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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 사망은 한편의 영화 때문



9월11일 밤(현지시각)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와 대사관 직원 3명이 리비아 동부 뱅가지 시에서 로켓 공격에 사망했습니다. 당시 미국 대사와 대사관 직원은 벵가지 내 미 영사관 단지가 리비아 시위대의 공격을 받자 급하게 벵가지 소재 미 영사관을 떠나 더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던 중에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대사가 공격을 받기 전부터 미 영사관 단지는 수백 명의 시위자들이 몰려와 미국 국기를 찢고 불태우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 시위대가 미국 국기를 찢으며 담을 넘는 장면 출처:로이터 통신


시위대는 미국 영사관 단지의 담장을 넘거나 주변을 돌며, 미국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고, 시위대의 규모는 대략 2,000여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특히 이집트 카이로에서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가 합류하면서 시위대의 규모는 급격히 늘어났고, 시위 또한 격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 무장시위대가 총을 들고 리비아 주재 미 영사관 단지를 공격하는 장면. 출처:로이터 통신

저녁이 되면서 무장 시위대가 합류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은 총을 쏘면서 벵가지 소재 미 영사관을 공격했습니다. 이 총격으로 직원 1명이 살해됐으며, 이에 위협을 느낀 미국 대사가 세이프티 공간으로 이동을 시작했고, 미국 대사가 탄 차량이 무장시위대의 RPG(휴대용 로켓포)공격을 받았습니다. 차에 타고 있던 미국 대사와 경호원들은 로켓 공격으로 전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로이터 통신의 동영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상을 보면 총성이 계속 들리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미 영사관 단지를 둘러쌓고 시위를 벌이며 직접적인 사격을 가했으며 시위대에 의해 미 영사관 단지는 온통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원래 리비아 미 영사관 단지에는 리비아인 경비원들이 있었지만, 계속되는 시위대의 집중사격과 방화에 모두들 철수했고, 시위대는 단지 내로 수제폭탄을 투척하는 등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무슬림들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이라는 영화가 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슈퍼 경찰이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 강국의 미국 대사가 피살되는 사태가 벌어진 배경은 단 한 편의 영화가 발단이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부동산 업자였던 이스라엘계 미국인 샘 바실은 100명의 유대인이 500만 달러를 기부해 '무슬림들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이라는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그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은 암덩어리"라고 비난했는데, 그의 말처럼 이 영화는 온통 이슬람인들의 폭력성을 보여주거나, 무하마드를 동성애자이자 탐욕스럽고 피에 굶주린 불량배로 묘사했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화의 트레일러 영상을 보면, 이집트인이지만 기독교를 믿는 가정을 약탈하는 이슬람인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방화와 약탈을 수수방관하는 현지경찰과, 방화를 주도하는 이슬람 지도자도 등장합니다.

이슬람의 예언자로 추앙받는 무하마드를 아동 학대,혼외정사 옹호자,폭군으로 묘사한 이 영화는 무하마드를 형상화하는 것조차 금지하는 이슬람인들에게는 자신들의 목숨과 같은 신앙심을 짓밟고 훼손한 엄청난 대사건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트레일러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가자마자 이슬람인들은 분노했고, 이집트 TV에서 뉴스로 다루면서, 이집트를 비롯한 이슬람권에서는 미국과 제작에 참여했던 유대인들을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집트 카이로를 시작으로 이슬람인들은 거리로 나왔고, 이들을 미국 국기를 찢고 태우며 미국 영사관을 향해 시위를 벌였고, 결국 미국 대사 사망이라는 참사가 벌어진 것입니다.

' 코란을 불태웠던 테리 존슨 목사'

사실 이 영화는 제작됐다고 그리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언론과 사람들에게 주목받게 한 인물이 있는데, 그가 바로 테리 존슨 목사입니다.

▲ 테리 존슨 목사의 코란방화 장면. 출처:유스트림


테리 존슨 목사는 도브 세계 회관이라는 단체를 운영하는 인물입니다. 50명 정도의 신도를 거느린 존슨 목사가 주목받은 것은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나자 '이슬람은 악 (Islam is of the Devil)'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부터입니다.

9.11 테러가 일어나면서 이슬람에 대한 미국인들의 정서가 반감으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그리 극단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을 불태우자, 많은 이슬람인들 분노했고, 언론은 이를 자극적으로 보도했습니다.


9.11 테러 추모일은 물론이고 이란에서 기독교 목사가 투옥하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존슨 목사는 코란과 무하마드 초상을 불태웠는데, 이런 테리 존슨 목사가 또다시 주목을 받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 9.11 테러가 일어난 무역센터와 이슬람 센터가 건립되는 지역 출처:mcclatchydc.com

현재 미국에서는 '그라운드 제로'라고 불리는 9.11테러가 발생한 세계무역센터로부터 2킬로 떨어진 곳에 이슬람문화센터가 건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슬람인들이 저지른 9.11 테러 때문에 수백 명이 사망했는데, 그 아픔의 현장에서 불과 2킬로밖에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이슬람 문화 센터가 건립된다는 소식은 미국인들의 분노를 유발했고, 이를 테리 존슨 목사는 효과적(?)으로 이용하며 다시 많은 사람과 언론에 노출됐습니다.

테리 존슨 목사는 이슬람 문화 센터를 현재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코란을 태우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또한, 존슨 목사는 '무슬림들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이라는 영화를 가리켜 " 이 영화는 무슬림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슬람의 파괴적 이념을 알리기 위한 영화이며, 무하마드의 삶을 풍자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다."라는 말과 함께 적극 영화를 홍보했습니다.

'정치와 언론, 그리고 종교'

필자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단순히 이슬람인들이 모두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라는 이분적 사고방식을 조금은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몇 가지 미국의 상황을 보면 스스로 느낄 수 있습니다.

○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나

우리가 볼 때에 목사가 코란을 불태우는 행위는 그저 보수우익이 북한 인공기를 불태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코란은 명백히 이슬람교의 성스러운 존재입니다. 예를 들어 타 종교에서 성경을 불태우는 행위를 기독교가 가만둘리가 없다는 맥락과 비슷합니다.

존슨 목사가 코란을 태우는 행위를 미국 헌법에서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미국 수정 헌법 1조에는 표현과 신념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종교를 내세울 권리가 있다면 타 종교의 권리 또한 보장해줘야 하는 부분도 우리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종교가 타 종교를 배척하고 억압하고 모욕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와 함께 타인을 침범하는 행위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 이라크 주둔 미군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 출처:미국 백악관

○ 모든 사건에는 정치가 개입되어 있다.

존슨 목사의 코란 방화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국방성 장관은 코란을 태우는 행위는 아프카니스탄을 비롯한 중동 지역에 주둔한 미군을 위태롭게 할 것이며, 이는 알카에다가 모이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코란 방화를 중단하라고 요청했습니다.

미국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롬니 공화당 후보는 이전부터 오바마 정부의 대이란 정책을 비난했었습니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가 피살되자 롬니는 "오바마 정부의 첫 반응이 미국 외교관을 향한 공격에 대한 비난이 아닌, 공격한 이들에 대한 동정이었다는 점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오바마를 공격했고, 백악관은 롬니가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슈퍼경찰 행위가 언제나 영웅적인 면모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행동은 군수산업,로비스트,정치인들이 모여 만든 현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정치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국제 정세가 변하고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놓치면 안 됩니다.


▲ 미국 폭스 뉴스가 보도한 뉴스 장면 출처:폭스 TV

○ 언론이 만드는 여론?, 그 불편한 진실

우리가 흔히 미국은 자유주의 국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뜻밖에 보수주의가 만연한 국가 중의 하나입니다. 클린턴의 미국 국민 건강보험이 실행되지 않았던 배경에는 이런 보수주의자들이 언론을 장악했던 점도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폭스TV는 한국의 조중동처럼 언론을 조작하고 왜곡하며 보수주의자들이 열광적으로 시청하는 대표적인 미국의 보수언론입니다.

정당을 지지하는 언론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언론의 본질에는 항상 팩트가 있어야 하지만, 그 팩트를 변질하여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여론을 조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는 반드시 경계해야 합니다.


▲ 무슬림의 순진함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과 아프카니스탄 주둔 미군 병사의 모습

'무슬림의 순진함'이라는 영화에는 이슬람인이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있는 이집트 기독교인을 죽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는 십자가 목걸이를 건채로 죽은 여인의 장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줍니다. 이는 기독교인이라면 충격과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 화면입니다. 아프카니스탄에 주둔한 미군 병사들도 전사했지만, 아프카니스탄 주민들도 미군에 살해당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분명히 이번 사건은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인간의 죽음을 아파하기에는 그 안에는 복잡한 배경이 얽혀져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생각하며 고민해야 합니다.

종교와 정치,언론은 항상 사람들의 나은 삶과 진실을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분쟁과 아픔을 조장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그들의 추악함을 바꿀 수 있도록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하루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