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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서울 택시 기본요금 인상' 이것 해결 전에는 안돼!




박원순 서울시장은 택시 업계와 가진 토론회에서 유류비 상승과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서울 택시 기본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 택시 요금은 서울시의 용역결과에 따라 인상될 전망입니다.

택시 요금 관련 용역 결과와 서울시 의회, 물가대책 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친다면 빠르면 8월, 늦어도 9월이면 택시요금이 오를 전망입니다. 만약 요금이 오른다면 현재 택시 기본요금 2,400원에서 택시업계가 주장하는 3,200원과 조율해서 대략 2,800원~3,000원으로 오를 듯합니다.

서울시민에게 택시는 불가피하게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교통수단입니다. 늦은 밤이나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경우나 급한 경우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서울 택시 기본요금 인상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물가도 오르는데 택시 요금까지 오르면 그 부담감은 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서울 시민들이 택시 기본요금 인상에 거부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택시들의 불친절 때문입니다. 택시의 승차거부와 불친절한 서비스는 언제나 택시 요금 인상과 함께 정부가 개선책으로 내걸었지만, 그동안 거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서울 택시 기본요금 인상보다 더 시급한 택시 서비스에 관한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여전히 증가하는 승차거부와 불친절'

2012년 6월말까지 서울시 교통민원 신고현황을 보면 택시가 73.5%, 버스가 23.1% (전화 접수)으로 집계됐습니다. 버스와 택시의 운송부담률을 따져도 택시에 대한 서울시민의 불만족이 서너 배는 높다는 증거입니다.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택시민원신고는 5,3배가 증가했습니다. 서울시민이 서울 택시에 대한 교통민원 신고는 항상 비슷합니다. 승차거부와 불친절입니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난폭운전과 욕설은 줄어들었지만, 승차거부와 불친절, 부당요금 징수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9년 승차거부 민원이 13,335건이었는데, 2012년 6월말에도 7,591건으로 줄어들기는커녕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주부 A(35) 씨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모 백화점에 가기 위해 5세 아들과 함께 택시를 탔다. 평소 같으면 지하철을 이용하겠지만 비가 온 데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아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택시를 잡았다. 하지만 잠시 후 택시가 A 씨를 내려준 곳은 백화점에서 한참 떨어진 인근 놀이공원 앞이었다. 요금도 평소보다 훨씬 많은 8400원이 나왔다. 행선지가 잘못됐다고 항의하자 기사는 “백화점 앞은 차가 밀려 갈 수 없으니 여기서 내려 걸어가라”고 오히려 윽박질렀다."

"직장인 B(27) 씨는 오후 11시쯤 회사 근처에서 부서 회식을 마치고 택시를 잡으려 했다. 택시 수십 대가 지나갔지만 행선지가 일산이라고 하자 대부분 승차를 거부했고 일부는 1만∼2만 원의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 1시간이 넘도록 택시를 잡지 못한 B 씨는 화가 나고 서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조금이라도 편하기 위해 택시를 탔지만 오히려 불친절에 마음 상하고, 택시 잡느라고 오히려 시간만 지체되면서 속은 터지는 일은 택시 이용자라면 누구나 늘 당하는 사례이며, 이런 택시에 대한 불만족은 늘어만 가지 줄어들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 택시 요금만 오르면 서비스가 개선된다고?'

택시를 타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승차거부와 불친절을 막을 방법은 택시 요금 인상과 구조적인 문제 개선이라고 택시업계와 서울시는 주장하고 있지만, '아이엠피터'는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2009년 서울 택시 기본요금은 1,900원에서 2,400원으로 올랐습니다. 그런데 2009년 13,335건이었던 승차거부가 2010년에는 15,165건으로 증가했습니다. 불친절은 2009년 7,958건이었고 2010년 10,581건이었습니다.

2009년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오르면서 택시업계와 정부는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교통불만은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2013년 택시 기본요금이 오르면 서비스가 개선된다고 주장하는 택시 업계와 정부의 주장을 '아이엠피터'는 별로 믿지 못합니다.

▲택시사업 여건 악화에 대한 도표, 출처:서울시 택시서비스 향상 방안, (안기정/서울시정개발연구원)


택시업계에서는 '택시 기본법' 등을 통해 수요가 감소하는 택시사업 영업 악화를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법인 택시 운전기사들은 요금이 인상돼도, 정부가 택시 업계를 도와줘도 결국 택시 회사 사장들의 배만 부르게 한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 택시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는 단순히 택시요금을 인상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 뻔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 택시의 기본요금을 인상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움직임은 다시 한번 재고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 택시 요금 카드 결제, 혜택보다 거부가 더 많아'

요새 서울 택시 대부분은 카드 결제가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카드로 대부분 결제하는 시대에 택시도 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당연한 추세입니다. 그런데 막상 카드로 택시 요금을 결제하려면 소액이라는 이유만으로 늘 잡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상에서는 택시 기사들이 카드 결제를 거부하면 대처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나오기도 합니다.

▲tvN 롤러코스터의 택시 요금 관련 장면. 출처:tvN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으며, 또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카드 단말기가 고장났다며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운전기사에 대한 대처법입니다. 일부에서는 법적으로 기계가 고장이면 요금을 안 내도 된다고 하지만 이것은 잘못 알려진 내용입니다.

만약 카드 단말기가 고장 났다고 주장하는 택시 기사가 있다면 카드 단말기 회사에 전화를 해서 택시 번호와 단말기 번호 등을 알려줘 해결 방법을 찾고, 만약 그것이 안 될 경우 일단 카드 단말기 회사에서 택시 기사에게 승객을 하차하도록 한 뒤, 나중에 요금을 고객에게 입금받거나 대신 내주기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복잡한 방법에서 택시 기사의 무서운 눈초리와 귀찮아하는 태도를 감내할 간 큰 승객은 없습니다. 특히 여성 고객은 빨리,빨리를 외치며 '이런 돈 받으려고 내가 시간을 허비해야 하느냐'는 택시 운전기사가 고압적인 태도에 무서워 현금을 내거나 현금이 없을 경우 편의점 등에서 현금을 뽑아, 내기도 합니다.

▲서울시가 선보인 카드결제택시 안심귀가서비스 내용. 출처: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카드결제택시를 탄 여성에 대한 안심귀가서비스가 서울 택시 72,359대 중 6만9천대에 적용된다고 서울시는 홍보하고 있지만, 관련 내용도 잘 모르는 여성이 태반입니다.

여기에 서울시는 카드 결제 수수료를 2.1%에서 1.9%로 6천원 이하의 결제 수수료와 단말기 통신료(월 5,000원)도 서울시가 부담하고 있지만, 기본요금이 나온 상황에서 카드를 내밀면 운전기사는 짜증을 승객은 괜히 죄인처럼 느껴지는 현상은 여전합니다.

좋은 제도, 정부의 혜택이 많아져도 여전히 서울시 택시 카드결제 관련 민원이 매년 10%이상 늘어난다는 점은 근본적으로 정부 정책이나 혜택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요금이 싸니 불친절, 강력한 행정처벌도 병행해야'

택시 기사들은 요금이 싸니 승차거부를 해서 수익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현재 택시가 너무 많아 영업이 어렵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의 원인 중의 하나는 택시 기사들과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있습니다.

현재 서울 택시가 카드 결제를 거부했을 경우 개인은 30만원 법인은 60만원의 과태료를 냅니다. 승차거부,도중하자,부당요금 및 합승행위는 20만원의 과태료를 내는데, 이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약한 처벌입니다.


일본은 승차거부를 하다가 적발되면 1차는 30일, 2차는 90일 운행정지 처분을 받습니다. 일본 개인택시의 평균 수입이 100만엔 가량이라면 대략 한국돈으로 1천만원의 손해를 보게 됩니다.

영국은 승차거부,부당요금,합승행위 과태료가 1,000파운드로 약 180만원으로 서울보다 9배나 높은 벌금이 부과됩니다. 

택시 법규위반에 대한 행정처분이 강력하다 보니 일본의 택시들은 대부분 불법 주정차에 대한 위반이 많고 불친절신고건수는 서울의 10분1에 불과합니다.

'아이엠피터'는 택시 운전기사들에 대한 정부의 혜택이나 요금 인상을 무조건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 모든 혜택을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보장해준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다 적발되면 받은 벌점은 2년 뒤 소멸되거나 면허가 양도되면 벌점은 취소됩니다. 법인택시 사업자의 처분기준 벌점은 3천점인 경우는 사업면허 취소, 2,999점까지는 감차명령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벌점 제도로는 택시의 법규 위반을 막아내기 어렵습니다.

▲이미지출처:중앙일보


요금이 올라도 바뀌지 않고 더 나빠지는 서비스,
국민의 세금으로 혜택을 줘도 바뀌지 않는 택시 업계의 문제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택시 요금만 인상하는 것은 국민의 저항과 불신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택시 요금이 올라도 서비스가 개선되고 시민이 안전하다는 인식만 있다면 택시를 타는 사람은 많아질 것이고, 그렇다면 택시의 수익 또한 늘어날 것입니다.

자신들이 변하지 않고 오로지 남의 탓만 하는 모습을 보는 시민들은 가뭄에 콩 나듯이 만나는 친절한 택시기사의 택시에다 '좋은 택시'라고 붙이고 그런 택시들의 요금만 올려줬으면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박원순 시장은 오늘도 내 돈 내고 택시 타면서 마음 상하는 시민들의 분노와 택시 업계의 어려움을 꼭 동등한 입장으로 생각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