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야기2013. 10. 26. 08:02


제주로 이주해 오는 인구가 부쩍 늘었습니다. 아이엠피터가 제주에 오던 2010년에만 해도 마을에 외지인은 서너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마을의 3분1이 외지인으로 구성된 마을도 생길 정도입니다.

제주로 내려오는 사람들은 많은 꿈과 희망을 품고 내려옵니다. 그러나 제주에 막상 와보면 제주살이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육지에서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 경우라면 제주살이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갑자기 급등한 부동산에도 돈이 있으니 턱하고 땅도 사고 별장 같은 집도 건축하면 됩니다. 은퇴연금이나 모아놓은 재산으로 굳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균 나이 30대 초반의 경우 전세금이나 소형 평수 아파트를 팔면 제주에서 겨우 집 하나 장만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이 문제입니다. 아이는 커 나가니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제주에서 직장 구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 전국 꼴찌의 급여를 받는 제주도'

육지에서 제주로 내려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 경력이 3~4년 이상 많게는 10년 이상의 전문가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제주에서 직장을 구할 때 가장 처음 부딪치는 장벽이 급여입니다.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우리지역 노동시장의 이해>를 보면 제주의 월 평균 급여액은 213만 6천 원입니다. 서울의 300만 7천 원보다 현저히 낮고, 대구 지역의 225만4천 원보다도 10여만 원이 적습니다.
 

사실 이 통계는 말 그대로 월평균입니다. 실제로 제주에서는 한 달 급여가 200만 원을 넘는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자신의 경력을 낮게 취급하는 제주라도, 육지에서 받던 월급의 3분1을 겨우 받을 정도입니다. (제주에서는 정규직도 보통 120~150만 원 사이)


제주에 사는 청년들의 무급가족종사자 비율이 40.7% (전국 평균 20.5%)입니다. 가뜩이나 취업 환경도 안 좋으면서 적은 급여를 받느니, 가족의 농사를 돕는 일이 훨씬 경제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제주에서는 자신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회사도 별로 없거니와, 경력직이라도 그다지 대우를 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워낙 취업 시장이 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직장 구하기는 거의 포기하고 살아야 합니다.

' 근로기준법 위반은 당연,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제주'

자신의 경력을 포기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직장을 구해도 문제는 있습니다. 제주의 직장 문화는 육지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통 괸당문화로 이루어진 제주에서 육지인 한 두명은 직장 생활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들의 말(제주 사투리)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제주 직장 문화입니다. 

영업이나 업무도 괸당문화답게 서로서로 아는 지인들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육지에서 내려온 사람은 영업이나 업무면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직장문화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황당한 근로여건은 직장생활의 회의를 느끼게 합니다.


아직도 대한민국 직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회사가 많지 않아도, 제주는 더 심합니다. 그나마 제주에서 가장 직장이 많은 관광업계 회사들은 근로기준법이 무엇인지조차 모릅니다.

1일 12시간씩 주 5일을 근무하면 60시간입니다. 근로기준법에는 주 40시간, 노사 합의하에 최장 12시간을 더해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위반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근로외 수당이나 상여금 등은 말조차 하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더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합니다.

급여도 낮고, 직장 문화도 어렵고 근로기준법조차 지키지 않는 회사 생활은 제주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듭니다.

' 농사라도 하면 된다고? 반나절 만에 도망치는 사람들'

제주에 내려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 생활이 싫어서 내려 오니 게스트하우스나 카페 등을 합니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 천개가 넘는 게스트하우스나 수많은 카페에서 성공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 시간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직장도 어렵고, 게스트하우스나 펜션, 카페 등도 힘들다면 그냥 농사나 짓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주 농사는 대농(보통 몇만 평 이상) 정도 되어야 경제적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땅을 많이 사거나 임대를 해도 트랙터를 비롯한 장비 구입, 수확이 있기 전에 지급되는 인부들 일당, 비료,농약 대금 등은 대출받지 않으면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농사도 배우고 돈도 벌려고 하는 사람들은 밭농사 인부로 나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농사일을 해보지 않은 외지인들을 인부로 쓰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제주에서는 보통 밭농사 인부를 용역 회사를 통해 하는데, 일당 5만 원에서 6만 원 사이 인부들은 대부분 할머니들입니다. 할머니들이야 평생 농사를 짓던 분들이라 손쉽게 합니다. 그러나 농사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침 6시부터 시작한 농사일을 한 두 시간만 해도,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밭농사를 시작한 사람 중에는 점심나절에 도망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제주 할머니들이 사투리로 하는 말도 알아듣지 못하니 일을 제대로 하기도 어렵거니와, 일을 못 하니 밭주인이나 할머니들의 눈초리를 견뎌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11월 중순이면 시작되는 감귤따기도 그리 쉽지 않습니다. 감귤 농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하루에 노란색 컨테이너 박스(보통 20Kg) 40개를 채워야 하는데, 이 정도는 어릴 적부터 감귤따기를 했던 사람이나 할머니들 이외에는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상품성 있는 귤만 제대로 꼭지를 따서 (꼭지를 제대로 자르지 않으면 귤끼리 상처가 나서 금방 썩는다.) 컨테이너에 채워야 하는데, 할머니들의 손놀림을 초보인부들은 결코 따라갈 수 없습니다.

제주에서는 감귤수확 철이 되면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지만, 그것은 숙련된 할머니들이고, 농장주들은 숙련되지 않은 외지인들을 그리 선호하지 않거니와 잘 쓰지 않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유독 제주에 살면서 비판적인 글을 올립니다. 그 이유는 제주에 오지 말라는 소릴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제주를 제대로 알고 와야 한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제주는 본래 척박한 땅이었기에 힘든 직장이나 적은 급여, 어려운 농사일도 마다치 않고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 문화를 이해하지 않고 제주에서 사는 일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힘들 수 있습니다.

그저 환상만 가지고 제주에 오면 아픔도 시련도 겪습니다. 그래서 제주에 오려면 거센 파도를 헤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거센 파도를 헤치면 육지에 닿을 수 있듯이 자신만의 독특한 창업 컨덴츠나 틈새 취업을 노린다면 제주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마음만 앞서고 나침반이나 암초가 표시된 지도를 갖지 않고 배를 타면 분명 곤경에 처할 수 있습니다. 제주에 오려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지도와 나침반을 꼭 준비해서 제주에 왔으면 합니다.

Posted by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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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동욱

    항상 좋은글감사 합니다. 새겨 듣겠습니다.

    2013.10.26 09:25 [ ADDR : EDIT/ DEL : REPLY ]
  2. 현실과 생각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더구나 타지로 가는 삶은 많은 준비와 용기가 필요해요

    2013.10.26 12: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희망이

    서울에서 살다가 저는 거제에 살고 있습니다.
    거제도는 조선소가 있기 때문에 일자리가 많습니다.
    이곳은 어린이집이 너무 많습니다.
    한가정 두자녀는 기본이며,,,셋,,넷,,,가정도 있습니다.
    아마도 거제도는 우리나라 마지막 기회의 땅이 아닐까,,,싶을 정도로 좋습니다.
    거제도 소식도 한번 다뤄주세요,,,좋은 소식으로 ~~ ^^

    오늘도 좋은 글 읽고 갑니다.

    2013.10.26 15:54 [ ADDR : EDIT/ DEL : REPLY ]
  4. drez

    서울생활을 접고 제주에 내려온지 채 1년도 안된 이주민(?)입니다. 정말 너무나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환상같은거 가지고 내려오실 분들에게 강제로라도 읽으시라고 하고 싶네요. ^^

    2013.10.26 16:21 [ ADDR : EDIT/ DEL : REPLY ]
  5. 햇살고운날

    제주에서 반백년 가까이 살아온 사람보다 더 제주도를 잘알고 객관적으로 보는 시야에 늘 감탄합니다. 오늘도 여전히 좋은글이네요.

    2013.10.26 21:48 [ ADDR : EDIT/ DEL : REPLY ]
  6. 제주도를 해안길도보 300킬로 가보았습니다,
    ,작은포구에서 만나는 제주도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아니었습니다

    언론에서 나오는 성공사례는없더라고요,,,, 연예인휴먼스토리 , 돈많은 자칭 낭만주의자 들의 허세
    성공사례를 과대포장
    경치가 아름다운곳 일수록 삶이척박하다는것입니다

    40대후반의 전재산 가지고 낭만을 찿아서온 게스트주인장 ""한숨""에서
    모든것을 알수있더라고요

    제생각에는 선정적인언론이 문제인것 같네요,,언제까지 가진자들의 낭만놀음에 희생되어야하는지?

    제주도만이 아닌 자기가 찿아서 , 만드는곳이 최고라는것을 깨닫고 돌아온 도보여행입니다



    2013.10.27 04: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윤기대

    피터님, 공감이 옵니다. 또, 늘어나는 게하나 카페에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도 고맙게 읽었습니다.

    2013.10.28 17:05 [ ADDR : EDIT/ DEL : REPLY ]
  8. 제주 정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군요.....

    2013.10.28 18: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샤킴

    제주는 진짜 쫌 특이한거 같음...
    주변 친구네 가족이 시골에서 과수원 농사 하는데 6000평 정도라고 말합니다.
    보통 4000~6000평 하우스 농사 하면 빠듯해도 4인가족 먹고 사는데 지장 없다고 말해요...
    애들 학비까지 대줄수 있다고 함...
    근데 제주는 보면 최소 만평 이상은 되야 뭘 해먹을수 있는 동네같음...
    이게 섬이란 특성때문에 비료나 자재비가 비싸서 그런지 아님 일손 구하기가 힘들어서인지..
    뭐 여러가지 이유야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육지에서 농사 짓는거에 3할은 더 추가해야 뭘해먹을수 있다고 농사 하는 친구가 그러네요...

    2013.10.29 11:18 [ ADDR : EDIT/ DEL : REPLY ]
  10. 강산

    공감합니다. 지인이 제주로 이주했는 데 직장이 장시간 노동에 휴일도 일요일 하루 뿐이라 가족과 보낼 시간도 부족하고 1년이 다되어도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했다네요. 왜 내려갔는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합니다.

    2013.10.31 00:40 [ ADDR : EDIT/ DEL : REPLY ]
  11. 소낭촌장

    아이엠 피터님 잘지내시죠?
    뵌적은없지만 멋진글늘잘보구있네요ㅡ
    10여분거리에살지만 ...
    아이와한번들르시죠ㅡ^^

    2013.11.02 09:56 [ ADDR : EDIT/ DEL : REPLY ]
  12. 뚱이니

    매의 눈
    홍보 아닌 정보 에 감사드리며^^

    2013.11.05 10:55 [ ADDR : EDIT/ DEL : REPLY ]
  13. 노동부가 있어서 최저임급은 법적으로 지킵니다. 윗글중 버스급여 관련 자료가 있는데 운행시간(근무시간)+대기시간(휴식시간)으로 12시간 입니다. 셔틀버스는 보통 하루4시간 이상 대기시간 포함입니다

    2014.07.05 10:4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