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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그 많던 '아이스버킷챌린지'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몇 달 전인 8월 19일,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12년째 투병 중인 박승일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전 코치가 얼음물을 뒤집어쓰며 루게릭병을 알리는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동참했습니다.

 

박승일 전 코치가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 그를 지목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슈퍼쥬니어 멤버 최시원씨에게 다음 도전자로 자신을 지목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기에 얼음물 대신 눈스프레이로 대신한 박승일 전 코치는 스케치북에 "루게릭병을 알릴 수 있는 캠페인에 많은 분들이 관심주시는 것에 가슴 벅차 잠을 이룰 수가 없네요"라며 "시원하게 얼음물 샤워를 할 수 있는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오늘 저는 아주 특별한 저만의 얼음물 샤워를 준비했으며 50만원을 승일희망재단[각주:1]에 기부하겠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각주:2]

 

 

박승일 전 코치는 다음 도전자로 대전고 선배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과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 배우 양동근씨를 지목했습니다.

 

서장훈씨와 양동근씨는 박승일 전 코치의 지목에 얼음물을 뒤집어썼고,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도 정치인으로는 처음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동참했습니다.

 

루게릭환자였던 박승일 전 코치와 도전자들의 아이스버킷챌린지 동참은 많은 사람들에게 루게릭병의 고통과 희망을 함께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비록 다른 나라에서 시작된 아이스버킷챌린지이지만 한국의 많은 유명 스타와 연예인, 정치인, 일반인들도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동참했습니다.

 

스타들의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연일 방송에 미담 사례로 보도됐으며, 정치권은 물론 대기업 총수들도 기부로 대신하겠다며 동참했습니다.

 

방송과 언론,SNS에서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인기를 얻고 있을 때, 박승일 전 코치와 그의 여자친구는 몇 달째 나오지 않는 월급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박승일 전 코치가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하기 1년 전인 2013년 8월, 박 전 코치는 KBL(한국프로농구연맹)명예직원으로 임명됐습니다.

 

2013년 KB국민카드 프로-아마 최강전 식전행사로 박승일 전 코치는 KBL명예직원으로 위촉됐고, 당시 KBL 한선교 총재는 농구장 코트에서 박 전 코치에게 위촉패와 사원증을 목에 걸어줬습니다. [각주:3] 

 

당시 KBL은 박승일 전 코치에게 KBL 명예직원으로 월 급여 50만 원씩을 지급하고, 다양한 복지혜택도 KBL 일반직원 수준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각주:4]

 

KBL사원증을 목에 걸었던 박승일 전 코치는 "프로농구 현장에 나설 수 없는 몸으로 마음이 아팠는데, KBL에서 나에게 의미 있는 명예직원 자격을 줘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각주:5]

 

 

박승일 전 코치는 2013년 8월부터 KBL로부터 월 50만 원의 급여를 받다가 2014년 6월이 지나면서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박 전 코치는 2014년 5월 KBL(한국프로농구연맹)총재가 바뀌는 시점이라 행정적 착오가 벌어졌다고 믿었습니다.

 

김영기 KBL총재의 임기가 시작된 7월부터 11월까지 박승일 전 코치는 급여를 받지 못했고, 사실상의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KBL을 믿고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박승일 전 코치에게 남은 것은 그저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배신감뿐이었습니다.

 

 

KBL의 일 년 예산은 대략 200억 원이라고 합니다. 보통 농구 시즌마다 앞에 붙는 기업명은 평균 20억 원 이상의 후원을 해야 가능합니다.

 

박승일 전 코치가 11개월 동안 받았던 급여는 고작 550만 원이었습니다. 1년을 다 채우고 연봉으로 따져도 600만 원에 불과합니다.

 

한 해 수백억 원의 돈을 쓰는 KBL에서 600만 원의 급여가 아깝다고 박승일 전 코치를 해고한 셈입니다.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루게릭병을 알리고 돕자면서 얼음물을 뒤집어썼습니다. 아이스버킷챌린지 열풍이 불자, 정치권에서는 희귀병 환자를 위한 법을 만들겠다며 나서기도 했습니다.

 

아이엠피터도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하며 '불치병은 없으며, 함께 손을 잡아준다면 우리는 반드시 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각주:6]

 

그러나 지금 불과 몇 달이 지났지만,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루게릭병 환자들은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보도해주는 언론도 없고, 뉴스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평생 농구선수로 살다가 농구 유학을 마치고 국내 최연소 농구코치를 시작하다 루게릭병으로 좌절했던 박승일 전 코치에게, KBL 사원증은 단순한 돈 이상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루게릭 환자를 돕기 위해 6,700만 원을 기부했던[각주:7] 박 전 코치에게 KBL사원증은 돈보다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농구계에서 인정해준 증거였고 희망이었습니다.

 

10년 넘게 힘든 투병생활을 버티던 박승일 전 코치에게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통해 가졌던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이제는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했는지조차 사람들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놀다 싫증 나면 버리는 '장난감'이 아닙니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사람을 살리겠다고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동참했던 분들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박승일 전 코치가 계속해서 KBL명예직원으로 남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 주시기 바랍니다.

KBL자유게시판:http://www.kbl.or.kr/fan/free/board_list.asp

KBL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bl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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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승일희망재단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박승일 전 코치를 통해 루게릭병환자와 가족을 위해 2010년 설립됐다. http://www.sihope.or.kr/ [본문으로]
  2. 루게릭병 환자 박승일, 감동의 '아이스 버킷 챌린지' 스포츠서울 2014년 8월 20일 http://goo.gl/0vxZJ5 [본문으로]
  3. [프로아마최강전] 박승일 코치 KBL 명예직원 위촉식 점프볼 2013년 8월 15일 http://goo.gl/MFKVFr [본문으로]
  4. '루게릭 투병' 박승일 KBL 명예직원, 11개월 만에 정리해고 MK스포츠 2014년 11월 25일 http://goo.gl/a85Q2G [본문으로]
  5. 박승일 전 코치는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안구를 이용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본문으로]
  6. 아이엠피터도 루게릭환자보다 정치적성향으로 아이스버킷챌린지에 이용했음을 고백하며, 앞으로 루게릭환자와 관련한 정치와 법안 통과 글로 죄송한 마음을 대신하려고 한다. [본문으로]
  7. 루게릭 ‘눈’으로 나누다 … 7년째 투병 박승일씨 6700만원 기부 중앙일보 2009년 6월 27일 http://goo.gl/fsYSem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