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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재빠른 국정원 압수수색? 박근혜의 '선거' 구하기


 

간첩사건 증거조작 파문으로 국정원 본원이 2005년 '안기부·국정원 도청' 사건, 2013년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에 이어 세 번째 압수수색이 이루어졌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재빠른 강제 수사’, ’말 맞추기 차단‘,’ ‘진상조사’라는 말을 사용하며 검찰의 국정원 압수 수색을 마치 제대로 된 수사를 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은 속칭 짜고 치는 고스톱은 물론이거니와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을 어떻게 유지하려고 하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 증거는 사라지고 쇼만 남은 압수수색’

국정원의 압수수색은 한 마디로 쇼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져도, 국정원이 협조하지 않으면 관련 자료 하나 검찰은 찾아낼 수도 가져갈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의 압수수색은 3월 10일 오후 5시에 이루어졌습니다.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3월 9일 일요일 오후 2시 김진태 검찰총장은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형사사법제도의 신뢰와 관련된 문제, 신속하게 법과 원칙대로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3월 9일 일요일 오후 9시 국정원은 보도자료도 아닌 이메일로 기자들에게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3월 10일 월요일 오전 10시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증거자료에 위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고, 3월 10일 오후 5시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검찰은 절대로 국정원을 수사할 수 없었다.

검찰은 이미 2월 14일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졌지만, ‘섣부른 압수수색은 진상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정원 스스로 문을 열 수밖에 없을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이 말은 국정원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국정원을 강제로 수사할 수 있는 조직은 대한민국에는 없다는 말입니다.

일요일 밤에 이루어진 국정원 발표문

일요일 밤에 국정원은 이메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국정원은 아마 검찰과 사전 조율을 끝냈고, 이에 따른 자신들의 변명을 위해 형식적으로 사과문이랍시고 메일을 배포한 것입니다.

대통령 모양새 갖추기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지 않다가 검찰 총장 한 마디에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청와대와 검찰, 국정원의 사전 협의가 있었고, 이후 월요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원 협조 당부를 통해 모양새를 갖추었다고 봐야 합니다.

몇 달을 끌어오던 증거조작 수사가 갑자기 27시간 만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법과 원칙보다는 검찰과 국정원, 청와대가 이번 사건을 어떤 방향으로 해결하겠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왜 갑자기 국정원 압수수색을?' 

증거 조작에 대한 많은 증거가 나왔는데도 가만히 있던 검찰과 국정원, 청와대가 왜 수사에 협조하고 국정원 압수수색을 했을까요?

간단합니다. 6.4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간첩조작 사건 파문이 계속된다면 꺼져가는 '박근혜 심판론'이 탄력을 받아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6.4 지방선거에 박근혜 심판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겨레 조사에서는 서울,경기,인천,부산 등 대도시 지역 유권자 40%이상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견제와 심판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40% 이상이 박근혜 심판론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시점에 국정원의 간첩 증거조작이 더 큰 이슈로 변하면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패배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속하게 국정원 수사를 마무리 짓고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논의가 이미 청와대,검찰,국정원에서 이루어졌으며, 이에 따라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언론도 이런 방침에 따라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여 남재준 국정원장을 겨냥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아일보는 국정원이 조작한 증거가 오히려 중국 정부의 견제 때문에 위조라고 판명이 났다는 기사를 내보냈었습니다. (2월 16일 기사)

2월 20일에는 관인 위치가 다른 이유가 '한꺼번에 발급받아'라는 국정원 해명 그대로 기사에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국정원을 옹호하던 동아일보가 돌변하여 남재준 국정원장의 책임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조중동의 이런 변화는 '공안통치'의 주역이었던 박근혜 정권의 문제점을 단순히 '국정원 개인의 책임'으로 마무리하고 이 사건을 조기에 해결, 6.4 지방선거에 임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박근혜 정권과 국민' 

국정원 압수수색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수사를 지시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별로 그럴 마음이 없습니다.


언론이 대서특필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의 국정원 수사 협조 지시 내용을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찾아봤습니다.

3월 10일 '제3차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 관련 브리핑'에는 국정원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은 언론에는 나오지만, 공식적으로 청와대에서는 국정원 사건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로 봐야 합니다.

국정원을 수사하지 못하는 검찰, 증거를 조작해서 간첩을 만들어낸 국정원이라는 문제를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고 (청와대 주재기자들에게만 알리는 사실 자체가 문제) 있는 부분은 '공안 통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이엠피터는 국정원 관련 이슈가 3월 10일에 이루어진 이유가 병·의원 휴진이 예정된 날짜와 맞추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국정원의 문제보다 병·의원 휴진에 더 관심있는 국민들은 언론들이 쏟아내는 '아픈 아이, 애태운 엄마','아이 볼모' 등이라는 단어에 공감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엄정대응>을 찬성하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의료민영화는 찬성하면서 병·의원 휴진에 대해서는 공공성을 강조하는 이런 이중성에도 국민은 무조건 박근혜 대통령의 <엄정대응>만 기억합니다.

야당이 국정원 특검을 요구하고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심판론이 불붙기 전에 박근혜 정권과 언론은 새로운 이슈를 터트릴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국민들의 시선은 연예인 열애설 등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릴 것입니다.

'정권을 지키기 위하는 것이 나라를 구하는 일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증거조작도 할 수있다'는 생각을 가진 국정원이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은 공정할 수가 없습니다.그런 국정원의 범죄에 <엄정대응>하지 못하고 <수사 협조>만 당부하는 사람이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