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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재보궐선거 패배가 '국개론' 때문이라고?



10.30 재보궐 선거가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투표율 33.5%를 기록한 재보궐 선거에서 경기화성갑은 62.6%로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포항시남구,을릉군은 박명재 새누리당 후보가 78.5%를 득표하여 당선됐습니다.

이날 재보궐선거는 10~20% 내에서 차이가 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민주당 오일용 후보는 29.1%, 허대만 후보는 18.5%의 득표만을 기록, 새누리당 후보들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습니다.

재보궐 선거가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나자, 야권 지지자들은 '어떻게 차떼기 정당 대표였던 71세 서청원이 화성에서 저렇게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나오는 것이 일명 '국개론'입니다. 국개론은 '국민개XXX론을 의미합니다. 국민이 나라를 망치는 일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여당이나 자칭 보수당에 몰표를 주는 행위를 비난하는 말입니다.

아이엠피터는 이번 재보궐선거를 '국개론'으로 몰고 가는 행동을 걱정합니다. 그것은 현실을 이겨내는 방안보다 당장의 화풀이 대상을 찾는 논리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왜 패배했는지 경기도 화성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처음부터 잘못된 정권심판론'

민주당은 화성 재보궐선거에서 '박근혜 정권 심판론'과 '서청원 후보 공략'이라는 두 가지 선거 전략을 가지고 선거를 시작했습니다.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서청원 후보는 화성과는 연관성이 없는 인물이었으며, 이는 새누리당의 전략 공천이었습니다. 민주당은 이런 점을 강조하며 서청원 후보의 과거 선거법 위반을 무기로 삼았습니다.

▲민주당이 박근혜 정권에 경고를 보내는 퍼포먼스를 하는 장면 ⓒ 경기신문


서청원의 비리와 새누리당의 낙하산 공천,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를 심판하겠다는 민주당의 전략은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민주당은 이런 새누리당의 문제를 가지고 박근혜 정권 심판론까지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정권 심판론이 선거까지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규모의 총선이나 대규모 재보궐선거에나 가능합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2개 지역으로 한정된 초미니 재보궐선거에서 이런 선거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대선 부정선거 의혹과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전통적인 여당 강세 지역에서 이런 주장은 시기상조였습니다. 민주당의 이런 전략은 철저히 야당 지지자들만을 생각한 반쪽짜리 선거 전략에 불과했습니다.

' 이기는 선거 전략과 모호한 선거 공약'

화성은 도농복합도시로 발전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제대로 기반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는 지역 중의 하나입니다. 화성 주민들이 가장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바로 교통문제입니다.

인구는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교통 여건은 그리 좋지 않아 주민들의 불편이 항시 제기되고 있는 곳이 바로 화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모두 교통 관련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와 민주당 오일용 후보 공약을 소개한 뉴스 자막 ⓒ KBS


똑같은 교통 관련 선거 공약인데,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의 공약은 '신분당선 연장선 추진'이라는 단순하면서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문구가 나왔습니다.

이에 반해 민주당 오일용 후보는 '핵심교통거점도시 육성'이라는 모호하면서 언제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성격의 선거 공약이었습니다.

유권자들이 봤을 때는 당연히 서청원 후보의 선거문구가 쉽고 빠르게 다가옵니다. 여기에 당선만 되면 새누리당의 당 대표가 될 수 있는 서청원의 막강한 정치적 파워가, 유권자들에게 '신분당선 연장선' 공약의 신뢰성을 더했습니다.

당장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한 후보와 모호한 후보의 선거 공약은 유권자들이 누구를 선택할지 이미 결정하게 만든 꼴입니다.

' 국개론보다 시민의식의 중요성을 인식하라'

아이엠피터가 국개론 중에서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 단순히 유권자를 선악으로 구분하는 행동입니다. 정의나 진실은 당연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유권자가 악이라는 생각은 우리가 경계해야 합니다.

유권자에게는 정치적 논리보다 더 중요한 '실리추구'라는 마음이 강합니다. 정치가 어떻게 됐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의식입니다.

▲화성 재보궐 선거 공약 현수막. ⓒ 노컷뉴스.


서청원 후보가 아무리 선거법 위반 범죄자이고, 낙하산이라도 우리 지역을 잘 살게 해주면 그뿐이라는 사고방식을 유권자들은 하고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국개론에서는 투표율이 낮거나 유권자의 이런 선택이 어리석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왜 민주당은 저런 선거 전략을 내세우지 못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유권자에게 실리와 명분을 줄 수 있는 선거 전략을 선택했어야 하며,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이런 점을 놓쳤습니다.



단순히 민주당의 선거전략이 실패했다고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민주당이 선거에 이기는 전략을 구사해도, 대한민국 선거의 자칭보수 지지율은 상당히 높습니다. 그래서 그 지지율을 무너뜨리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유권자의 행동과 표심을 바꿀 수 있는 도구로 아이엠피터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떤 정치적 구호를 내세우는 시민의식이 아니라, 우리 지역의 공동체를 위한 현실성 있는 시민 참여입니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을 찍는 이유는 '개인의 이익'이 '공동의 이익'보다 더 급하고 중요하다고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식을 변화시켜, 공동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동시에 발전해야 올바르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합니다.

단순히 '정권심판론'에 기대어 투표하자고 외치는 소리는 한계가 있습니다. 적극적인 시민참여가 이루어지면 정치적 무관심으로 벌어지는 투표율 하락도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을 지켰던 김구,안중근,이봉창,윤봉길,백정길 의사 등 애국선열의 묘역이 있는 효창공원을 국립묘지로 지정하는 움직임에 땅값이 떨어진다고 용산구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합니다.

프랑스 시민은 공공기관이나 교통이 파업으로 마비돼도, 불편함을 호소할지언정 노동자들의 파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두 나라의 모습이 다른 점은 시민의식의 차이입니다. 노동자가 파업하면 빨갱이들이 하는 짓이라며 정치적 색깔을 덧붙이거나, 애국을 외치면서도 땅값 떨어지는 꼴은 보지 못하는 생각의 차이는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 무엇부터 바꿔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대목입니다.

정치가 바뀌면 나라가 바뀐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시민의식이 밑바탕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정치인만 바뀌면 '실질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화성시민을 비난하기 보다, 근본적인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을 바꾸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정의가 이기려면 그 시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치를 존중하고, 가치를 지향하는, 옳은 것을 지향하는 갈망이 있어야 된다. 민주주의든 진보든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가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