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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투표독려 현수막 불법 VS 지방선거 황금연휴


6.4 지방선거가 불과 54일을 남겨 놓으면서, 거리 곳곳에는 선거 관련 현수막이 우후죽순 걸려 있습니다.

요새 가장 많이 내걸린 현수막은 투표독려 현수막입니다. 말이 투표독려 현수막이지 투표독려 현수막에는 지방선거 출마 예비후보자들의 이름이 있어 거의 선거용 현수막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직 당내 공천이나 경선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예비후보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이렇게 투표독려 현수막을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 투표독려 현수막은 불법일까요?'

많은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후보자의 이름을 내거는 투표독려 현수막이 혹시 불법이 아니냐는 점입니다. 결론부터 알려드리면 합법일 수도 불법일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면 투표독려 현수막은 불법이 아니지만, 어디에 설치했느냐에 따라 불법이 될 수 있습니다.


선거법 제58조에 따라 정당이나 후보자 이름이 너무 크지만 않으면, 투표독려 현수막은 불법이 아닙니다. 그래서 선관위는 투표독려 현수막을 제재하거나 철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행안부와 지자체가 주관하는 옥외 게시물법에 따라, 지정된 게시대가 아닌 곳에 현수막을 설치하는 행위는 불법이라 철거 대상이 됩니다.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되지 않은 현수막은 모두 옥외 광고물 관리법에 따라 철거 대상이 됩니다. 내용이 투표독려라고 해도 상관없이 그냥 불법 현수막이 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현직 시장이 상대방 예비후보의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철거를 한다는데, 순수한 투표독려 현수막이라면 선거 방해와는 상관이 없고, 불법은 불법이니 철거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중요한 점은 현재 게재되는 투표독려 현수막에 정당과 후보자의 이름이 있는 경우, 반드시 경비를 공동으로 부담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예비후보가 자신의 돈으로 현수막을 설치하면서 정당명을 게재했다면 이는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습니다.


' 묻지마 선거 현수막, 박근혜 사진 1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수막에 가장 많이 나오는 인물 1위는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새누리당 예비후보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자신의 선거운동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이용하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과거에 찍었던 사진을 올리는 것도 합법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합성이었다면 그것은 불법이 됩니다.

특히 유력인사의 위치를 바꾸어 새로운 사진으로 가공하는 부분도 공직선거법 제250조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이 새누리당 예비후보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얻는 이유는 후보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냥 박근혜 대통령과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만으로 후보자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고 인정한다는 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11월 30일 부산의 서동시장을 찾아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약속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수백 명의 부산 시민 앞에서 "부산 시민 여러분들이 바라고 계신 신공항, 제가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했습니다.

그녀는 선거가 끝나고 대통령에 취임하자, 그 약속은 까맣게 잊었는지,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박근혜 정부 5년 추진 140개 국정과제 가계부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방에 가서는 약속하지만, 지방보다는 중앙집권 세력의 입장에 따라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입니다. 결국,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후보자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고 지역주민에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노령층이나 보수세력에 특히 심한 '박근혜 사진= 묻지마 투표'는 진정한 지방자치의 의미를 퇴색시키거나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TV에서 방영되는 맛집을 실상 가보면 그다지 맛이 없거나 실망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경험했습니다. 똑같습니다. 언론과 방송, 사진에 박근혜 대통령과 후보가 나왔다고 그 맛을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습니까?

맛집이라고 다 맛있는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굳이 그 먼 곳까지 시간과 돈을 들여서 확인하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 투표독려 현수막보다 더 심각한 6.4지방선거 황금연휴'

정치권에서는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치열한 공천 경쟁이나 선거 전략이 난무하지만, 실제 유권자들은 그다지 별 감흥이 없습니다.

솔직히 구의원이나 시의원 후보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그냥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냐, 아니냐의 차이를 겨우 구분할 정도입니다.


유권자들은 6.4지방선거에 나오는 지역 후보자는 모르지만, 날짜는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날부터 징검다리 황금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6.4지방선거 수요일 다음 날인 목요일은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재량휴업일로 운영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6월 6일 현충일과 토요일, 일요일을 합치면 최장 5일간의 연휴가 될 수 있습니다.

제주에는 이 황금연휴에 놀러 오는 사람들이 숙소를 구하기 위해 벌써 난리입니다. 6.4지방선거를 기다리는 이유가 지역 일꾼을 선출하는 기대감이 아니라 놀러 가기 위해서입니다.


6.4지방선거 황금연휴 때 놀러 가도 괜찮습니다. (물론 현충일은 연휴가 아니라 우리가 기억해야 할 날이지만 ㅠㅠ) 왜냐하면 이번에는 사전투표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6월4일 지방선거일 전인 5월 30일 금요일, 5월 31일 토요일,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전국 읍면동사무소 아무 곳에나 가서 신분증을 제출하면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사전투표는 굉장히 좋은 제도입니다. 그래서 많이 활용하면 좋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전투표가 사전에 그다지 홍보가 잘 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미지는 선관위가 아닌 아이엠피터가 사전투표를 홍보하기 위해 직접 만든 이미지입니다.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이 자신들의 선거운동이나 할 줄 알았지,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이 없으니 유권자들도 사전투표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또한, 선관위도 그냥 대충 문구 몇 자 적어 놓고 현수막 몇 개 거는 형태의 사전투표 홍보를 하는 점도 문제입니다.

투표독려 현수막을 거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정말 '사전투표'의 순기능을 알리려고 노력했는지, 아니면 어떻게 하든 자신의 이름만 알리려고 했는지 마음속 깊이 반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선이 목적인 정치인보다, 진짜 지방자치를 제대로 할 정치인을 뽑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