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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취업률 높이려고, 인문계 죽이기 나선 '박근혜'

 

 

교육부가 '2015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공계 정원을 늘린 대학에 최대 200억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교육부는 이공계 정원을 늘린 대학을 지원하려는 이유로 '대학과 기업간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학과 기업간 미스매치' 잘 이해가 안 되시죠? 그냥 밑줄 긋고 '취업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학 전공은 이공계와 인문계가 각각 15만 명으로 비슷합니다. 그러나 기업체는 대부분 이공계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공계 정원을 늘리면 '취업률'이 해결되니 대학이 지원금 받고 이공계의 정원을 늘리라는 뜻입니다.

 

' 인구론: 인문계 졸업생 중에 90%는 논다'[각주:1]

 

교육부의 주장을 보면 맞는 듯 보입니다. 실제로 대기업 채용의 대부분은 인문계가 아닌 이공계이기 때문입니다.

 

 

삼성그룹의 2014년 하반기 공채 내용을 보면 대졸 신입사원을 4,500명에서 5,000명 정도 채용한다고 밝혔습니다. 학과별 지원 제한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2013년 대졸 신입사원 5,500명 중에서 무려 85%가 이공계였습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를 통틀어 본다면 대략 이공계와 인문계가 6:4 정도의 비율로 지원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쟁률을 본다면 이공계는 8,8대 1이지만, 인문계는 약 75대1입니다.[각주:2]

 

 

삼성그룹만 이공계를 채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4대 그룹 신입사원의 인문계 비율은 최대 30%를 넘지 않습니다.

 

4대 그룹 신입사원 인문계 비율을 조사해보니 삼성그룹 15%, 현대차그룹 20%, SK 30%, LG15%로 조사됐습니다. 결국, 한국의 대기업에 취직하려면 인문계 출신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인구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문계 졸업생 중에 90%는 논다'는 말입니다. 대기업 취업률을 놓고 본다면 인구론이 딱 맞아 떨어집니다.[각주:3]

 

'취업률 높이기 위해 인문학과 폐지'

 

교육부의 이공계 정원 늘리기 지원 정책은 가뜩이나 위축되고 폐지되고 있는 인문학과 폐지에 불을 붙일 수 있습니다.

 

 

2014년 5월 기준 폐과된 137개 학과 중에서 41개 학과가 인문계열이었습니다. 2010년 ~2014년까지의 수도권 대학 인문계열 폐지학과는 38.5%이고, 사회계열은 23%입니다.

 

대학 학과 통폐합 1순위가 인문계열과 사회계열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각주:4]

 

지방은 더 심해 비수도권대학의 통폐합 비율이 62~74%를 차지하고 있는데, 문과는 2010년 19.6%에서 2014년 35.6%까지 증가했습니다. 이과는 2010년 19.6%에서 2014년 14.1%로 오히려 감소했습니다.[각주:5]

 

ⓒ교수신문,엔하위키미러

 

대학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인문학과를 폐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대학재정을 지원하는 기준에서 취업률이 가장 높은 지표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지표를 보면, 재학생 충원율이 25%인데 취업률이 20%입니다. 전임교원확보율 7.5%나 교육비환원율 10% 등과 비교하면 취업률만 높으면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 대학들은 무조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취업률이 낮은 인문학과를 폐지하고 오로지 취업률만 높이기 위해 교수들이 이력서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각주:6]

 

교육부의 이공계정원 지원금 정책은 이미 대학을 취업률로 결정하는 정부의 방침에 돈을 안겨주는 쐐기입니다.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다보니 수도권과 지방 가릴 것 없이 취업률 낮은 인문학과는 이미 폐지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심해질 것입니다.

 

'인문학이 창조경제의 밑거름이라면서'

 

우리가 볼 때 인문계가 취업률도 낮고 당장 돈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지만, 실제로 인문계열이나 관련 학과는 '지식인'을 배출하는 대학에서 중요한 학문입니다.

 

 

IT 기업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스티브잡스는 '단순히 기술만이 아니라 기술이 인문학과 기초학문과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입니다.

 

순수학문이 기술과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인문학과 기술이 만나면 어떤 결과를 나타나게 하는지 보여준 스티브 잡스의 영향 때문인지, 요새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인문학이나 기초 순수학문이 비록 지금 당장은 취업률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필요 없는 듯 보이지만, IT를 비롯한 테크놀리지에 필요한 지식임에는 분명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인문학적 소양이 창조경제의 밑거름'[각주:7]이라고 말했으며, 인문정신이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이며, 문화 융성과 창조경제, 나아가 '국민행복'에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오로지 자신이 내세운 취업률 70% 달성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인문계를 폐지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그녀가 인문학이 무엇인지는 알고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와 '국민행복'을 말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만들면서 보여줬던 모습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창조경제'와 비슷합니다.[각주:8] 그러나 말로는 '창조경제'를 외치면서 순수 기초학문을 취업률을 위해 폐지하는 모습을 스티브 잡스가 본다면, 도대체 '창조경제'와 인문학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되물을 듯싶습니다.[각주:9]

 

눈앞의 취업률을 위해 대학을 '취업 학원'으로 만드는 한, 대한민국의 진짜 '창조경제'는 이루어지기 힘들 것입니다.

 

  1. 이공계의 대우와 처우가 인문계보다 더 낫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취업률이라는 단편적인 기준에 맞춰 대학과 정부 정책이 세워지고 집행되는 모습을 비판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2. 4대그룹 채용 20:80 … 슬픈 인문계. 중앙일보 2014년 3월 12일 http://goo.gl/AjYXkj [본문으로]
  3. 인문계 졸업생 구십 퍼센트는 논다.주간조선 2014년 11월 30일 http://goo.gl/ABBLMq [본문으로]
  4. 같은 이공계라도 기초 과학보다는 전자공학,화학공학,기계공학의 취업률이 높다. 그래서 이런 계열은 통폐합이 되는 일이 별로 없다. 인문계도 경영학과 전공은 취업률이 높은 편이다. [본문으로]
  5.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실. 2014년 10월 8일 [본문으로]
  6. 이공계라도 도시공학,교통공학 등의 일부 학과는 채용률이 적어 인문계와 별 차이가 없다. [본문으로]
  7. 2013년 6월 서울국제도서전.박근혜 대통령 [본문으로]
  8. 아직도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기에 약간의 모순이 있다. [본문으로]
  9. 스티브 잡스는 오리건주 리드 대학교에서 철학과 중퇴, 박근혜 대통령은 서강대학교 전자공학 졸업,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