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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한 가닥에 울고 웃는 아이들



여느집 아이들도 그렇겠지만, 에스더와 요셉이는 면을 참 좋아합니다. 라면,국수,스파게티,짜장면,냉면, 가릴 것 없이 모두 잘 먹습니다. 그래서 집에 쌀이 떨어져도 걱정하지 않아도 국수가 떨어지면 조금 불안해집니다.

가족 4명 중 아내를 제외하고 다 면을 좋아하니, 외식으로 짜장면만큼 좋은 음식이 없습니다. 물론 아내 입장에서는 오랜만의 외식이 짜장면이니 그리 달갑지 않을 때도 잦습니다.

특히 육지에 가서 시켜먹는 배달 짜장면은 할머니,할아버지를 보러 서울에 가는 즐거움보다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아이엠피터 집에서는 짜장면 배달이 불가능한 산골)

' 입에 터지도록 먹는 면의 즐거움'

면을 좋아하니 잘 먹는 일이 당연하겠지만, 아이들은 해도 해도 면을 너무 잘 먹습니다.


또래 보다 큰 편에 속하는 요셉이는 항상 짜장면 한 그릇을 혼자 다 먹습니다. 가끔 탕수육이나 만두가 있던지, 그 전에 밥을 조금이라도 먹었다면 모르겠지만, 요셉이에게 짜장면은 나눠 먹는 음식이 아니라 그냥 혼자 먹는 양에 불과합니다.

육지 할아버지 집에 가면 배달이 된다는 편리함에 짜장면을 자주 시켜먹지만, '점심 뭐 사줄까?'하면 언제나 변함없이 '짜장면'을 외치는 면식이 요셉이입니다.


면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하는 에스더는 뜨겁지만 않으면 모든 면을 입에 한 가득 넣습니다.

가뜩이나 볼살이 통통한 얼굴인데, 여기에 면을 한 숟가락 넣으면 정말 볼이 터질 듯해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잘 먹어도 아빠 입장에서 저렇게 많이 먹으면 혹시 탈이 날까봐 걱정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에스더와 요셉이는 다른 음식 먹고 탈 난적도 별로 없지만,  면을 먹었다고 배가 아프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 에스더의 면 길이 흡입 법칙'

아직 5살 (만 3살) 에스더는 면을 먹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일명 '면의 길이'에 따른 법칙입니다.


국수나 라면이나 면이 짧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아주 간단합니다. 면을 쳐다보고 일단 환하게 웃고 그냥 고개를 들고 면을 입에 넣어주면 됩니다.

아주 쉽죠.


중간 길이의 면을 먹을 때 에스더가 애용하는 방법은 손바닥에 면을 놓았다가 한입에 먹기입니다. 이 방법은 면을 더 많이 먹을 수 있도록 에스더가 스스로 고안(?)해낸 방법입니다.

다만, 이 방법은 뜨거울 경우 손바닥도 데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방법은 최고 난도의 면 먹기 방법입니다. 보통 긴 면이나 뜨거운 면이 포크에 걸렸을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먼저 면을 최대한 높이 듭니다. (간혹 에스더의 팔 길이를 넘을 경우는 에스더도 포기) 그리고 면 온도를 혓바닥으로 살짝 측정한 다음, 뜨거우면 약간씩 흔들어줍니다.

조금 면이 식었다 싶으면 면을 입 주변으로 최대한 붙인 다음 혓바닥을 사용해서 입에 넣어주면 됩니다.

' 면을 향한 사랑과 전쟁'

면을 좋아하는 아이들 때문에 면을 먹을 때마다 한 번씩 전쟁이 벌어집니다. 가장 먼저 아내가 면을 싫어하고 건강상의 문제를 들어 면 요리를 잘 해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무리 아내가 면 요리를 해주지 않고 싶어도 아이들과 남편이 좋아하니 나름 집에서 스파게티나 짜장면을 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재료비와 시간을 따지면 차라리 사 먹는 편이 저렴하고 쉬울 수도 있지만, 산골에 사니 나가서 사 먹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국수는 항상 육수를 별도로 끊이니 그다지 문제 될 것이 없지만, 라면이 항상 문제입니다.

간단하게 끓여 먹을 수 있는 라면이지만, 맵거나 짜고 기름진 면을 에스더에게 먹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면을 삶아 에스더 면만 건져낸 후 찬물에 다시 헹궈줍니다. 그래도 에스더는 면 자체를 좋아하기에 늘 잘 먹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생라면입니다. 요셉이와 에스더는 라면을 주지 않으면 몰래 창고에 들어가 라면을 가져다가 생으로 먹기도 합니다.

주책없이 아빠가 함께 먹어주면 좋으련만, 단독으로 생라면을 먹으려면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생라면을 먹지 말라고 야단을 치면, 에스더는 늘 울음과 애교 작전을 구사하면 어떻게든 먹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래도 엄마는 웬만해서는 허락하지 않습니다.

간혹 생라면을 놓고 벌이는 식탁 위의 전쟁은 중립국 아빠의 개입에 따라 해결이 되기도(같이 먹기) 전쟁의 상처만 남기고 그저 쓸쓸히 잠자리로 복귀하기도 합니다.

' 만족할 수 있는 삶'

면을 좋아하고 잘 먹어도, 아빠,엄마는 무한정 아이들이 면을 많이 먹게 할 수는 없습니다. 성장기 아이에게 필요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면을 더 주지 않겠다는 엄마의 외침에 에스더는 늘 울음을 터트리며, 더 달라고 외칩니다. 그러나 엄마는 적정량이 넘으면 잘 주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그런가 봅니다. 면이 맛있고 좋아하니 무조건 더 먹고, 매일 먹고 싶다고 먹을 수 없는 것처럼 인생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매일 생겨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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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이엠피터에게는 글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렁각시가 있습니다. 글만 쓰는 아이엠피터에게 후원자는 존재들은 몰래 다가와 어깨도 두드려주고, 커다란 쌀독에 맛있는 쌀을 채워주기도 합니다.

후원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는 아이엠피터에게 이만큼의 후원자가 있다는 자체만으로 참 신기한 일입니다.

인생에서 만족하는 사람에게 주는 기쁨은 그것을 통해 항상 작은 일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필요할 때마다 채워주는 후원자의 정성을 바라보면 너무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에스더가 맛있게 먹는다고 저 음식이 꼭 맛있으리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음식의 가격이나 장소에 상관없이 간단한 음식으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의 종류와 가치를 깨닫기도 합니다.

6월 한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그동안 작은 일이지만, 나를 도와줬던 분들은 없었는가 생각해보면서, '아 세상은 이렇게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이 많구나'라는 기쁜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요셉이와 에스더를 보면 비싸고 화려한 밥이 아니라 면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세상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