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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한국판 '더러운 전쟁' 시작하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시국미사'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천주교 신자로 구성된 민주당 가톨릭신도위원회는 김병상,함세웅 신부가 집전하는 '민주주의 회복과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열었습니다.

원래 '시국미사'로 진행하려던 이번 미사는 다시금 논란이 생길까 봐 '기원미사로' 명칭을 바꾸어 30여 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문재인 의원은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종북몰이가 도를 넘었다. 미사에서 한 사제의 강연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를 한다는데, 아마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전세계 가톨릭의 공분을 사는 일이 아닐까 싶다.>며 "부끄러운 행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문재인 의원의 주장대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를 둘러싼 고발과 종북몰이가 부끄럽고 분노를 느끼는 일인지,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정리해봤습니다.

'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진짜 교리를 위반했는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를 비난하면서 나오는 근거 중의 하나가 바로 '가톨릭 교리'를 위반했다는 주장입니다. 조중동 언론은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가톨릭 교리에서는 사제의 정치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대주교의 쓴소리, 사제 정치개입은 잘못> 조선일보
<뜻 다르면 추기경도 공격,,,교회법 어기고 도넘은 정치발언> 동아일보
<가톨릭 교리, 사제 정치개입 금지> 중앙일보


조선,중앙,동아일보는 계속해서 가톨릭 교리에서 사제의 정치개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가톨릭 교리 285조에서는 사제가 국가 기관의 공직을 맡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287조에서는 정당이나 노동조합에서의 직접 개입도 하지 말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어떤 교리에서도 가톨릭 사제가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앞서 금지했던 정당,노조 가입도 교회의 권리 수호나 공동선 증진을 위해서는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도 있습니다.

박창신 원로신부가 어떤 정당에 가입하거나 공직을 맡은 것이 아니라면 그의 발언과 행동은 가톨릭 교리를 위반한 것이 아닙니다.

' 수녀를 비행기에서 바다로 던져버린 '더러운 전쟁'

아르헨티나는 군사정권은 1976년부터 1983년까지 납치,구금,고문,테러,정보조작을 자행하여 민주화 인사와 반군부 세력, 정치인,사회주의자 등 민간인 수만 명을 살해하는 '더러운 전쟁'을 벌입니다.


온 나라가 군사정권의 총칼 아래 신음할 때 프랑스 출신 수녀 레오니 뒤케는 아르헨티나 빈민가에서 활동하다가 체포됩니다. 그녀가 독재에 저항하는 시민과 단체를 도왔기 때문입니다. 

1977년 체포된 뒤케 수녀는 강제로 수용소에 구금됩니다. 이후 '야간비행'이라고 알려진 포커기종의 비행기에 태워 남대서양 상공으로 갑니다.  강제로 비행기에서 떠밀려 바다에 추락한 뒤케 수녀의 주검은 조류에 떠밀려와 바닷가 주민들에 의해 발견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도 교황이 될 당시에 '더러운 전쟁'에 침묵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었습니다. 예수회 사제 오를란도 요리오와 프란시크코 할릭스의 납치 사건에 '침묵', 이들이 결국 군에 끌려가게 했다는 논란이었습니다. 당시 베르골리오 추기경 (교황 전의 명칭)은 중상모략이라고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거리로 뛰쳐나가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워야 한다는 장문의 권고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말은 오히려 현실 정치에 침묵하는 성직자가 문제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박근혜의 한국판 '더러운 전쟁'

박근혜 대통령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가 열리자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대통령이 산적해 있는 정치 현안도 많은데 무려 25일 만에 주재한 청와대 회의에서 시국미사를 비난한 것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를 <국민 분열을 야기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정홍원 총리는 <대한민국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북한의 지령>이라고까지 운운했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로메로 대주교를 암살하기 전에 그를 협박했던 엘사바도르 군사정권이 생각납니다. 로메로 대주교는 엘사바도르 군사 정권의 폭력과 독재를 규탄하며, '실종자 어머니 모임'과 '엘사바도르 시민 인권 위원회'를 설립해 군부에 대항했다가 암살당했습니다.

[시사] - 제주 강정마을에서 짓밟힌 '성체'에 담긴 의미

엘사바도르 군사정권은 로메로 대주교에게 ' 교회 일에나 전념하시지',' 사제복이나 벗고 정치하시지','이러다가 정말 재미 없을걸'이라는 갖은 협박과 위협을 가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박창신 신부에 대한 협박과 다를 바가 없을 정도입니다.


로메로 대주교처럼 박창신 원로신부도 한국에서 테러를 당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박근혜 정권은 이를 방조, 묵인하고 오히려 이용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야만 더는 그녀를 부정하는 '시국미사'가 열리지 않을 테니...


성직자가 나라를 생각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에 시국미사를 개최했습니다. 강론에서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온 나라가 그를 '종북'으로 몰고, 백색테러가 자행되는 수준의 위협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를 '빨갱이'로 몰고 사제복을 벗기고 강단에서 내려오게 하려고 합니다. 어쩌면 한 신부는 쫓겨나고 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교회, 즉 민중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