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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법 개정안 거부 대통령,그녀가 진정한 배신자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가 사실상 정부의 시행령 등의 내용까지 관여할 수 있도록 하고 법원이 아닌 국회가 시행령 등의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밝히면서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했습니다.[각주:1]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하면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거세게 비난하는 등 오히려 국회의 입법권마저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며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얼마나 이중적인지 그녀의 과거를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지금보다 더 강력한 국회법 개정안 발의에 찬성했던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하면서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회법 개정안이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지 못하고, 정치적 논리에 이용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보다 더 강력한 국회법 개정안을 1998년도에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1998년 안상수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33명은 '국회법중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당시 박근혜 의원도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의원 명단에 이름이 있었습니다.[각주:2]

 

'국회법중개정법률안' 제안이유를 보면 '입법의 전문화,다변화 추세에 따라 국회가 법률로 행정부에 위임한 대통령령,총리령, 부령' 등의 행정입법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데, 행정입법이 법률의 입법정신에 따라 적절히 규정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잘못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이견을 제시함으로써 행정입법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려는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1998년 박근혜 의원이 찬성했던 국회법 개정안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2015년의 국회법 개정안보다 더 강력했습니다. 2015년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됐지만, 1998년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두 법안 발의안 모두 처벌 규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는 문장을 보면 2015년보다 강제성이 훨씬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강력했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찬성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왜 지금은 거부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다고 난리 쳤던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요소'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 '입법권'을 그 누구보다 강력하게 지키려고 했던 사람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05년 5월 14일 한나라당 상임운영위원회에서 행정부가 만드는 시행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각주:3]

 

"어제 문광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문제제기를 했습니다만, 신문법 시행령에 대해서 문광위에서 시행령을 만들면서 우리 한나라당이 신문법 개정안과 관련해서 독소조항이라고 반대해서 삭제됐던 조항을 버젓이 시행령에 넣어놨습니다. 이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어이없는 일입니다. 편집위원회 구성을 자율에 맡기는 법정신을 무시한 것은 경영권 침해도 되는 것이고 편집위원회 구성을 해야만 광고 지면이 50% 이하인 곳에만 우선 기금을 주는 것은 명백히 언론자유 침해입니다. 한나라당에서는 독소조항이 들어간 시행령을 바로 잡기 위해서 강력히 대처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2005년 박근혜 의원

 

당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여야는 대치상태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그대로 참여정부가 시행령에 포함했다면서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어이없는 일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국회가 정부가 만드는 시행령에 문제가 있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국회가 행정부와 이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눌 수가 있습니다. 시행령 수정 요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2005년에는 당연한 일이라 말하고, 2015년에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참여정부가 만든 시행령은 무조건 나쁘고, 박근혜 정부가 만든 시행령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차이일까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무조건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대통령제인 미국에서도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할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헌법 제1장제7조제2항에 따라 연방의회가 의결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각주:4]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65번째이지만, 미국은 총 2,566건에 달합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비토 법안'[각주:5]이라고 하는데, 하원과 상원 등에서 재심의와 재의결 절차를 거칩니다.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비토법안의 숫자와 재의결 숫자는 차이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 꼭 의결 절차를 거쳐 다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지만, 대통령의 정치적 수단으로는 이용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선거 때 자신과 반대 정당의 정책 간의 차별성을 강조하거나, 유권자에게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정책을 반대당이 집권하는 의회에서 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정책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거부권 행사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비토법안을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의회의 결정에 맡기는 미국의 모습과 박근혜 대통령처럼 아예 국회의 입을 막으려는 한국의 모습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치적으로 선거를 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대통령 당선 전에는 국회의 입법권을 보장하며, 잘못된 시행령을 바로잡겠다고 해놓고 대통령에 당선되니 말을 바꿔 국회를 비난하는 모습이야말로 '배신의 정치'입니다.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야 할 대상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국민을 팔아 마치 자신이 올바른 정치를 한다고 쇼를 하지만, 속내는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그 거짓말에 속는 바보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1. 박근혜 대통령, 제26회 국무회의 주재. 청와대 2015년 6월 25일. http://www1.president.go.kr/news/inside.php?srh%5Bview_mode%5D=detail&srh%5Bseq%5D=11233 [본문으로]
  2. 국회의안정보시스템. http://likms.assembly.go.kr/bill/jsp/BillDetail.jsp?bill_id=015133 [본문으로]
  3. [취재파일] "독소조항 시행령 바로잡겠다"던 박 대통령의 변신 SBS 뉴스 2015년 6월 5일.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011086&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본문으로]
  4.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 이후의 의회절차, 미국의 사례.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제1021호 [본문으로]
  5. veto message; 대통령이 왜 해당 법 안에 사인하지 않았는지를 상세히 기록한 사유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