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3월1일 자로 3명의 교사를 공립고 교사로 특별채용했습니다. 이 3명의 교사에 대해 교과부 이주호 장관은 임용을 직권취소하겠다고 나섰고, 보수 우익 신문들은 곽노현 교육감을 비난하기 바빴습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측근 봐주기 인사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제동을 걸었다.... (중략) 새 학기가 시작됐으나 임용 취소에 따라 해당 학교는 기간제 교사를 구한다는 모집공고를 내는 등 곤혹스러운 입장이다"(서울신문 3월5일자 사설)
"전교조 출신 전직 사립고 교사 3명을 모집 공고도 없이 공립학교 교사로 특채하고"(조선일보 2월2일자 사설)
신문들은 '특채 임용취소','파행인사','곽노현 교육감 완력행사' 등의 제목으로 곽노현 교육감의 인사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언뜻 보면 곽노현 교육감이 자신의 사람들을 특별채용했고, 곽노현의 사람들에게 어떤 특혜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그럴까요?
특별채용이 엄청난 특혜이자 비리처럼 곽노현 교육감을 공격했던 자들이 말하는 3명의 교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겠습니다.
■ 빨갱이 전교조를 특채한 곽노현도 빨갱이다?
박정훈 서울이화외고 해직교사와 박 교사 구속 규탄집회 출처:민중의 소리, 한겨레
지난 2000년 8월 23일 박정훈 서울 이화외고 교사가 국정원에 연행됐습니다. 죄목은 '반국가단체 가입'이었습니다. 당시 현직 여고교사가 국정원에 연행된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습니다.
그런데 그 실체를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 반국가단체 가입: 민혁당이라는 반국가단체에 가입했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데, 민혁당 사건은 당 수괴 역할을 맡았던 김영환이 99년 공소보류로 진즉 풀려났던 사건입니다. 그런데 김영환이 진술에서조차 실명을 모르고 확실하지 않았다는 리스트에 있었던 이유만으로 관련 인물을 무조건 연행, 구속하여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당시 박정훈 교사를 연행했던 국정원은 박 교사를 민혁당이라는 반국가단체 가입협의로 재판에 입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진압수색에서 나온 유인물 한 장으로 박 교사를 이적표현물 소지혐의로 걸고넘어졌으며, 박 교사는 결국 반국가단체 가입혐의가 아닌 이적표현물 소지로 집행유예 2년을 받고 자동 면직됐습니다.
▷ 전교조는 빨갱이: 이 사건이 터지자 보수 단체는 들고 일어나서 '이거봐라 전교조 교사는 모두 빨갱이다'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김영환과 박정훈 교사는 단순히 대학교 동아리 선후배였을 뿐이었고, 당시 법조계에서도 유인물 한 장을 놓고 국보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적표현물의 대상을 보면 지금 군대에서는 나꼼수 어플도 이적표현물로 취급하는 세상입니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국가보안법의 실체입니다. 그런데 국정원 내부에서조차 무리한 수사였다고 평가받는 사건으로 면직됐다가 복직 판결을 받은 박정훈 교사를 채용했다는 이유로, 보수 우익은 곽노현 교육감도 빨갱이라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서북청년단의 관제데모와 학살당한 민간인, 현대 보수우익 단체 모습
전교조가 빨갱이라고 외치는 자들에게는 조작과 무리한 법을 수행한 국정원의 행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일단 빨갱이로 고발됐으면 빨갱이고, 마치 이런 논리는 한국전쟁 당시 서북청년단이 빨갱이라고 주목되면,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빨갱이로 낙인찍혀 죽창으로 찔러 죽인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현직교사였던 박정훈 씨가 왜 국정원에 끌려갔는지,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용공조작이었는지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그를 통해 곽노현 교육감을 마치 국가보안법이라는 무시무시한 법을 위반한 범죄자를 특별채용한 빨갱이로 몰고 가는 것이 현재 보수우익의 '곽노현 죽이기' 전략입니다.
■ 교육자의 양심을 지킨 자는 교사가 아니다?
이형빈 교사는 재단의 '자율형사립고' 전환에 반대해 사표를 냈습니다. 그는 학교가 자율고 전환을 신청하면서 보였던 여러 가지 변화는 결코 교육자의 양심으로 두고 볼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 유명 백화점 VIP룸에서 벌어진 입학설명회
▷ 국어,영어,수학은 두배 이상 수업, 음악,미술,체육 수업은 절반으로
▷ 자율고 대상 1학년 교사는 국영수 잘 가르치는 교사로 일반 과정 2,3학년은 비정규직 교원으로
자율형사립고가 결코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학교가 아니라 '명품학교'로 변질해 결국 '입시전문 고급학원'과 다를 바가 없어진 상황은, 지금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자의 양심을 위해 자율형사립고를 반대했던 양심 있는 교사를 채용하는 것은 특채가 아니라 교육계에 꼭 필요한 인재 모시기에 속합니다. 그러나 곽노현 교육감이 추구하는 '보편적 교육, 인성 교육'을 거부하는 자들에게 이형빈 교사는 '명품 입시 학교'를 만드는데 방해자가 될 뿐이었습니다.
■ 사학재단의 비리를 보고도 침묵해야만 하는가?
동일여고 조연희 해직교사가 길거리 수업을 하는 모습 출처:오마이뉴스
동일여고 조연희 교사는 재단으로부터 해임당했습니다. 이유는 자신이 속해있던 동일학원 재단의 비리를 고발했기 때문입니다. 동일학원은 조연희 교사 등 전교조 교사들의 제기로 시작된 교육부로 2003년 5월 특별감사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동일학원은 사학비리 백화점으로 부르기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각종 비리가 적발됐습니다.
▲ 국유재산 점유 변상금 등 학교회계 부당지출
▲ 동창회 입회비 불법 모금 및 부당사용
▲ 학생급식비 중 감가상각비 불법 적립
당시 서울교육청은 관련자를 징계했고, 동일학원으로부터 15억5천만 원의 재정을 환수 조치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서울 교육청의 특별 감사를 시행하게 된 배경에 있던 조연희 교사는 당연히 교사로서의 양심으로 옳은 일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동일학원은 오히려 조 교사 등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고발을 했습니다.
법원은 동일학원재단이 제기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협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동일학원은 법원 결정과 전혀 다르게 조연희 교사 등을 해임했습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사학재단입니다. 고등학교, 대학교 등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사학재단들은 교육을 생각하기 이전에 학교를 돈벌이 수단, 친인척들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학재단은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 우익들과 손잡고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갖은 애를 씁니다.
■ 거대 사학재단과 정치권의 결탁
동일여고 이사 명단, 나경원 한나랑 의원 부친이면서 거대 사학재단 이사장인 나채성씨가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조연희 교사를 해임한 동일학원의 이사장은 김동섭 씨입니다. 그리고 동일학원 이사 중의 한 명은 바로 나경원 전 의원의 부친인 나채성이며, 동일학원 이사장 김동섭은 나채성의 '멘토'로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입니다.
지난 10.26 재보궐 선거 당시에 정봉주 전의원은 '나경원 전 의원이 자신의 방에 찾아와 사학 감사 청탁을 했다' 고 밝혔고, 나경원 측은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면서 흥신학원이 감사받은 일 자체가 없다고 변명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흥신학원은 장부 자체를 고의로 태웠기 때문에 감사를 받을 수 없었고, 그때 전교조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했던 학교는 나경원 전 의원 부친이 이사로 있었던 동일학원이었습니다.
사학법 개정과 사학재단 비리를 자꾸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학재단과 정치인들이 결탁하고 자꾸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교육과 사회를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 - 사학재벌 딸 나경원을 위한 사학법 개정안
자사고는 이명박 대통령이 총감독으로 지휘하고, 이주호 장관(17대 국회 교육상임위 때)이 기획하고,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이 현장감독으로 앞장서서 만들어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출처:청와대
■ 교과부의 막무가내 '곽노현 죽이기'
특별채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채용되는 사람이 어떤 비리와 범죄를 저지르거나 실력이 되지 않아 인맥 등의 도움으로 채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봤듯이 곽노현 교육감이 채용했던 3명의 교사는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도 존경받았던 진정한 교사였습니다.
단지 이들의 문제는 사학재단의 비리를 고발하고, 국정원의 무리한 수사에 말려들었고, 올바른 교육을 논했다는 죄밖에는 없습니다. 상식적인 눈으로 보면 도덕적으로 하등의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교과부는 이상한 논리로 그들의 임용을 취소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결정은 법도 상식도 무시한 행태였습니다.
▷ 직권취소: 교과부 장관이 교육감의 행정 직위와 관련해 직권취소, 강제이행명령을 내린 사례는 이명박 정부 이전은 물론 대법원 판례도 없는 상황입니다. 만약 법제처가 이런 교과부의 논리를 따르면 사실상 민선교육감은 있으나마나한 자리입니다.
교육감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한이 없고, 오로지 교과부 장관에게만 있기 때문에, 이는 헌법에 나온'교육지방자치' 의미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5년 박정훈 교사는 사면복권으로 학교로 복직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교과부는 서울시 교육감에게 '해직교사 복직 임명권한은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에 서울시 교육감이 판단하여 복직시킬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복직시키지 않았고, 이번에는 교과부가 말을 바꾸어 자신들에게 임명권한이 있다고 합니다.
원칙도 상식도 없는 교과부의 수장은 이주호 장관이며,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보필하겠다고 공언했던 인물이었습니다.
▷ 그동안 특채된 교사는 모두 무효?: 교과부는 곽노현 교육감의 특채 교사를 임용 취소하면서 제시한 근거로 특별채용은 '민주화 운동 및 8.15사면 복권 해직교사 특별채용 추진 계획'에 따라 2006년에 한시적으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2006년은 물론이고, 2008년,2009년에도 대상 교사들이 특채로 복직됐습니다. 교과부는 무조건 '곽노현 죽이기'를 위해 말도 안 되는 근거를 갖다 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 사립교사의 공립 특채는 안 된다?: 언뜻 사립학교 교사가 공립학교로 가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사립학교 교사가 공립학교 교사로 가지 못합니까?그렇다면 사립학교 교사와 공립학교 교사는 능력도 질도 다르기 때문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만약 그런 논리라면 사립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능력이 떨어지는 교사들에게 배우고 있는 것입니까?
사립학교에서 해직된 교사는 사립학교에 가면 죽습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사립학교 이사장들이 보통 사학재단10-15개 이사를 겸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A 이사장이 있는 학교 교사가 재단 비리를 고발해 해임되고 B라는 학교로 갑니다. 그러나 B 학교에도 A 이사장이 이사로 있는데 그 교사를 가만두겠습니까?
나경원 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트위터에 올린 내용 출처:나경원 트위터
나경원 전 의원은 곽노현 교육감을 향한 비난을 하면서 '제가 배웠던 법은 다른 사람보다 자기에게 더 엄격한 법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학재단 이사로 본인이 등재되어 있으면서 사학재단 감사 청탁을 했던 사람, 판사였던 자기 남편을 동원해 '기소청탁'을 했던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조연희 교사는 아이들과 만나고 싶어 학교 앞 노상에서 수업하며 6년 동안 거리를 떠돌았던 교사였습니다. 그녀가 고발했던 동일학원은 시교육청 고발을 주도했던 전교조 교사를 담임에서 배제하고 예결산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교육청은 내부고발자였던 이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신원이 공개된 민원서류를 그대로 동일학원에 전달하여 그녀를 해임하게 했습니다.
'2003년 여름, 저와 동료 교사들은 졸업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지난날 교사로서 재단의 횡포에 짓이겨 침묵하며 살던 시절, 학생들에게 수많은 상처를 남겨준 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졸업생들은 저희들을 껴안으며 마음으로 용서해주었습니다. 2003년 5월, 교사, 학부모, 졸업생,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 동일재단의 각종 전횡을 폭로했습니다. 도저히 그대로 침묵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침묵은 결국 공범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최소한의 양심이 명하는 바에 따라야 했습니다.' (조연희 교사의 인터뷰 중에서)
최소한의 양심에 따라 살았던 선생님,
우리 아이들이 명품입시학원이 아닌 올바른 학교에서 공부하길 원했던 선생님
과연 이런 선생님을 채용한 것이 특혜이고, 곽노현 교육감이 권력을 남용한 일입니까?
양심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찢기고 버림받는 세상입니다. 원칙과 상식, 그리고 법의 잣대가 권력자의 손에 의해 기득권을 가진 계층에 의해 맘대로 움직이는 사회입니다. 그럴수록 바른 교사, 정말 아이들을 생각하는 '참 교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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