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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베의 '시국선언 조롱' 행동하는 시민이 답이다


국정원 부정선거에 대해 서울대 학생회를 비롯한 이화여대,숙명여대 등 대학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하거나 준비 중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에는 학생들의 시국선언을 조롱하는 게시글이 난무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특정 사이트에서 정치적 사안을 다르게 보는 거야 인정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국선언'이라는 말 자체를 조롱하거나 ' 댓글쓰기 버튼을 앞으로 시국선언이라 하면 될 것 같음'이라고 표현하는 모습들입니다.

시국선언은 민주주의의 위기 때마다 위정자를 향한 경고이자, 항거의 표현인 동시에 국민을 일깨워주는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1960년 4월 19일 서울대 학생들은 동숭동 캠퍼스 (현재 마로니에 공원)에서 "우리는 기쁨에 넘쳐 자유의 횃불을 올린다. 자유,자유의 종을 난타하는 타수의 일원임을 자랑한다"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하고 교문을 나섰습니다.

시국선언문 집필자들은 시국선언문을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학생 투쟁의 행동지표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일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떤 입법,사법,행정의 권한이 없는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이 바로 '시국선언'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이루어졌던 시국선언문의 키워드를 보면 한일회담, 4대강 사업 등의 사안과 선거부정,독재, 그리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포괄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사회적 이슈를 시작으로 그것이 이루어진 배경이 독재와 선거부정 때문이고, 이는 결국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일이라고 본 것입니다.

원래 예전에는 시국선언문이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4.19를 계기로 점차 구체적인 요구를 담아 시국선언을 하기도 했는데, 아래는 고려대와 연세대 시국선언문 내용 중의 일부분입니다.

○ 행동성 없는 지식인 배격
○ 마산 사건 책임자 처단
○ 경찰의 학원출입 금지 
○ 부정공개투표 창안 집단 처벌


이처럼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했던 이유는 국민이 원하는 바를 위정자에게 알려주고, 그것을 한다면 더는 투쟁하지 않겠다는 의도이자, 최소한의 해결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국선언은 단순히 반국가적인 활동이 아니라, 이 땅의 민주주의와 법을 지키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동입니다. 그러나 시국선언을 바라보는 위정자들은 그것에 담긴 진정한 의미 대신에 불순분자와 종북타령으로 폄하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박정희는 학생들의 시위와 시국선언을 가리켜 철부지 학생들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일부 정치인들의 앞잡이 노릇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이 거리에 나와 정치에 뛰어드는 나라치고 잘되는 나라가 없었다'는 그의 말을 듣다보면, 일제강점기 대한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학생들의 숭고한 희생은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이 듭니다.

또한, 그의 군사쿠데타가 있기 얼마 전 3.15 부정선거 때 김주열 학생의 죽음이 그저 정치인의 앞잡이 노릇을 하다가 죽은 것이냐는 반문을 하게 됩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 수많은 시국선언이 있었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음을 분명합니다. 그것은 시국선언에 대한 구심점과 구체적인 행동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는 해줬습니다. 이것이 시국선언이 가진 본질적인 목적 중의 하나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터키 이스탄불 광장에서 레르뎀 균듀즈가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터키 탁심 광장에 나타난 행위 예술가 에르뎀 균듀즈를 사람들은 '스탠딩맨'으로 부릅니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탁심 광장에서 8시간 동안 서 있었던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을 보며 수백 명의 시민들이 그의 침묵시위에 동참했고, 그는 터키 반정부 시위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올랐습니다.

시국선언이 바로 이와 같은 일입니다. 학생이나 지식인,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시국선언문 하나 발표하고 끝나는 일이지만, 그것은 잠자고 있던 시민들의 가슴을 일깨워주고, 꺼져가는 민주주의에 대한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합니다.



국정원 부정선거는 민주주의 이념 중 가장 기본적인 선거권이 농락된 사안이며, 이것은 깜박이던 자유의 불빛조차 사라지게 했습니다. 과거 존재했던 기성 독재와 정치 공작이 여전히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이었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송두리채 허무는 불의입니다. [각주:1]

투표했던 주권자의 참여가 민주주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정치적 선택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서 주권을 행사하는 시민,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일어서는 국민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만듭니다.

아이엠피터는 국민의 역량을 믿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못해낼 것이 없는 우리 국민입니다. 1987년 그 뜨거운 6월의 거리에서 하나가 되었듯이 이제 우리의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각주:2]

깨어있는 시민
멀리보는 시민
책임을 다하는 시민
행동하는 시민만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는 정답입니다.



  1. 4.19당시 서울대,연대,고대 시국선언문 인용 [본문으로]
  2. 6.10민주항쟁 노무현 대통령 기념사 인용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