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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미친 수원시장, 행궁동의 자동차를 모두 없앤다고



지난주에 '생태교통 수원 2013'을 다녀왔습니다. 원래 팸투어는 잘 다니지 않지만, 수원에서 하는 행사는 다닙니다. 다음에서 주최하는 것도 있지만, 수원이라는 도시의 변화를 매년 눈으로 확인하고 문제점과 대책을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태교통 수원 2013'이라는 행사는 '보행과 사람 중심의 생태교통 도로'를 만드는 행사입니다. 어렵죠?


쉽게 말해 한 달 동안 <차 없는 마을>을 만드는 행사입니다. 우리가 흔히 차 없는 도로와 같은 행사는 자주 봤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수원시에서 하는 '생태교통 수원 2013'은 거주인원만 2,200세대, 4천 300명의 인구가 사는 수원시 행궁동 마을 전체에 적용됩니다.

한 마디로 행궁동은 한 달 동안 일부 대중교통과 셔틀버스 등을 제외한 모든 승용차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상상이나 가십니까? 단순히 승용차를 타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마을의 모든 승용차를 다른 곳으로 옮겨 마을의 모든 자동차를 없애겠다는 이런 엄청난 행사가 경기도 수원에서 9월1일부터 벌어지는 것입니다.

'택배차량도 못 들어오면 어떻게 할까?'

차 없는 도로가 아닌 <차 없는 마을>을 만드니 당연히 문제가 생깁니다. 그동안 자동차를 이용해 출퇴근하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입니다.

도대체 차 없이 어떻게 생활하라고 하는지, 만약 차가 없으면 어떻게 다닐지에 대해 수원시의 교통 통제 대비책을 살펴보겠습니다.



수원시는 먼저 노약자와 부녀자를 위한 '전기 자전거 택시'를 비치했습니다. 운전사를 제외하고 2인이 탈 수 있는 전기자동차는 집 앞에서 차가 다니는 외곽지역까지 편하고 빨리 이동시켜 줄 수가 있습니다.

승용차를 행궁동 외곽 주차장으로 옮겨 놓고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자전거 보관소의 자전거를 이용하여 행궁동과 주차장을 오갈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또한, 매일 자전거를 사용하겠다는 시민에게는 자신만이 사용하는 자전거 200여대를 한 달 동안 무상으로 임대하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친환경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오고 갈 수는 있겠지만, 택배와 같은 화물은 어떻게 할까요? 행궁동으로 오는 모든 택배 차량은 일단 중앙광장의 택배 집결지까지 배송합니다. 그 후에 수원시와 계약한 용역업체에서 전기 카트로 집까지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 미친 수원시장은 왜 차 없는 마을을 만들려고 하는가?'

'생태교통 수원 2013은 이클레이와 수원시, UN-HABITAT( 인간거주 정착센터)가 뒷받침하는 사업입니다. 이클레이와 UN,수원시가 이런 행사를 주최하는 이유는 우리의 미래 때문입니다.

전 세계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자원은 늘 한정적입니다. 그래서 그 자원을 절약하거나 없어질 경우에 대비해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가 갑자기 조선시대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결국, UN을 비롯한 환경 전문가들이 자동차를 없애고, 환경을 보호하는 연구와 정책을 만들어도 그것의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거나 정책으로 추진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수원시의 시장은 염태영 시장입니다. 염태영 시장은 환경 전문가 출신으로 수원시를 환경 도시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인물입니다.

아무리 환경 전문가라고 해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 하는 <차 없는 마을>을 (차 없는 도로는 세계에서 많이 개최됐지만, 차 없는 마을은 수원시가 처음이다) 진행하려는 염태영 시장을 혹 자는 미쳤다고 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염태영 시자은 왜 <차 없는 마을>을 하려고 하는 걸까요?


염태영 수원시장은 이번  '생태교통 수원 2013'이 단순히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도시 기반을 바꿔 보는 사업이다.'라면서 '도시 구조가 바뀌면 사람들의 생활습관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염태영 시장은 이클레이와 UN해비타트와 함께 하는 이번 행사를 통해 낙후된 행궁동의 마을과 사람을 변화시켜 도시의 미래를 엿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2012년 9월에 행궁동 주민들이 시범적으로 차를 막고 시도했던 '제1회 화서문로 거리축제 길거리 명랑 운동회'를 통해 조금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차를 막고 축제를 하면 난리 날 것만 같았다고 생각했던 주민들은 시범적으로 열린 행사만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거리 축제를 하면서 이웃과 정이 나누고, 소통하며 예전 이웃사촌과 같은 말을 실감했기 때문입니다.

차들이 없던 동네를 떠올리며, '그때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도 좋았다'고 말하는 주민들을 통해, 염태영 수원시장이 말하는 도시구조가 바뀌면 사람의 생활습관이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 미친 소리만은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자전거 티켓도 발부해야 한다' 

'생태교통 수원 2013' 팸투어를 다녀왔지만, 아이엠피터의 시각에서는 몇 가지 문제점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 자전거가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수많은 자전거가 다닐 경우, 분명 그에 따른 사고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자전거가 함께 다닐 경우를 대비해 안전요원을 배치하거나 과속하는(?) 자전거에는 티켓( 예를 들어 도로 청소 1시간)를 발부하는 식으로 안전대책을 철저히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 반대도 민주주의 시민의 권리이다.

생태교통을 추진하는 수원시의 입장에서 모든 시민이 찬성하면 좋겠지만, 아직도 차 없는 마을 만들기 행사를 반대하는 주민은 있습니다. 수원시에서는 그런 주민도 끝까지 설득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행사를 할 때 자동차를 외곽으로 빼지 않을 주민도 있을 것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의 불만을 무조건 억누르기보다 한 사람 한 사람 설득해서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합니다. (현재 수원시 공무원들은 담당 공무원들을 통해 주민 설득 작업을 9월까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 행사 기간 수원역에서 행궁동까지 셔틀버스가 필요

9월1일부터 시작되는 '생태교통 수원 2013'이 잘되나 안 되나 보려고 오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행궁동 외곽까지 오는 대중교통이 불편하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버스 회사가 불만을 제기하더라도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이 수원역에서 행궁동 입구까지 한 번에 올 수 있는 교통수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 도시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도로와 차량으로 바뀌었습니다. 도시의 모든 구조는 사람보다 자동차 위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지상의 편한 길로 다니지만, 사람은 지하나 육교로 다녀야만 건널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상황입니다.

수원시가 계획하고 있는 '생태교통 수원 2013'을 통해 진짜 한 달 동안 마을 전체가 차 없이 살 수 있을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수원시장의 계획처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 기반과 사람의 습관까지 변화시키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성공된다면 우리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어떤 큰 혁명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도시의 주인은 과연 사람일까요?
'생태교통 수원 2013'이 진정한 도시 주인찾기 운동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고, 다른 도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노력이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