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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검찰의 국정원 수사, 교묘한 물타기 증거들



지난 6월 14일 금요일, 검찰은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검찰이 국정원 국기문란 사건을 과연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들었지만, 검찰이 수사 과정 내내 자신했던 수사 의지가 워낙 확고해서 그들을 어느 정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였습니다. 검찰은 수사발표를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만 그것도 불구속 기소하고, 이종명 3차장과 민병두 심리전단 단장,심리정보국 직원 3명에 대해 전원 기소유예했습니다.

검찰이 발표한 국정원 수사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를 둘러싼 언론과 정치권의 문제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국정원장을 제외한 기소유예, 대놓고 수사 축소'

이번 검찰 수사가 대단히 부실한 수사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은 바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제외한 이종명 차장,민병두 심리전단 단장,심리정보국 직원 3명을 기소유예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이들의 기소유예에 대해 원세훈 원장의 명령에 따라 강요된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의 이런 설명은 판례를 중요시하는 대한민국 법의 특성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입니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의 트위터


2012년 청와대 최종석 전 행정관으로부터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지시를 폭로했던 장진수 전 주무관은 검찰이 원세훈 원장을 제외한 간부와 직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트위터에 자신의 공소 또한 취소해달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장 전 주무관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범죄 혐의가 증거인멸이었고, 이를 수행한 이유가 명령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은 기소됐고, 국정원 직원들은 상명하복이라는 이유 때문에 불기소됐으니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검찰의 국정원 간부 불기소와 함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서울 경찰청 간부들이 처벌받지 않았던 점입니다. 국정원 대선개입과 함께 가장 중요한 사건은 대선을 앞두고 나온 경찰의 수사발표입니다.

▲경찰이 2012년 12월 16일 발표한 보도자료.


경찰은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디지털증거분석 결과 문재인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 발견되지 않음'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경찰의 발표는 국정원 여직원이 무죄였다는 면죄부를 주었고, 이는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에 엄청난 타격을 줬습니다.

2012년 12월 16일 저녁, 서울지방경찰청 내 김용판 경찰청장의 집무실에 수사부장, 수사과장, 수사2계장, 사이버범죄수사대장과, 사이버범죄수사대 기획실장이 모여 회의를 했습니다. 이들은 같은 날 밤 11시에 중간수사결과 보도자료를 먼저 언론에 배포하고 다음날 12월 17일 아침 9시에 언론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그 자리에서 이광석 서울수서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밤 11시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들의 회의는 범죄 모의였습니다. 그 이유는 이미 디지털증거분석팀이 발견한 증거만으로 충분히 구속 수사할 이유가 됐기 때문입니다.

▲결백과 여성 인권을 주장했던 국정원 여직원이 오피스텔에 머무는 동안 증거를 은멸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디지털증거분석팀은 2012년 12월 14일 오후 8시경 국정원 여직원의 노트북 하드디크의 삭제 파일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문서파일을 발견했습니다. 그 안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방식,베스트 게시판과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 게시물에 선정되는 방법과 저지하는 방법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또한 30여개의 아이디와 닉네임이 기재되어 있었고, 이모씨의 주민번호와 정치 관련 글이 담겨 있었습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이 감금됐다고 했지만, 그녀가 증거인멸을 하기 위해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범죄자였다는 사실을 이미 경찰은 알고 있었습니다.

[정치] - 박근혜가 조작한 '국정원 대선개입' 시간대별 증거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하도록 지시하고, 오히려 그것을 대선에 이용했다는 증거가 명확하지만, 검찰은 관련 간부들을 불기소하거나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대놓고 수사를 축소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 검찰의 부실 수사, 실수인가 아니면 고의적으로'

검찰이 국정원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는 증거는 한둘이 아닙니다. 그중에 아주 기본적인 증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검찰이 내세운 증거가 오락가락했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58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이 올린 정치 관련 글이 1,930개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오후 6시 4분에는 1,977개라고 정정합니다. 정치 관련 찬반 클릭수도 처음에는 1,711개였다가 1,744개로 전체 글 수도 5,179개 였다가 오후 6시 40분에는 5,333개라고 다시 발표합니다.

국정원 직원이 올린 게시글과 댓글 수가 중요한 이유는 몇 건의 대선 개입 글이 있느냐 여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십 개의 증거가 왔다 갔다 했다는 점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제기한 국정원 트위터 개입 증거. 출처:연합뉴스.뉴스타파


국정원 대선 개입은 처음에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한정된 것으로 나왔지만, 점차 뽐뿌, 보배드림 등의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조직적으로 개입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와 같은 증거를 토대로 인터넷 여론의 가장 대표적인 트위터에도 국정원이 개입됐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었습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과 뉴스타파가 취재한 내용을 보면 동일인이라고 볼 수 있는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계정이 정치와 대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글을 올렸고, 조직적으로 운영해왔습니다. 문재인 후보를 노골적으로 언급한 수만 개의 글을 검찰은 아예 수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사와 국회의원이 밝혀낼 수 있는 증거를 검찰이 수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들이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고의적으로 수사를 축소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 검찰은 왜 금요일 오후에 수사결과를 발표했는가?'

아이엠피터는 지난 토요일에 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토요일에 글을 올리지 않은 것은 정치블로거로 활동면서 거의 처음에 가깝습니다. 그것은 검찰 수사 발표가 얼마나 지능적이고 교묘한 발표였는지 알려주고 싶은 아이엠피터만의 항의와 시위 방법이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토요일은 정치 관련 글이 아닌 제주 관련 글을 올리고, 일요일은 글을 발행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정치적인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중요한 언론에 홍보하는 기업체들은 주말이 아니라 대부분 월요일에 기사가 나갈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런데 검찰은 금요일 오후에 수사결과를 발표합니다. 금요일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언론은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판에 기사를 내보내는데, 이때는 이미 사람들의 반응이 별로 없는 시기입니다. 여기에 주말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물론 검찰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금요일 오후에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국정원 국기문란은 지금 정국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법치를 뒤흔드는 국기문란 사건인데도 또다시 금요일 오후에 발표했습니다. 그것도 부실한 수사한 수사 결과를 당당히 내밀면서...

▲조선일보 6월 14일자 국정원 관련 기사.출처:조선일보


조선일보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기 하루 전에 수사 보고서를 미리 빼내 보도합니다. 제목을 보면 마치 국정원 댓글 대부분이 종북 비판이나 신변잡기로 대선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국정원이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됐다는 사실은 부실했던 검찰 수사 발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가 있었습니다.


검찰이 밝힌 불법 선거운동 관련 작성 게시글은 총 73건입니다. 조선일보의 60건이라는 보도 자체가 이와 다릅니다. 여기에 작성됐던 글들을 보면 9월 3건에서 12월 35건으로 대선을 앞두고 대폭 늘어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대선을 위해 국정원 직원들이 대거 동원됐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또한, 다음 '아고라'에 있던 대선 관련 글은 모두 삭제가 되어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증거인멸까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선 기간에 글이 집중됐는데도 오로지 종북 비판이나 신변잡기만 있었다고 주장하는 조선일보나, 증거가 인멸됐다는 사실은 명백히 밝히지 않으며, 주말에 국정원 사건을 발표하는 검찰이 노리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는 목적 이외에는 없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주말에 북한산 산행을 했고, 당시에 많은 기자들이 동행 취재하며, 국정원 사건에 관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취재를 했던 기자들이 내놓은 기사는 전혀 달랐습니다. 중앙일보의 기사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다'였고, 오마이뉴스는 '박근혜 대통령 책임져야'였습니다.

팩트는 이렇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선거에 대해, 즉 선거를 다시 하는 식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순 없지만, 국정원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문재인 의원은 "대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가 '자기를 음해하기 위해서 민주당이 (국정원 사건을) 조작했다고 나를 공격하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뒤집어 말하면 사실로 드러나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어떤 법적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다릅니다. 정치 검찰의 정치적 기소,불기소가 있다면, 국민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심판을 내릴 수 있습니다. 문재인 의원은 하지 못해도 국민은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끈질기게 국정원 여직원의 여성인권을 운운하며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새누리당 십알단은 수사중인 사건이라 회피하면서 민주당 중앙당에 있던 SNS팀에 대해서는 불법 선거라고 공격했습니다.

[정치] - 수포로 돌아간 새누리당과 TV조선의 '십알단' 물타기

박근혜 대통령은 12월 16일, 경찰의 국정원 여직원 댓글 무혐의 발표가 있기 전에 국정원 여직원의 증거인멸을 감금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드러난 사실까지 아니라고 한다'면서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에 관한 불법 선거 증거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법무부 장관,검찰총장을 동원한 부실 수사, 지금은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 앞에 드러날 진실을 알고 싶은 국민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