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박근혜는 왜 그림자 '조윤선'을 버렸나?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사퇴했습니다. 조윤선 수석은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책임감으로 사퇴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은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밝힌 사퇴 전문입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금 당장의 재정 절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위해 나아가 미래세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이루어졌어야 하는 막중한 개혁 과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금 개혁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와는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애초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으로서 국민들께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리고 있습니다.

연금 개혁은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 접근했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개혁의 기회를 놓쳐 파산의 위기를 맞은 미국 시카고시나 연금 포퓰리즘으로 도탄에 빠진 그리스가 반드시 남의 일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애초 추구하셨던 대통령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혁 과정에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는 비록 사의하지만 부디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보고 개혁을 완수하여 후일 역사가 평가하는 모범적인 선례를 남겨주시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사퇴한 이유가 공무원연금 개혁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안에 미묘한 얘기들이 있습니다. 조윤선 수석의 사퇴 과정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조윤선 사퇴는 7일? 18일? 언제였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5월 18일 브리핑에서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18일 오전에 박근혜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고, 박 대통령께서는 그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미 5월 7일 사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의 사퇴가 5월 18일이냐 5월 7일이냐에 따라 조 수석 사퇴가 가진 의미가 바뀔 수 있습니다. 만약 5월 18일 조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수용했다면 조윤선 수석의 개인적 무능력만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5월 7일 사표를 제출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교묘한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조윤선 정무수석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알려진 5월 7일은 국회에서 여야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이 국민연금 등의 공적연금 문제로 무산된 다음 날입니다. 이때 사표가 수리됐다면 조 수석의 개인 의견이나 책임이 반영됐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조 수석의 사표가 5월 15일 당,정,청 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상황이 정리된 후에 이루어졌기에, 일부러 이병기 비서실장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늦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5월 15일이 지나 조윤선 수석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는 것은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놓고 보내는 '경고 메시지' 또는 '압박 카드'로 봐야 합니다.

 

'조윤선이 책임질만한 인물인가?'

 

조윤선 정무수석의 사퇴가 가진 의미를 알려면 그녀가 과연 누구인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조윤선 수석은 한 마디로 '박근혜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변인으로 정치를 시작해 박근혜 대통령의 입으로 살다가 사퇴한 사람입니다. 조 수석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으로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캠프 대변인으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지만, 그녀의 역할은 대부분 대변인이자, 여성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수행하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박근혜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이었지만, 능력보다는 여성이라는 점과 공신 우대의 성격이 가까웠습니다.

 

2014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됐지만, 이 또한 정무수석으로의 능력보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에 불과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보좌관이자 대변인으로 살아왔던 그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단순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연락관 정도로 봐야 합니다.

 

"폭넓은 경험과 여성으로서 섬세하면서도 탁월한 친화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간 가교역할 훌륭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민경욱 / 청와대 대변인 (2014년 6월 12일)

 

박 대통령이 정무 능력이 없는 그녀에게 정무수석을 맡겨놓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제대로 못 했으니 물러나라고 인정하는 일은, 스스로 인사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셈입니다.

 

'왜 박근혜는 조윤선을 버렸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한 번 쓴 인물을 계속해서 쓰는 인사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보면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나갈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그녀의 사퇴를 수용했습니다. 왜일까요?

 

▲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평가에 대한 중앙일보 기사. ⓒ 중앙일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은 '정치 지도자'가 아닌 '통치자'로 군림한다는 평가가 이미 2014년부터 나온 바 있습니다. 통치자에게 집권당은 자신의 수족에 불과합니다. 통치자에게 집권당이라고 마음대로 야당과 합의해 공무원연금을 개혁하겠다는 모습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반항입니다.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을 전달하는 연락관으로서는 굉장히 유능했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입이 아닌 통치자로서의 위엄을 전달하거나 협박을 하기에는 약했습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에게 필요한 사람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조정하는 정치적 인물이 아닌 통치를 하는 데 필요한 강력한 사람입니다.

 

▲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인터뷰 내용. ⓒ유튜브캡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통치'라고 했습니다. 집권 3년 차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 정치보다는 통치를 하는 강력한 도구를 주위에 포진시킬 것입니다.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갈등을 해결하는 '조정자'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통치를 위해서는 충성을 바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행동대장'이 쓸모 있습니다.

 

총리가 없는 상황에서도 박근혜정부는 잘 돌아갑니다. 과연 총리가 필요하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런 배경에는 강력한 통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정무수석 사퇴'이지만, 앞으로 남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모습이 어떨 것이냐는 예측이 가능한 사건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정치를 잘하는 대통령'을 원했지, 국민을 백성처럼 여기는 '통치자'를 원한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