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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당 '국정원 사건'만큼은 야성을 회복하라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에 대한 검찰의 불구속 기소로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정원 사건과 같은 엄청난 국기문란을 해결할 방안이 없는지 고민하고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직접 검찰 수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당장 기댈 수 있는 곳은 제1야당인 '민주당'뿐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의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을 대하는 모습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체계적이거나 조직적인 전략으로 '국정원 사건'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탱크 앞에 소총 들고 각개전투하는 듯합니다.  

민주당은 지난 6월 11일 오전 9시40분에 김한길 대표가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을 기자와 언론에 알렸습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 국정원 관련 긴급 기자회견 속보 뉴스 리스트.


많은 기자들과 언론은 도대체 김한길 대표가 어떤 특별한 내용을 발표할지 기대를 잔뜩 했고, 신문과 방송은 '속보'로 김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을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김한길 대표의 '국정원 관련 긴급 기자회견'은 이미 6월 9일 민주당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과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의 공동 기자회견문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 민주당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 특별 위원회,법사위 기자회견 (6월 9일)
1. 검찰은 원세훈과 김용판을 구속 수사하라
2.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부당한 수사 개입을 중단하라, 황교안 장관이 부당한 수사지휘를 한다면 민주당은 장관해임건의안 제출을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다.
3.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대해 침묵을 깨고 입장을 밝혀라

○ 민주당 김한길 대표 국정원불법대선개입 관련 긴급 기자회견 (6월 11일)
- 원세훈과 김용판에 대해 구속수사가 마땅하다
- 황교안 장관의 적법하지 않은 검찰수사 개입과 관련해 민주당은 황교안 법무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6월 9일 민주당 의원들은 김용판과 원세훈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으며, 황교안 법무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틀 후 나온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내용은 재탕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잔뜩 기대했던 언론은 제1야당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을 속보 이후에는 거의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내용을 매번 발표하는 모습이나, 오로지 '검토'하겠다는 말만 난무하는 기자회견을 보면, 과연 민주당이 제1야당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 장관해임안은 국정조사를 하기 위한 과정'

대한민국 헌법 63조에는 국회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해임건의는 국회재적의원 3분1이상의 발의에 의해 가능합니다. 이 말은 민주당이 황교안 법무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민주당은 수차례 황교안 법무장관 해임안을 검토하겠다고만 합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로는 '국정원 불법선거'를 파헤칠 수가 없습니다. 사실 민주당이 황교안 법무장관 해임안을 제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헌법 63조 2항을 보면 국무위원 해임건의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현재 새누리당이 과반수가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해임건의안이 제출되고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또한 해임건의안이 통과돼도, 박근혜 대통령이 따르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국정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국정조사'입니다. 새누리당은 이미 지난 3월 17일 정부조직개편안 협상에서 '18대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국가정보원 직원의 댓글 의혹 사건과 관련,검찰 수사가 완료된 즉시 관련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한다'고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완료된'이라는 부분 때문에 국정조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새누리당의 주장을 민주당이 반박하는 길은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있는 황교안 법무장관 해임건의안과 묶어 가는 길입니다.

황교안 법무장관이 실질적인 '수사지휘'를 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감싸고 돈다면 박근혜 정부는 크나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장관해임안을 새누리당이 반대하는 입장을 계속 고수한다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뢰성 또한 추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떳떳함(?)을 주장하기 위해 역으로 국정조사를 검찰 수사 완료 이전에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국정원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그저 말이나 기자회견만 열어서는 안 되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여 그들을 진실의 테이블에 앉게 하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국정조사 방해공작과 물타기를 막아야'

국정조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새누리당은 이미 과거에도 국정조사를 위한 시간 끌기에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2012년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민간인 사찰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합의하여 구성했습니다. 그런데 국정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한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2012년 8월 28일 '국무총리실 산하 민간인불법사찰및 증거인멸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는 시작한 지 15분 8초 만에 끝났습니다. 회의록에는 20여 분으로 나왔지만 실제 회의를 보면 15분에 불과했습니다.

회의 시작해서 위원장 뽑고, 인사하고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이후에도 새누리당 심재철 위원장의 의도적인 행동으로 결국 국정조사는 흐지부지됐습니다.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조중동과 같은 언론도 함께 힘을 모아  국정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노력을 무산시키려고 다양한 방해 공작과 물타기를 펼칠 것입니다.


▲ 조선일보가 '단독보도'로 내보낸 국정원 관련 기사. 출처:조선일보 6월11일자 신문


조선일보는 6월 11일자 기사에서 민주당에 국정원 불법대선 개입 정보를 준 전직 국정원 김모씨가 민주당으로부터 고위직을 약속받고 원세훈 원장의 지시사항을 공개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는 국정원 사건을 민주당과 결탁한 비리 직원의 음모로 몰고 가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기사입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거의 소설가 수준입니다. 원세훈 지시사항 문건이 공개된 것은 대선이 끝난 뒤였습니다. 공개된 문건에는 그 전의 지시사항뿐만 아니라 1월 지시사항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문건이 유출된 것은 확실하게 대선 이후였습니다.

대선에서 졌는데 무슨 고위직을 준다는 약속을 하고, 어느 멍청한 사람이 그 말을 믿고 대선이 끝났는데 국정원 문건을 유출하겠습니까? 검찰 조사를 받는 김모씨는 항상 변호사와 동행 진술을 했는데, 어떻게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조선일보의 소설쓰기는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고, 이런 치졸한 방해공작과 물타기 언론 등을 막아야 제대로 된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당이여 야성을 회복하라'

앞서 김한길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을 보면 속이 터집니다. 똑같은 얘기를 '긴급'이라는 말로 포장하면 양치기 소년처럼 진짜 중요한 사건(조선일보의 물타기 기사 등)에 대해 반박이나 여론을 이끌어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대선이 끝난 뒤에 총력을 기울여 국정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노력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늘 남아 있습니다. 지금에서야 민주당 내부는 물론이고 김한길 대표까지 나서는 관심을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다 함께 동참했다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민주당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기자회견, 출처:국회


그동안 진선미 의원처럼 끊임없이 국정원 사건을 파헤치고 있는 민주당 의원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민주당의 체면이 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부족합니다. 지금은 민주당이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국정원 사건을 철저히 파헤치고 그 진실을 규명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국정원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야당답게 야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교수,재야원로,언론의 힘을 합친 국민연대를 구성하여 국정원 사건을 철저히 파헤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3.15 부정선거 당시 민주당 마산시지부는 선거무효를 주장하는 가두방송을 실시했고, 순식간에 600여명이 합세하였다. 출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야당이 정부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야성이 아닙니다. 정책은 합의를 통해 조율할 수 있지만, 국정원 사건은 헌정질서는 물론이고, 법치주의,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正義)의 문제입니다.

민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정의'가 무너진 사회에서 제1야당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를 지키는 일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정권교체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를 지켰던 국민의 열망을 이어가야 하는 야당의 임무입니다.

'국정원 사건'을 민주당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대한민국이 아닌 그들만의 세상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제 당신들의 힘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