀의 말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서울시는 2013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성동구청에 2014년 3월에 '옥수동 중앙하이츠 아파트 난방비 부과와 관리소장의 업무 소홀 여부에 대한 조사결과 및 조치내역'을 제출하라고 요청합니다.

성동구청은 서울시 공동주택과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서울시는 4월 14일 재차 조치결과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다시 보냅니다.

김부선 씨가 연예계를 떠나겠다는 글을 쓴 시기를 보면, 조사결과 난방비의 문제와 관리소장의 업무소홀이 드러났지만 개선되지 않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 옳지 않은 것을 보고도 눈을 감지 않았던 엄마'

몇 년간 김부선 씨를 힘들게 했던 옥수동 중앙하이츠 아파트 난방비 사태는 해결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았습니다.


성동구청은 2014년 6월 공문을 통해 겨울철 기간 27개 월 동안 난방비가 0인 세대와 난방사용량이 아주 적은 세대 중 객관적인 사유가 없는 세대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부선 씨의 기나긴 싸움에 드디어 공공기관이 나서게 된 것입니다. 김부선 씨는 이 결과를 토대로 난방비 문제 등의 안건을 가지고 '주민 토론회'를 했고, 이 과정에서 수사를 받게 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폭언과 폭행이 이루어졌습니다.

김부선 씨는 폭행 사건에 대해 “2년간 아파트 비리 혼자 다 밝히고 전 부녀회장에게 매 맞고 자칫 폭력범으로 몰려 피박쓰고 신문나게 생겼다”며 “내 팔자야.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미소(딸)에게 좀 미안하고 창피하네요. 난방 비리 잡아냈다고 엄마 대단하다고 자랑스럽다고 한 게 어제였는데 졸지에 폭력범으로 변신했네요”라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김부선 씨의 딸이 오히려 그녀를 더 응원할 것이라 믿습니다. 과정에서 문제가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의 진실과 노력,그리고 진짜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많은 사람이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정의를 말하지만, 정의는 별것이 아닙니다. 내 주변에 있는 비리나 옳지 않은 일에 눈감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그 행위 자체가 바로 정의입니다.


'정의(正義)를 정의(定義) 한다면 인간 사회를 밝히는 빛'이라고 합니다.

영화배우 김부선 씨가 연예인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노력했다는 사실을 보면, 그녀가 보여준 빛은 작지만 참으로 따뜻하고 소중하다고 느낍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 최대의 비극은 언제나 침묵하고 외면하는 우리들 스스로에 있지 않는가라고 생각해봅니다. 누구에게는 드세고 거친 여자로 보였겠지만, 그녀의 목소리 때문에'난방비 비리'가 해결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용기 있는 그녀가 앞으로도 딸 미소에게 언제나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