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문재인의 '박근혜 시간제 일자리' 비판 이유가?



박근혜 대통령이 '고용률 70% 달성과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가 중요하다'고 발언한 내용을 문재인 의원이 트위터에서 비판하자,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대놓고 그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의원이 트위터에서 '고용률 70% 달성위해 시간제 일자리 고용을 늘리자는 것은 현실을 너무 모르는 이야기입니다.서구에는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자발적인 시간제가 많고 시간당 임금도 정규직보다 높은 경우가 많은데 비해 우리는 정반대죠.고용율 70%는 노동시간 단축이 답입니다'라는 트윗을 올리자, 보도자료를 통해 문재인 의원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했습니다.

"(시간제 일자리는)이미 주요 선진국에서 보편화돼 있으며 전문적 영역이 많아 정규직 근로에 비해 차별받지 않고 있다.비판을 위한 지적을 하는 것은 대외 경제여건이 어려운 속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심하며 정책을 준비하는 정부에 대선주자였던 정치인이 보여줄 행태는 아니다.국가의 최고책임자가가 되고자 했던 문재인 의원의 격에 맞는 품위 있는 정치를 기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녀가 주장하는 시간제 일자리를 비판한 문재인 의원의 생각이 잘못됐을까요?

도대체 문재인 의원은 왜 박근혜 대통령의 시간제 일자리 문제를 비판했는지, 선진국의 시간제 일자리 자료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전제부터 잘못된 시간제 일자리 문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다음 주에 일자리 관련 핵심 정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과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시간제 일자리 도입을 하려고 하는데 그 근거는 우리나라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OECD 국가보다 크게 낮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낮다는 전제부터가 우선 잘못됐습니다. 

▲ 자료출처:Labour Market Statistics, OECD database, June 2009,여성 고용률 제고를 위한선진국 시간제 근로자 실태 연구(이주희 이화여대 교수)

 
한국의 시간제 근로비율은 9.3%로 OECD국가 평균 15.5%보다 낮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한국이 OECD 평균에 못 미치니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국가 간 편차는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은 미국의 시간제 근로비율은 12.2%입니다. 한국과 그리 큰 차이는 아닙니다. 프랑스 역시 13.4%에 불과합니다. 그리스는 7.8%,터키는 8.4%,포르투칼 9.7%입니다.

정부는 네델란드의 36.1%라는 수치만을 놓고 무조건 네델란드처럼 한국도 따라가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 목표치는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에 고용률 70% 창출을 위해 해결될 수 있는 수치가 아닙니다.

대다수 노동,경제 전문가들이 연구한 바로는 시간제 일자리가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고, 현재 프랑스,영국,미국,일본 등도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는 너무 길기 때문에 네델란드의 사례를 중심으로 가장 최적의 상황을 정리해봤습니다.


' 네델란드는 어떻게 시간제 일자리가 많아졌을까?'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창출 롤모델로 네델란드를 꼽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국가 중에서 네델란드가 가장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비중도 높고 가장 성공적인 모델임은 맞습니다. 그러나 네델란드가 성공하기 위해 했던 일들을 보면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우선 네델란드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났던 가장 큰 이유는 임금입니다.

▲자료 출처: Dutch Terms of Employment Survey


네델란드에서 시간제와 전일제 근로 시간당 임금격차를 보면 기본적으로 25~35%입니다. 그러나 각종 수당과 혜택, 임금 통제 등을 통해서 실제로는 10~15%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시간당 임금의 차이가 별로 없으니 시간제 일자리가 증가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이에 비해 시간제 일자리와 전일제 임금 격차는 50%가 넘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시간제 노동자의 시급은 7,650원이고 정규직 노동자의 시급은 1만3,766원입니다. 같은 노동이라고 가정한다면 시간제 노동자는 정규직보다 절반가량밖에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네델란드는 시간당 임금의 차이가 적은데, 그 이유는 법적으로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급여와 복지,대우를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EQUAL TREATMENT ACT


네델란드는 1995년에 'Working House act'를 1996년에는 'EQUAL TREATMENT ACT'를 제정해 사용주는 임금.초과근로수당,보너스.훈련,휴일급여, 부가급여 등과 같은 고용 조건을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시간제 근로자와 전일제 근로자가 동일하게 대우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습니다. 아예 법으로 시간제와 전일제 근로자를 차별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노조가 함께 참여해서 아예 임금의 격차를 줄여 버린 네델란드가 여성의 시간제 일자리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 했던 일이 아이 양육에 대한 여성의 부담감을 정부가 대신해주는 일이었습니다.

네델란드는 1990년 보육촉진정책을 도입해 보육시설을 15만 곳으로 늘리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렇게 보육 시설과 서비스를 늘리자 네델란드 여성들이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한국이 과연 네델란드를 따라갈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가 네델란드를 롤모델로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고용률 70%와 여성 일자리 참여를 늘리겠다고 하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선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최하위에 가깝습니다. 

 
한국 여성은 남성과 비교해서 38.8%의 임금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1998년과 비교해서 겨우 2.0%만이 줄어든 셈입니다. 15년 동안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가 2%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단기간에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리라는 증거입니다.

시간제 일자리는 말 그대로 비정규직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은 정규직과 비교하면 급여, 복지 모든 면에서 취약합니다.


정규직 남성이 시간당 1만원을 받으면 비정규직 여성은 4천원을 받습니다. 여기에 사회보험이 적용되는 비율은 겨우 30%대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한국의 여성들은 시간제 일자리를 하면 급여, 복지, 고용조건 등에서 오히려 불평등을 받게 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런 구조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습니다.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 국제비교. 출처:경향신문


한국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 가까이 10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하지만, 2011년 기준으로 30명 미만 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0.1%에 불과합니다. 한국의 시간제 근로자 대부분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특히 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의 영세 사업장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이들이 한국의 현실상 노조에 가입해 노사 협약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네델란드처럼 시간제 일자리 노동자에 대한 급여와 고용 조건을 전일제 근로자와 동일하게 적용하는 법을 제정하지 않는 한 노조를 통한 처우 개선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대한민국은 비자발적 파트타임을 일하는 나라 3위입니다. 이는 자신이 원해서 시간제 근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비정규직을 통해 급여와 지출을 줄이려는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간제 근로자가 됐다는 것입니다.

스웨덴은 전일제 노동자가 임신이나 출산,양육을 위해 시간제로 갔다가 다시 전일제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사회적 시스템과 법이 그것을 보장해주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최저임금,비정규직,보육시설 등 여성들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반시설이 전혀 되어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 일자리 창출을 위한 터전을 만드는 일을 우선해야 합니다.




다음 달 6월이면 2014년 최저임금이 결정됩니다. 현재 대한민국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의 30%대로 OECD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제대로 한국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고 싶다면 다음 달 최저임금을 현재 4,860원에서 시급 5,910원으로만이라도 결정하면 됩니다.

최저임금의 시급조차 사용주의 눈치를 봐야 하는 박근혜 정부가 기업과 기득권 세력이 아닌 여성과 국민을 위해 정당한 임금과 차별 없는 복지와 고용 조건을 해줄지는 의문입니다.


문재인 의원이 대선 주자였기에 무조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만약 박근혜 정부를 흔들려면 벌써 다른 일로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의원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시간제 일자리가 현실을 너무 무시한 정책이기에 그녀에게 더 넓게 보고 정책을 펼치라는 조언을 해주는 것입니다.

일자리와 고용 창출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이 국민을 위한 일입니다. 그래서 여야가 힘을 합쳐 대한민국의 장기적인 일자리 로드맵을 위해 협력해야 합니다. 단순히 문재인 의원의 비판을 정적의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새누리당을 보면서, 과연 제대로 정책이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노동 현실은 최하위권이면서 일자리 창출 1위 국가를 따라가려는 현실성 없는 박근혜 대통령은 조급한 성과주의를 위해 간신들이 아닌 진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