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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프락치'를 동원한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개입'



국정원 여직원의 '대선개입' 사건이 명확히 파헤치지 않은 상태로 계속 흘러가고 있습니다. 2월13일 어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전체 회의에서도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논의됐지만, 여야의 견해 차이와 경찰의 원론적인 '수사중'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드러나는 증거를 볼 때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국정원이 주장하는 '종북 사이트' 감시가 아닌 정보기관의 조직적인 '대선 개입'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새롭게 밝혀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증거를 통해 과연 국정원과 여당이 18대 대선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동일 IP를 사용해 함께 만들어진 40여 개의 아이디'

수사기관이 범죄자를 수사할 때 가장 눈여겨보는 것이 공범의 여부입니다. 만약 공범이 있다면 이것은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뜻이고, 조직범죄는 여타의 범죄보다 더 무거운 형벌을 받습니다. 공범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증거는 어떤 범죄 사실을 함께 공모, 실행했는지 여부입니다.

▲ 국정원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디 리스트.빨간색 닉네임은 밝혀진 국정원 김씨의 확인된 아이디. 자료출처:진선미 의원실


국정원 여직원이 '오늘의 유머 사이트'(오유)에 사용한 닉네임과 아이피,가입일자, 활동행태 등을 토대로 게시글을 수작업으로 역추적한 결과 국정원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디만 무려 40여 개가 나왔습니다. (국정원 김씨 포함)

상단의 이미지를 보면 동일 IP와 유사 IP를 같은 색깔로 분류했습니다. 이것을 토대로 IP 주소 분석을 통해 확인된 아이디를 보면 국정원 김씨와 같은 IP주소를 쓰는 아이디가 여러개 나왔으며, 수집된 IP와 아이디를 매치시켜 보니 국정원 김씨와 유사한 패턴을 보인 수십 개의 아이디를 무더기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IP 대역에 따라 다시 세분화시켰더니 국정원 김씨와 유사한 활동을 했던 아이디들이 동일한 IP대역에서 계속 활동했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동일한 IP 대역이나 유사한 IP 대역에서 국정원 김씨처럼 오유 사이트에서 아이디를 생성하고 유사한 활동을 했던 증거를 본다면 이들이 김씨와 함께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던 공범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IP 대역을 사용한 아이디를 세분화시켜 봤더니 더 놀라운 결과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유머' 사이트는 회원에 가입하는 순서대로 회원 번호가 부여됩니다. 이들의 가입 순번이 일치한다는 것은 아이디 자체가 거의 같은 시간대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들 아이디가 묶음으로 가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입니다. 같은 IP대역에서 동일한 시간대에 '오유' 사이트에 가입하여 비슷한 글을 쓴 아이디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개입'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됩니다.


문제는 이 아이디들 중에는 탈퇴한 아이디로 작성한 게시글이나 조회가 안 되는 게시글, 국정원 여직원이 '셀프 감금' 시기 이후에 스스로 삭제한 게시글을 추천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아이디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 국정원 의심 아이디들의 조직적인 정치개입'

국정원은 국정원 김씨가 오유 사이트에서 단순히 종북성향의 글을 추적, 감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정원이 밝힌 그런 단순한 추적,감시 이외에 문재인,안철수,이정희 후보에 대한 반대의견을 노골적으로 했던 사례가 동일.유사 IP 대역에서 활동했던 아이디들의 게시글에서 수없이 발견됐습니다.


아이디 스마트X은 가입당일인 9월19일과 20일에만 총 7건의 글을 작성합니다. 제목만 살펴봐도 부칸(북한)이 강남스타일로 ㅂㄱㅎ(박근혜) 때리기’, ‘안철수는 문제인(문재인)밀어주고 하산했으면’, ‘정당을 만든다는 거냐, 안만든다는 거냐’ 등 노골적인 정치개입의 의도를 가지고 작성한 글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아이디 뽕X은 게시글 “조국도 간챨스 처럼 간보는 중임??”이라는 글을 통해 안철수 전 후보와 조국 교수를 비판하는 뉘앙스의 글을 게재했는데 특히, 본 아이디 뽕X은 자신의 꼬리말(해당 게시글에 대한 첨부글)을 통해서 “자기들 경선조차 개판오분전으로 만들어놓았는데..그런 세력들이 무슨 정부운영은 잘 하겠나... 이번 대선은 최선이 아닌 차선을 뽑는 선거라고 하던데... 차선이라도 최소한 국정운영능력이 있다는 정도는 보여줘야 할 터..”라는 내용을 적어 놓고는 노골적으로 야당의 대선과정을 비판하는 글을 노출시켰습니다. 이는 명백한 대선 개입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 아이디들의 특징 중의 하나는 가입 당일과 이튿날에 중점적으로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는 점입니다. 보통 오유사이트와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사람은 먼저 눈팅을 하다가 하나씩 올리고 글의 반응을 보다가 점차 글을 많이 쓰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아이디들은 가입하자마자 하나도 아닌 여러개의 글을. 그것도 대부분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글만 중점적으로 올렸습니다.


또한, 이런 아이디들이 올린 글이 지금은 대부분 삭제된 상황입니다. 사실 박근혜 후보를 비판했던 글이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사라지는 경우는 많습니다. 무섭기 때문이죠. 그러나 선거에서 패배한 야당 후보를 비난했던 글을 스스로 삭제하는 일은 별로 없다는 사례로 볼 때,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글들이 삭제된 것으로 보입니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증거 중의 하나가 가입일이 대부분 8월 중순에 집중됐다는 사실입니다. 8월19일 박근혜 후보가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직후부터 이런 아이디들이 활동했다는 점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8월28일 가입한 아이디 추천박XX는 9월10일까지 총 11회 접속하여 23건의 글을 작성했는데, 남긴 글의 대부분은 야당을 비판하고 정부,여당은 옹호하는 글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MB아웃하면 베스트냐"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국정원 관련 아이디들이 대거 추천과 반대에 동원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가장 핵심적인 국정원 정치개입의 증거가 민주당 진선미 의원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2012년 8월 31일 16시 32분부터 33분까지 국정원 김씨의 아이디를 포함한 11개의 국정원 관련 아이디들이 14개의 글을 1분 동안 집중적으로 게재한 사실이었습니다.

157874번부터 157887번까지 일반적인 아이디의 글이 올라올 틈도 없이 이들 아이디가 무려 14건의 글을 3초에서 9초 단위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아이엠피터'도 아무리 빨라도 글 하나를 게시판에 올리려면 최소 20초 이상이 걸립니다. 그것도 메모장에 미리 글을 적어 놓았을 경우입니다. 그러나 누가 유머사이트에 글 올리면서 굳이 메모장에 글을 작성해놓고 글을 올립니까? 그냥 게시판에 글을 적고 입력 버튼을 누르지.

결국, 이런 증거로 볼 때 최소 3-4명에서 최대 14명의 인원이 오유 사이트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국정원 심리정보국이 고용한 프락치?'

처음 국정원과 경찰은 국정원 여직원 김씨와 함께 오유 사이트에서 활동한 이모씨가 김씨의 지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정원 여직원은 20대이고, 이모씨는 40대입니다. 온라인 친구를 지인처럼 여긴다면 국정원 여직원이 온라인에서 엄청나게 활동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아이엠피터'도 정말 친한 지인 아니면 절대 아이디를 바꿔쓰지 않습니다. 그 정도 되려면 최소한 수개월 간 친분이 있어야 하는데, 20대의 국정원 여직원이 40대의 이모씨와 아이디를 바꿔 쓸 정도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친분을 쌓았다는 것은 드라마에서도 하기 어려운 설정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국정원 여직원 김씨와 아이디까지 바꿔쓸 정도로 친분이 있는 이씨는 과연 누굴까요? '아이엠피터'는 이 사람을 국정원에 고용된 정보원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흔히 정보원이라고 하면 잘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관행적으로 사용했던 '프락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 1992년 경찰의 프락치 활동을 폭로한 이상원씨, 출처:한겨레 신문.


대한민국 경찰,안기부,기무사는 대공 수사라는 미명하에 '망원','첩보원','협조자'라는 명칭의 '프락치'를 동원했습니다. 이들을 '프락치'로 활용할 때 사용했던 방법이 돈을 주고 고용하거나 체포하지 않는 조건 등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국정원 김씨와 아이디를 바꿔 사용했던 이모씨는 일정한 직업도 없이 강남구 일원동의 고시원에서 생활했는데 매달 45만 원의 월세를 한번도 밀리지 않고 냈습니다. 40이 넘은 남자가 엄청난 재산이 있거나 사업이나 주식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고시원에 1년 넘게 거주하면서 매달 45만 원의 월세를 내면서 사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진짜 사업이나 주식투자,글 쓰는 작가라면 변두리 오피스텔에 가서 살지, 좁은 고시원에서 활동하지 않는 점으로 볼 때 이모씨의 행적은 수상합니다. 그러나 현재 경찰은 아직도 그의 소재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저 수사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의 예상으로는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 모두가 오유사이트와 같은 온라인에서 직접'대선개입'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아마 국정원 심리정보국 70여명이 사이트를 하나씩 맡아 이모씨와 같은 프락치를 고용해 조직적으로 대한민국 온라인에서 활동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마케팅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사람들이 잘 가는 사이트와 게시판에 조직적으로 글을 올리고, 추천하고 메인에 노출하면 자연스럽게 제품이 홍보되고 입소문이 납니다. 이런 간단한 홍보 방법을 국정원이 모를 리는 없을 테고, 단지 이들을 '알바'와는 다르게 철저하게 '프락치'교육을 통해 활동했다고 봅니다. 

국정원법

제9조(정치 관여 금지) ② 제1항에서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1. 정당이나 정치단체의 결성 또는 가입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2. 그 직위를 이용하여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  

'아이엠피터'는 지난해 국정원 여직원 사태가 벌어졌을 때 이것은 명백히 국정원법을 위반한 행위이며, 국정원의 직권남용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정치] - '국정원 12,12사태'와 직무유기 '선관위'

당시 언론 대부분은 국정원 여직원의 '셀프감금'만 포커스를 맞췄고, 선거운동 기간 중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그녀의 인권만은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도 말했듯이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집니다. 현재 '아이엠피터'가 모은 증거만으로도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위반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어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국정원 여직원의 '셀프감금'에 대한 민주당의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것은 구시대 독재,군사 정권 시절과 똑같이 정보기관과 경찰이 대공수사 운운하며 벌이는 정치 개입에 대한 준엄한 심판과 진실입니다. 일개 블로거조차 알 수 있는 범죄자를 처리할 사법기관이 대한민국에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