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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침묵한다면, 탄핵이든 하야든 끝까지 간다.



18대 대선이 끝난 지도 벌써 10개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18대 대선은 아직도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유는 국정원,사이버사령부,국가보훈처 등의 국가기관이 대선 기간에 개입한 댓글 의혹과 관련 범죄를 수사해야 할 경찰,검찰,법무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선이 끝나고도 계속해서 나오는 충격적인 증거들은 여야의 '불공정한 선거 VS 대선 불복'을 넘어 국민들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점점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점점 사그라지지 못하고 격렬한 논쟁을 거듭하고 있는 18대 대선 관련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 방법론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18대 대선무효소송,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국민의 태반은 모르고 있지만, 현재 제18대 대선 선거무효확인 소송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18대 대선선거무효소송인단' (공동 대표 한영수,김필원, 1997명의 시민으로 구성)이 원고가 된 선거무효 소송의 피고인은 김능환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선거무효소송인단'이 제기한 소송은 크게 ① 전자개표기 (투표지 분류기)의 부분과 ② 수개표 확인 부분입니다. 소송인단은 18대 대선에서 이러한 불법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선거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인단이 제기한 무효소송이 힘을 얻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개표 과정의 문제점 때문입니다. 네티즌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여러 개표구에서 선거개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천시 선관위 개표상황표를 보면 투표지 분류 종료시각이 12월 19일 20시 57분이었는데, 위원장의 공표시각은 21시 18분이었습니다. 불과 21분만에 3,127매의 투표용지를 수작업으로 확인한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선관위는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월 17일에 국회에서 개표시연회를 했습니다. 이날 투표용지 6천 매 확인에 2시간이 넘게 걸렸던 점과 비교하면, 21분 만에 이루어진 위원장 공표시각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투표용지는 3,126매였지만, 투표수는 3,127매가 됐던 부분과 이런 현상이 구미,안동,강동구 등 전국 여러 곳에서 발견됐던 점은 18대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소송인단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선거무효 소송인단은 투표함,투표지 등에 대한 증거보전과 수개표 재검증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투표지 증거보전과 재검증 신청 등에 대해 '각하결정'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각하결정 이유로 '투표지 증거보전과 재검표 신청은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과 후보자에게만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의 이런 결정을 2002년 제16대 대선과 비교해봐야 합니다.

한나라당은 2002년 16대 대선이 끝난 5일 후인 12월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의 요청에 대법원은 전국 35개 지방법원에서 총 1,104만 9,311장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를 진행했다. 수작업 재검표 결과, 당시 노무현 후보는 816표가 줄었고, 이회창 후보는 단 88표가 늘었으며, 한나라당은 대국민사과를 했다.

민주당이 대선 직후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2002년 한나라당의 과정을 밟지 않겠다는 의도와 단순 의혹을 쟁점화하기 어려운 증거수집에 있었습니다. 

민주당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지금 새누리당이 뻔뻔하게 '대선 불복'이냐는 정치 공세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시민들의 선거무효 소송의 한계에 민주당이 어떻게든 함께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노무현처럼 박근혜도 탄핵당할 수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2월 24일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 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하며, 대통령이 뭘 잘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중앙선관위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공직선거법및 선거부정방지법'을 위반했다며 대통령 중립의무 준수를 요청했습니다.


2004년 3월 9일 한나라당 의원 108명과 민주당 의원 51명이 서명한 <대통령(노무현)탄핵소추안>이 발의됐으며, 3월 12일 국회의원 195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 193명, 반대 2명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사이버사령부,경찰,검찰 등의 대선 개입에 대해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면 탄핵사유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장은 어렵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석을 보면 새누리당이 153석으로 과반수 (51.3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127석(42.62%)과 통합진보당 6석,정의당 5석을 합쳐도 탄핵소추안을 발의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당장은 탄핵소추가 어렵지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이후 열린우리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152석을 확보합니다. 선거 전 47석에서 탄핵 사건 이후 무려 105석이나 얻은 것입니다. 

과거의 사례를 통해 2016년에 시행되는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수 의석 이상을 확보하고, 다른 야당과 합쳐 200석이 넘으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2017년 19대 대선을 불과 1년 앞두고 총선에서 야당이 과반수를 확보하고 대통령을 탄핵하는 일이 의미 있느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사망,사퇴 사유가 없는 한 지속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현상에서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있는 일입니다.

또한, 임기를 1년 앞두고 있더라도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끝까지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 수 있으며, 이것을 통해 19대 대선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도 있습니다.

'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국민, 박근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앞서 봤던 여러 가지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이 침묵을 계속 지키고 있을 경우입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투명하게 18대 대선과정에서 벌어졌던 불법적인 국가기관 개입과 새누리당의 문제를 처벌하면 대선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수혜자였던 사건을 쟁점화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수사방해'를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이승만 정권에서 벌어졌던 4.19혁명을 다시 재연하는 일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부정선거 사범 처벌'을 외치는 전국적인 시민의 목소리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승만을 '국부'로 미화하는 사람들 중에는 4.19혁명이 일어나기 전이었던 1960년 4월 12일 국무회의록을 통해 이승만이 '하야'를 결심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만약 이승만이 4.19혁명 전에 하야를 결심했다면, 박근혜 대통령도 이승만의 뒤를 이어 '선거에 문제가 있으니' '하야'를 하는 일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의 정치적 멘토 '박정희'를 본다면 아마 이것은 어려울 듯싶습니다. 박정희는 1979년 벌어졌던 부마항쟁 당시에도 국민과 대화가 아닌 총칼을 동원한 무력으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만약 박정희가 부마항쟁이 일어나고 열흘 뒤에 죽지 않았다면, 캄보디아와 같은 유혈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박정희식 통치를 재연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스타일로 봐서, 이번 18대 대선 해결 방식도 박정희식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18대 대선 문제를 해결할 가장 중요한 열쇠는 박근혜 대통령이 갖고 있습니다. 그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은 그에 맞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그 누구도 대한민국이 혼돈에 빠지는 것을 찬성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기 집에 들어온 도둑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는 집주인 또한 없습니다. 경찰이 도둑을 잡아 법원이 정당한 처벌을 내린다면 집주인은 수긍하겠지만, 경찰이 그 도둑을 놔둔다면 스스로 도둑을 잡아 범죄 행위를 낱낱이 밝혀낼 것입니다. 

국민에게는 18대 대선에 대한 선택의 폭이 그리 넓거나 희망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선거무효소송','탄핵','하야' 그 무엇이 됐든 국민은 나설 것입니다.

기나긴 싸움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무서운 일도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민이 늘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를 지켜왔듯이 2013년을 살아가는 우리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