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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이석기 내란음모 무죄에 대한 조선일보의 반응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이민걸)는 11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내란선동 행위는 명백히 인정되지만 내란음모죄는 법률상 요건인 2인 이상의 내란범죄 실행의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이석기 의원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하고, RO실체가 불분명하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 1심의 징역 12년, 자격정지 9년보다 겨우 3년밖에 감형하지는 않았습니다.

내란음모 성립은 어렵다고 누차 말씀드린 바 있었는데, 2심 법원은 결국 그렇게 판단을 했네요. 국보법 유죄야 법과 판례가 있는 한 피하기 어려운 것이었고.... 법리상 성립가능성은 내란음모보다 내란선동이 훨씬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여전히 이 정도의 추상적 의견진술을 '내란선동죄'로 처벌하는 것이 합당한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폐지되어도 무방한 국가보안법과는 달리 내란선동죄 자체는 있어야 겁니다. 하지만 그것을 적용하려면 내란을 야기할 수 있는 구체성과 현재성이 있어야 할텐데.... 이석기 의원의 모임에서의 토론내용은 '의견 교환'에 가깝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 의견에의 동의 여부를 떠나 법으로 처벌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여하튼 내란음모가 무죄 나온 것은 사필귀정이지만, 2심 판결이 (지금까지 거의 적용되지 않아왔던) '내란선동죄'의 새로운 활용 여지를 열어준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의 의견>


법리적 해석과 판단이 법학자 사이에서도 논란이 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 사건은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였습니다.

그 중에서 자칭 보수라 칭하는 조중동에게는 엄청난 먹잇감이었습니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사건이 불거지는 시기,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수사가 진행됐지만, 조중동은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기사를 두 배 이상 쏟아냈습니다.


조중동의 1일 평균 보도량을 보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8.3건이었고, 내란음모 혐의는 35.4건이었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보다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에 엄청난 힘을 쏟은 조중동, 그 중에서 조선일보는 이석기 내란음모 무죄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조선일보, 내란선동은 크게 내란음모는 작게 처리'

조선일보의 1면을 슬쩍 본 사람은 이석기 의원이 모두 유죄를 받은 것처럼 착각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8월 12일 화요일 1면에 <이석기, 체제전복 내란 선동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습니다.

작게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 선고>라는 글자가 있지만, 제목의 기사에 비해 작습니다. 여기에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 국가보안법 위반도 유죄'라는 문장을 앞에 내세움으로 이석기 의원 사건 판결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할 소지가 보입니다. 언론이 중립성을 가지고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 혐의 중 유죄 인정 부분만 더 많이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의 편향적인 보도는 1면에 이어 3면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원, 이석기 일파, 내란 실행위한 조직 능력 갖춰>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실제 재판부는 '내란범죄를 결의하고 실연한 개연성은 인정된다'고 했지, 실질적인 내란에 대한 조직과 능력은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계속해서 검찰의 주장이나 <이석기 정치적 사망. 형 확정땐 67세까지 출마못해> 등의 기사를 통해 한쪽의 주장만 지면에 싣거나 형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정치적 사망에 이르렀다는 단정을 스스로 내렸습니다.

이석기 의원 사건에 대한 조선일보의 기사들은 대부분 이 의원에 대한 편향적 보도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종북 공격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조선일보'

우리가 조선일보를 보면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현재 진행 중인 변희재 씨에 대한 '종북 명예훼손' 관련 기사의 논조입니다.


서울고법 민사 13부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에 대한 변희재 씨의 종북 공격이 "명예훼손"이라며 1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재판부에 대한 판단에 대해 '정치인 이념 검증, 언론 역할 버리란 말인가'라는 문장을 통해 변희재씨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연진 사회부기자는 <종북을 종북이라 부르면 안 되는... 화성에서 온 판결인가>라는 기자수첩에서 '종북이란 말은 재판부의 판단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친일파, 수구, 꼴통이라고 비판받는 정치인들이 있는 것처럼 종북도 북한 김씨 왕조체제를 감싸는 태도를 보일 때 쏟아지는 일종의 정치적 수사였다'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최연진 기자의 말이 궤변인 이유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종북'은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과 같이 무고한 양민들이 단지 보도연맹원이었다는 이유로 학살됐습니다. 그들은 공산주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던 순진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순간 그들은 죽어야만 했습니다.


종북은 단순히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빨갱이'라는 단어를 바꿔 부르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빨갱이라고 낙인을 찍히는 순간 벌어지는 광풍을 그녀가 기억한다면 절대 종북을 단순한 정치적 수사(修辭)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종북'이라는 단어를 단순한 정치적 수사(修辭)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는 변희재를 비롯한 자칭 보수 단체에는 '종북척결'을 외치며 마치 보도연맹 학살 사건처럼 무고한 사람들을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진보성향을 가진 매체나 여론의 입을 다물게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종북'이라는 형태가 실체로 나타나 진짜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둔갑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가 그토록 이석기 사건에 지면을 할애하고 공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종북의 실체가 되어야만 앞으로도 '종북'이라는 단어를 통해 정적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8월 12일 사설에서 이석기 사건을 논하고 바로 밑에 <세월호 유족 옆에 나타난 광우병 선동 세력들>이라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조국,공지영 작가 등을 비롯해 백낙청, 함세웅 신부 등의 인물을 비롯한 단체들이 어떤 선거 때나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선동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자칭보수세력들은 정치,사회적 대결 구도에 있는 인물들을 선동꾼이나 선동세력으로 만들고 이후에는 '종북'이라는 가시 면류관을 씌어 놓습니다. 이후 '종북척결'을 주장하며 그들을 십자가에 못을 박아 제거하려고 합니다.

[정치] - 이석기 '내란음모'가 몰고 온 광풍의 나라

대한민국 사회에서 '종북'이라는 단어는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자 지독한 누명이었습니다.

이석기 의원 사건을 어떻게든 '종북'의 실체로 만들려는 조선일보와 자칭 보수세력들을 보면서, 아직도 이 땅에는 사상을 빙자한 정적 제거의 암울한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음을 또 한 번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