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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갈 곳 없는 유학생

갈 곳 없는 유학생

--이 글은 제가 오마이 뉴스에 기재한 기사입니다---

유학 5년차인 L군은 오늘도 아침 7시에 가게 밴을 끌고 출근을 한다.

이씨가 일하는 곳은 한인 소유의 베이커리집. L군은 이곳에서 배달일을 3개월째 하고 있다. 지난 6월 이씨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산호제 대학 전기 공학과를 졸업했다.

재작년 경기 같다면 L군은 벌써 취업을 해서 H-1B Visa를 받아서 안정된 생활을 했겠지만, 지금 이씨는 정규 회사는 커녕 지금 일하는 곳도 겨우 찾아서 들어간 것이다.

1996년 해외 유학 자유화로 인해서 많은 학생들이 해외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1998년 IMF로 인해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비 보조를 받을 수 없는 경제적 이유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 갔다.

하지만 혼자서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면서 유학 생활을 결심한 학생들도 30% 정도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미국 경기의 호황으로 인한 취업 희망이었다.

산호제 대학은 이곳 실리콘 밸리에서 스탠포드, 버클리 다음으로 취업이 확실한 대학이었다. IT 사업의 중간 매니저, 엔지니어급이 바로 산호제 대학 출신들이기 때문이다.

1999년에 산호제 대학을 졸업한 공대 학생의 95%가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했다.

최하 연봉 $35,000.00을 받으면서, 어떤 학생은 소위 잘나가는 회사에 스탁 옵션까지 제공을 받기도 했다. 2002년 현재는 교수들이 동문 회사에 매일 전화를 해도 학생들에게 직장을 하나 추천해주기도 힘들다.

미국에서 H1-B 비자 발급이 제일 많은 지역 중의 하나가 바로 산호제를 중심으로 한 베이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찾아 보기 힘든 것이 바로 취업 비자이다.

계속되는 미국 불황으로 미국 인력이 남아 도는데 구태여 복잡한 서류 절차 과정을 거치면서 외국 인력과 유학생을 쓰는 회사는 없어졌다.

보통 학비가 유학생의 경우 학기당(쿼터제)$1,500-$2,000.00이 든다.여기에 생활비가 보통 $1,000.00 정도 든다(산호제 거주 기준:방하나 렌트$600.00). 유학생이 3개월에 필요한 돈은 최소 $5,000.00이 된다.

특히 IMF 이전에 미국에 왔던 학생들의 대부분이 IMF이후 한국에서 학비를 보조 받을 수 없는 형편이기에 소요되는 비용 전부를 유학생 본인들이 감당을 한다.

월 평균 $1,500.00이상이 필요한 유학생이 살아가려면 주당 50 시간 이상을 일해야 한다(시간당 급여 $8,00 기준)이런 사정이니 학교 수업은 최소 학점만 듣고, 나머지 시간은 오직 일에만 매달린다.

유학 생활 4-5년이 되었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수업보다 일에 매달려 있으니 학교 수업이 잘 될리가 없다. 결국 졸업은 늦어지고, 일은 힘들어서 학업을 포기하고 일에만 매달리는 학생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설사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해서 학교를 졸업해도 이제는 갈 곳이 없어졌다. 미국의 불황으로 유학생들을 받아 주는 학교도 없고, 한국으로 가도 예전 같은 외국 학위에 대하여 인정도 해주지 않는다.

그나마 박사 학위나 MBA는 낫다.겨우 대학을 졸업한 경우는 더 막막하다. Practical Training으로 시간을 벌었지만 이제 이민법의 강화로 대학원을 가던지,아니면 한국에 가야 한다.1970-1999년까지 대다수의 유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면서 취업 비자-영주권 취득의 수순을 밟았지만 이제는 그런 경우도 힘들다.

이제 유학은 꿈도 아니고 특권층만 가는 곳이 아니다. 어느 누구나 올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된 것이다. 그러나 수 많은 유학생 중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인력이 제대로 공부를 하고 갈 수 있을까?

집에서 학비를 보조 받거나, 결혼해서 부인이 돈을 버는 경우는 낫지만, 혼자서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학비까지 조달하는 경우는 너무 힘들다. 평균적으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할 때 걸리는 시간은 6년이다. 그것은 미국 학생들도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학생은 다르다. 일단 언어의 문제, 영주권자가 아니기에 현금으로 봉급을 주는 직장만 갈 수 있는 취업 제한 문제, 엄청난 학비.

미국에 8년 정도 살고 있는 나의 경험으로 스스로 학비를 벌어서 대학을 다니는 경우 7년에서 많게는 8년이 걸리는 것을 보았다. 그런 긴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학업을 포기한다.

그러나 이 어려운 유학생들을 도와 주는 단체를 기자는 본 적이 없다.최소 정부 차원에서 이들을 도와 주어야 한다. 그 이유는 유학생들은 결국 한국으로 돌아갈 인력이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인도 유학생들을 인도계 회사에 인턴으로 취업을 시켜서 실습을 쌓게 한 후 본국에 돌아가 능력을 활용하게 만든다.

결국 이것은 모두가 인도 정부의 힘이 된다.

우리 정부도 전체적인 유학생 네트 웍크를 구성하여 이들을 도와 주어야 한다. 한인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법적으로 이들을 관리하는 차원은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이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국적 부분이기 때문이다.

유학생은 다르다. 바로 그들은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민법의 강화, 미국의 불황, 흔해진 외국 학위이 모든 것이 유학생들을 힘들게 만든다. 그러나 일부 돈 많은 유학생을 뺀 대다수의 유학생들은 오늘도 마켓에서 캐쉬어를 하면서 밤에는 졸린 눈을 비비고 레포트를 작성한다.

내가 만난 대다수의 유학생들은 꿈을 갖고 산다. 그 꿈은 바로 자기들의 경험과 배움을 나중에 한국에 가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꿈이 유학생활이 길어지면 질수록 무너진다.

꿈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 꿈을 소중하게 지켜 봐주고 도와 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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