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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감독 청와대, 주연 조선일보의 '채동욱 몰아내기'


채동욱 검찰총장이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의 여파로 전격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의가 단순히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보도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조선일보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 보도의 근거도 미약하거니와, 채 총장이 스스로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굳이 검찰총장을 그만두라는 여론도 그렇게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검찰의 수장으로 단 5개월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채동욱 검찰 총장 사건에 담긴 숨겨진 얘기를 한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내가 원했던 검찰총장은 당신이 아니었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의 표명 사건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어떻게 그가 검찰총장이 됐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해 후보로 나와 검찰총장이 됐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시작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는 안창호 헌법재판관과 김학의 대전고검장이 심사에 올랐고, 박근혜 당선인은 이들을 검찰총장이 되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공안통과 헌법재판관이라는 부분,사정 문제 등으로 탈락했습니다.


검찰총장 후보로 김진태 대검차장, 소병철 대구고검장,채동욱 서울고검장이 확정됐는데, 그중에서 김진태 대검차장은 포용력 부족으로 소병철 대구고검장은 사법연수원 기수(15기)가 낮아, 채동욱 서울고검장이 최종 후보자로 나왔고,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적격 판정을 받고 검찰총장이 됐습니다.

일부에서는 여야 간의 어떤 정치적 협의가 있었다고 봤던 시선도 있지만, 당시 박근혜 당선인이 좋아하지 않는 채동욱 검찰총장 후보의 면면이 다른 후보에 비해서 더 낫다는 평가가 있었던 점은 사실입니다.

결국, 채동욱 검찰총장은 처음부터 박근혜 정권이 원하지 않은 인물이었고, 이는 지금의 사건이 벌어지게 된 배경 중의 하나입니다.

'감독 청와대, 주연 조선일보의 작품명 '채동욱 몰아내기'

이번 채동욱 검찰총장 사의 표명은 처음부터 청와대가 감독하고 조선일보가 주연배우로 두드러지게 활약했던 작품입니다. 이런 작품이 어떻게 나왔는지 하나하나 따져 보도록하겠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채동욱 총장의 혼외자식 의혹 제보를 4월에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내보낸 기사들은 일반 기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학적부,출입국기록,혈액형 등의 개인 자료입니다. 


 조선일보는 4월부터 무려 5개월 동안 당사자인 임모씨와 인터뷰는 물론이고 통화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보도를 했습니다. 제대로 취재하지 못했는데 보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청와대가 채동욱 총장 뒷조사를 했던 자료를 민정수석실에 넘겼고, 이를 조선일보가 받았다는 예상을 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처럼 조선일보는 조선일보가 감독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채동욱 총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법무부 감찰팀은 뉴스를 통해서야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 나라의 검찰총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감찰관조차 몰랐다는 사실은 매우 급하게 지시가 나왔으며, 이는 단순히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의지가 아닌 청와대의 지시로 봐야 합니다.

청와대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아무런 논평이 없었습니다. 김기춘 비서실장 등은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박근혜 정권의 인물이 아니기에 어떤 거리낌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침묵하는 모습은 너무 이상합니다.

현재까지 상황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결국 '채동욱 몰아내기'는 단순히 조선일보의 보도로 불거진 사건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감독 청와대, 주연 조선일보,조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작품입니다.

' 땡큐 청와대, 웃고 있는 원세훈,김용판'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가장 웃고 있는 사람은 바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입니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등을 위반한 이들은 지금 재판 중입니다. 그런데 이 재판을 수사하는 검사들이 검찰 소속입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5개월간 매달렸던 화두는 '공정한 수사'와 검찰개혁'이었습니다. 검찰은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원세훈,김용판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그들의 범죄가 '18대 대선'으로 확장된 사건입니다.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입김이 작용했지만, 채동욱 총장은 밀고 나갔습니다.


수사를 제대로 하면 얼마나 많은 범죄 사실이 드러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미 원세훈,김용판 선거법 재판에서 서상기 새누리당 정보위원장과 차문희 국정원 2차장,권영세 박근혜캠프 종합상활실장의 통화내역이 검찰에 의해 새로운 증거로 제출되고 있습니다.

<2013년 9월 9일 국정원 재판 문답>
박형철 검사 : 재판장님 오늘 증인 심문과 관련해서, 그 증인 심문 말미에 통화나 000 부분이 조금
이범균 판사 : 추가로.
박형철 검사 :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거기에 해당되는 통화내역을 일단 증거로 제출을 하고, 추가로 더 입증이 필요하면 추가 통화내역이 있으면 추후에.
이범균 판사 : 일단 변호인께서 동의 하시겠습니까? 원본은 아직 주시면 안될 것 같고, 동의를 해야.. 동의를 안하신다면.. 뭐. 박형철 검사 : 일단 제출한 것은 통화내역 2012년 12월 11일부터 16일 사이에, 오늘 증인으로 나온 이종명 차장을 비롯한 국정원 직원들이나, 경찰관계자들 통화내역이구요.
이범균 판사 : 저 많은 양이 전부다 통화내역입니까?



새누리당이 수사 중인 사건에 그것도 대선 직전에 관련자들과 통화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이들 통화 내역에 대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재 수사 중인 이석기 의원 사건도 검찰 내부에서는 '내란음모죄' 적용이 어렵다고 말을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국정원과 정부는 '공안 정국'을 조성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수사하는 검찰을 압박하는 가장 큰 무기는 검찰의 수장을 그 자리에서 밀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채동욱 검찰총장은 그들의 계획대로 검찰총장의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완벽한 사람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했던 <중수부 폐지>나 <전두환 비자금 수사>, <원세훈,김용판 공직선거법 적용> 등은 충분히 그가 검찰총장의 몫을 5개월 동안 해내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고, 당사자가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하는데도 청와대는 이미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나가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했다고 합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내심 검찰총장 후보로 생각했던 김학의 대전고검장이 검찰총장이 됐다면 아마 유일무이 검찰총장 섹스동영상 파문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법무부 차관의 동영상과 비교하면 청와대의 이중적인 잣대와 행태가 얼마나 비열한지 알 수 있습니다.

[검찰] - 청와대 '고위층 성접대' 이미 알고 있었다

조선일보의 무서움은 저널리즘 같지도 않은 기사로 한 나라의 검찰총장을 몰아내는데 주연 역할을 할 수 있는 뻔뻔함에 있습니다. 물론 그 주연을 시켜준 사람이 청와대라는 점은 경악할만합니다.

언론 권력, 검찰 권력을 장악한 청와대의 유신정치는 끝이 아니라 공포영화의 개봉처럼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