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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신년 기자회견' 기자들이여, 노무현 때처럼만 해라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오전 10시에 신년 기자회견을 합니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그해의 정국 운영 구상을 발표하는 동시에,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은 국민을 대신하는 일이기에, 현재 박근혜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어떤 해법이 있는지를 묻습니다.

 

작년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서, 올해는 어떻게 기자회견이 될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던 2014년 신년 기자회견'

 

2014년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17분 했고, 질의응답은 63분을 했습니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장면을 보면 기자들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대통령이 계속 고개를 숙이고 무엇인가를 봤습니다. 이유는 사전에 미리 작성됐던 답변 내용을 봤기 때문입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사전 질문지[각주:1]의 내용과 신년 기자회견의 기자 질문을 보면 거의 흡사했습니다. 각본이 사전에 나왔고, 그 각본대로 기자는 질문하고, 대통령은 그대로 읽었을 뿐이었습니다.

 

취임 후 열린 첫 신년 기자회견이 각본대로 짜인 연출이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기자들을 향해 '역시 기레기'라는 조롱을 퍼부었습니다.

 

'왜 청와대는 조중동과 종편을 꼭 참여시킬까?'

 

청와대 출입 기자단은 작년에 사전 질문지를 통한 각본에 동참했다는 비난을 받아서, 올해는 철저하게 질문을 사전에 청와대와 조율하지 않겠다는 밝히고 있습니다.

 

출입기자단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신년 기자회견 질문이 사전에 유출될 구멍은 너무나 많습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는 기자와 언론사는 사전에 청와대 출입 기자단 내부에서 추첨으로 정합니다. 추첨을 통해 선정된 기자들은 모여서 질문을 공유합니다.

 

질문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거나, 각자가 원하는 질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질문을 하는 기자는 어떤 질문이 나오는지 대략 알게 됩니다.

 

만약 청와대와 친분이 있는 기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질문을 청와대에 알려준다면 대통령도 질문 내용을 미리 알게 됩니다.

 

 

이번 신년 기자회견 질문 추첨에서 조중동과 종편은 모두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청와대는 질문을 더 늘릴테니 조중동과 종편을 포함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질문이 늘어나서 자신에게 피해가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거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직 조중동 중 누가 질문을 할지, 추가 질문이 들어갈지는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각주:2]

 

문제는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청와대는 꼭 조중동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중동이 무슨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사라고 국민이 정해준 것도 아닌데, 왜 청와대는 조중동과 종편을 꼭 포함하려고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조중동과 종편만큼 대통령을 배려하는 언론사가 없기 때문일까요?

 

'신년 기자회견, 노무현 대통령 때만큼만 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 신년 기자회견을 하면 취임 후 두 번째가 됩니다. 취임 3년차가 시작됐는데도 기자회견이[각주:3] 두 번째라는 사실은 참으로 답답한 일입니다.

 

 

역대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를 보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기간 대략 150회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MB는 20여 회만 기자회견을 해서 보수 언론에서조차 비난을 받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까지 해야 딱 2번입니다. MB만큼하려고 해도 최소 두 달에 한 번씩은 해야 합니다.

 

현재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을 보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신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서 지난 5일 동안 단 한 차례의 공식행사에만 참석했습니다. 기자회견 준비를 하는 시간으로는 충분해 보입니다.

 

이 정도 시간이라면 오늘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올 수 있는 질문이 '정윤회 문건','세월호 참사','청와대 김영한 민정수석 사퇴' 등이 되기 때문입니다.

 

능력 있는 대통령이라면 국민이 궁금해하는 현재의 이슈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줄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다 할 겁니다'라고 자신했던 그녀가 이번만큼은 능력을 제대로 보여줬으면 합니다.

 

 

청와대 기자들도 매번 말실수로 국민을 부끄럽게 하는 대통령을 보호하기보다는, 딱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했던 질문만큼만 했으면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정치자금에 관한 기자회견'

노무현 대통령 '가족 관련 경제 활동 의혹 기자회견'

 

각종 의혹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칼날을 세웠던 기자들과 불쾌한 표정이었지만, 끝까지 답변했던 대통령의 모습을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 박근혜 회견 사전 질문지 입수… “각본대로 읽고 답했다".뉴스타파 2014년 1월 19일.http://goo.gl/iCFBpn [본문으로]
  2. 각본 논란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올해는 달라질까?. 미디어오늘 2015년 1월 10일 http://goo.gl/SKQvJe [본문으로]
  3. 외국 정상과의 기자회견 인터뷰와 대국민담화 발표는 국민과 소통하는 '기자회견'이라고 볼 수 없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