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김관진 장관에게 군부대에 '영어교습소'를 설치하여 전역 예정 장병들에게 영어 교육을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제2의 중동특수'를 맞아 우리 기업과 젊은 인력의 진출이 늘어나야 한다,최근 중동 국가들이 '오일머니'가 쌓여서 어디든 쓰려고 하는 만큼 우리 젊은이들이 진출하면 아주 좋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영어 사랑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부터 극진했던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항상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으로 말만 하다가 끝이 난 경우가 허다합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정책을 국방장관에게 지시하셨는지 한번 꼼꼼하게 살펴보고 이 정책의 문제점을 살펴보겠습니다.
'군대 영어교습소 설치, 도대체 누가 가르칠 것인데'
군대에 무슨 교습소 설치는 쉽습니다. 그냥 내무실 하나 빌려서 '영어교습소'라는 간판 하나 달면 끝이 납니다. 문제는 강사입니다. 군대에 무슨 돈이 있어서 원어민 강사나 영어 강사를 초빙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답은 하나 자체 인력을 동원하는 수밖에는 없는데, 알다시피 군대에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은 기껏해야 대학원생 정도의 병력뿐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영어교습소를 설치하는 이유는 '중동 취업'인데, 해외취업을 위한 영어를 배울 대상은 대학생뿐입니다. 고졸 병력이 해외취업용 영어를 배우기도 어렵거니와 비슷한 영어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배우고 가르쳐서 토플이나 토익점수나 제대로 나오겠습니까?
알다시피 대부분의 군부대는 산골이나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있습니다. 그래서 진짜 고급 강사진은 그 산골짜기까지 가지도 못합니다. 아니 간다고 해도 일주일에 한 두시간인데 그마저도 일과시간이 끝난 저녁시간에 군부대를 방문해 가르쳐야 하는데 누가 가겠습니까?
또한, 군대라는 조직이 얼마나 보여주기 행정이 만연한 조직입니까. 대통령이 국방장관에게 지시했으니 이제 사단장 연대장 대대장으로 이어지면서 보여주기 행정으로 무조건 영어를 배우고 그 실적을 보고할 모습이 떠올라, 참 요새는 군대가 이렇게도 장병을 힘들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대 영어교습소 설치 지시가 내린 이상 각 부대는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겠지만,도대체 누가 강사가 될 것인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갑자기 웬 영어교습소? 혹시 또 해외순방뒤에?'
이명박 대통령의 '영어교습소' 정책이 나온 것은 2월7-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고 난 뒤에 이루어졌습니다. 결국,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경제,국방 등 교류를 하기 위해 쓸데없는 생각을 남발해서 나온 결과입니다.
그러나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취업사이트의 중동지역 채용정보입니다. 중동지역의 채용정보는 많습니다. 그러나 모든 직종 대부분은 경력자를 모집합니다. 그것도 최소한 3년 이상을 요구합니다. 물론 영어도 잘해야 합니다. 그러나 영어 잘하는 사람보다 해당 직종의 경력자를 원합니다.
결국, 군부대에서 '영어교습소'를 설치해 영어 수업을 해도 갓 제대한 사람이 쉽게 취업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중동취업을 늘리기 위해 군대 전역자를 활용하려면, 아예 처음부터 중장비나 기술직 요원을 활용하는 것이 낫습니다.
예를 들어 중장비 자격증을 가진 병력이 입대하면 적성이나 면담을 통해 향후 중동취업을 원하는 사람을 분류합니다. 그 병력을 대상으로 2년간 기초 영어는 물론이고 기초 아랍어를 가르치면 오히려 전역하면서 중동취업에 더 유리하고, 기업체들도 더 선호할 수 있습니다.
무작정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무대뽀 정신은 현실성도 없는 멍청한 짓에 불과합니다.
'대통령의 영어사랑을 어찌할꼬'
이명박 대통령의 영어사랑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나온 '영어몰입교육정책'에 잘 나왔습니다. 여러 가지 영어정책은 여기서 언급할 필요도 없고, 군대와 관련한 영어정책 하나만 살펴보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에서 내놓은 영어교육요원 정책 출처:중앙일보 화면 갈무리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인수위를 통해 영어만 잘하면 군대에 가지 않고 '영어교육요원'으로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병역을 대신하는 방침을 내세웠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영어만 잘하면 군대를 안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대서특필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정책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영어특기생처럼 영어를 잘해서 카투사나 번역,통역요원으로 배치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단지 영어만 잘하면 군대를 보내지 않겠다는 이 발상은 국방정책보다 영어만이 살길이라는 사회풍토를 만들기 충분한 엉터리 정책이었습니다.
홍보비만 1억이상을 들였지만 미국에서 1014권만 팔렸던 이명박 대통령 영문 자서전 출처:오마이뉴스
대한민국이 영어에 미쳐있다는 사실은 큰 병폐 중의 병폐입니다. 저도 미국에 살았지만, 영어는 자신이 필요하면 그때 하면 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영어가 무조건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영어연수, 토플.토익,영어 학원 등 영어에 미쳐 수십조 원의 돈을 쏟아붓고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영어수준이 높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과시용, 시험용,서류용 영어만 하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큰 업적이 있었기에 재임 중에 자서전을 그것도 영문으로 내는지 보통 사람은 이해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그에게는 해외출장을 다니면서 익힌 영어를 자랑하고 싶은 병에 걸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일 뿐이지 영어 실력은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는 '영어몰입교육'을 발표해놓고 인수위 차원에서 밝힌 적이 없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영어잘하면 군대 안간다','영어로 수업하면 기러기 아빠 안 생긴다','영어 수업을 강화하면 사교육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라고 강조한 그들의 정책이 지금은 어디로 갔고, 그의 주장처럼 나아졌습니까?
영어만이 살 길은 아닙니다. 영어는 하나의 도구이지 그것을 통해 사람이 바뀌거나 인성이 변하거나 무조건 성공하지는 않습니다. 어설픈 실력을 맹신하며 국민에게 '영어만이 살 길이다'라고 외치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그가 살아온 인생 모두가 옳다고 자랑하는 것 이외에는 없습니다.
믿을 수 없는 말 바꾸기의 달인이 지금 청와대에서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현실 속에서, 그의 퇴임 이후에 그가 했던 수없이 많은 잘못된 정책을 어떻게 빨리 제대로 바꿀지 한숨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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