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이야기

제주도는 과연 살기 좋은 땅인가?



제주도로 귀촌한 지 2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제주도 귀농으로 알고 있지만, 조그만 텃밭 하나 가꾸는 처지에 귀농은 맞지 않고, 제주도로 귀촌했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전업블로거로 글만 써서 살면서 제주도에 산다고 하면, 제가 쓰는 글보다 제주도에 관심 있는 사람을 자주 봅니다. 그만큼 제가 처음 귀촌을 꿈꾸었던 몇 년 전보다 훨씬 많은 도시인들은 귀촌과 귀농에 대한 동경이 커졌습니다.

이처럼 현대인들이 귀촌과 귀농을 생각하게 된 배경은 물질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정신적 안정감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바뀌었고, 교통과 IT 인프라가 커졌기에 굳이 직장 출근보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조건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배경 속에서 제주도는 귀촌과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 되고 있는데, 과연 이런 제주도가 귀촌,귀농은 물론이고 앞으로 살기에 적합한 땅인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 제주도의 일반적인 조건들

사람이 살아가면서 몇 가지 필요한 조건들이 있습니다. 경제,주거,의료.교육 등입니다.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 경제,취업,사업

제주는 일반적으로 직장에 다니는 사람보다 개인 사업자가 많습니다. 제주도 회사들의 급여 수준이 육지보다 낮은 편인 이유도 있지만, 직종이 다양하지 않은 이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업 대부분은 관광객 대상으로 한 숙박업소나 식당, 상품 판매가 있고, 감귤 농장이나 한라봉 등 농산물을 생산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제주에 내려오는 많은 사람들이 펜션이나 게스트 하우스를 하려고 합니다. 언젠가 이 부분을 정리하겠지만, 그리 만만한 사업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주 낙후된 사업은 아니고 계속 증가하는 관광객에 맞추어 자신만의 영업 노하우와 근면함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부분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와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지만 제가 살아 본 결과 그리 많은 급여를 바라지 않는다면 충분히 직업을 구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윤택하지는 않아도 살림 규모에 맞추어 충분히 살 수 있는 지역 중의 하나입니다.

▲ 제주시 구좌읍 송당 초등학교 전경, 현재 송당 초등학교 전교생은 50명 내외로 1학년 학급 인원은 7명이다.


○ 교육, 의료,복지 혜택

제주도 서울에 비하면 시골이라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 교육 때문에 걱정하지만 제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처지에서 말한다면, 제주는 어쩌면 서울보다 훨씬 아이들 교육에 좋다고 봅니다.

만약 아이가 중,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을 가기 원한다면 아이를 제주 신시가지 쪽으로 보내면 됩니다. 그쪽은 강남,분당, 일산처럼 교육열이 높아 서울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의 학업 수준이 높습니다.

저처럼 아이를 시골 학교에 보내면 오히려 많은 혜택을 받습니다. 농어촌 학교의 특성상 폐교를 막기 위한 무료 임대 주택을 제공하는 학교도 많고, 학교 시설도 도시보다 훨씬 좋은 편입니다.

문제는 점차 줄어드는 학생 수 때문에 학교가 분교로 바뀌면 교사 수가 줄어듭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연에서 자라길 원한다면 제주도 학교는 농어촌 지원 프로그램 때문에 육지 학교들보다 많은 체험 학습을 소규모 단위로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 제주도에는 종합병원 및 준종합병원이 제주시,서귀포시에 있으며, 제주대학병원은 시설면에서 가장 깨끗한 편이다.


제주도에서 병원 이용은 두 가지 입장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느냐, 아니냐에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면 시내 인근에 살아야 병원 이용에 불편하지 않지만, 아이가 없다면 보건소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특히 노인분들에게는 좋은 의료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제주도 어디에서든 차로 30-45분 정도만 가면 종합병원이나 소아과 병원을 갈 수 있을 정도로 병원은 많지만, 응급 시스템은 육지에 비해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밤에 아이가 아프거나 할 경우에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복지 혜택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나쁜 편도 아니고 그냥 보통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그런 점에서 일반 도시 중산층은 괜찮지만, 저소득층 가구는 오히려 도시보다 혜택을 적게 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 제주의 독특한 풍습과 주거 형태

제주는 다른 지역과 다르게 제주만의 독특한 풍습과 언어가 있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도 제주 사투리를 우리 아들보다 못하고 있어, 할머니는 물론이고 이웃분들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제주의 '괸당문화'를 나쁘게 보기도 하지만 제주의 역사를 조금 공부한다면 조금 이해될 수 있는 면이 있습니다.

▲ 제주도는 곳곳에 무덤이 많아 주택 매매시에도 항상 조심해야 하며, 돌이 많아 사람 손으로 땅을 일구기에는 힘들다.


요새 제주도는 귀촌,귀농 인구가 늘면서 땅값이 엄청나게 오르고 있습니다. 예전에 3,000만원도 안 되었던 농가주택이 5,000만원 이상 올라가기도 했으며, 그마저 매물이 없는 편입니다.

제주에 무턱대고 땅을 사서 건축하는 일은 육지보다 곱절은 힘듭니다. 건축비와 인건비가 타 지역보다 높은 이유도 있지만, 요새 외지인들이 갑자기 몰려와 건축 수요가 많아 무조건 제주에서 집을 짓는 일은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정도입니다.
 
일반적인 제주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올렸지만, 관련 내용 하나만으로도 몇 편의 글이 나올 정도로 세부적으로 알아야 할 내용이 많습니다. 제주에 관한 일반적인 글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소시어컬쳐/귀농과 귀촌,자연주의]

■ 형편없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 능력

사실 오늘 제주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동안 올렸던 귀농과 귀촌 이야기가 아닌 지역 정치에 관한 글을 쓰고 싶어서였습니다. 그것은 정치블로거로 중앙정치를 말하지만, 제가 사는 지역의 정치 또한 충분히 관심을 둬야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주도의 정치를 보면 사실 희망적이지만은 않습니다.

▲ 제주도의 재정 자립도를 분석한 자료 출처:통합진보당 제주도당


가장 큰 이유는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상황 때문입니다. 인천시가 공무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 사태와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비하면 아직은 괜찮지만, 그렇다고 제주도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관광 수입이 훨씬 많은 조건인데, 왜 이리 재정자립도가 낮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제주도의 재정자립도 문제는 형편없습니다. 이렇게 제주도의 재정자립도가 불안한 이유가 있습니다.

▶ 국고보조금 감소
▶ 인력 운영비 등 고정경비 증가
▶ 지나친 민간보조금 시스템
▶ 제주도 내 연고주의 부정부패
▶ 과시성 개발 사업


이명박 정부 들어 서면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갑자기 감소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처를 제주도는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공무원 봉급이 동결됐어도 호봉수가 늘어나 인건비는 늘어나고, 동일 사업에 대한 민간보조금 중복 지원, 그리고 제주도 지역주의에 팽배한 부정부패로 효율적인 행정은커녕 계속 지방재정이 나빠지고 있는 것입니다.

▲ 제주도가 벌이고 있는 투자사업의 투자규모와 실저 출처:통합진보당 제주도당


제주도는 지방자치단체 사업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으로 전혀 쓸모 없거나 비효율적이며, 경제원리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늘 사업은 손실을 보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제주도민의 몫으로 돌아옵니다.

■ 정치에 눈을 감으면 내가 사는 곳이 망가진다.

제주도에 여행 다니는 사람이 놀라는 것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제주 관광지마다 중국인 관광객을 쉽게 보는 것이고, 작년에 왔을 때도 공사하던 곳이 올해도 공사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지금 제주도에서 벌이는 공사는 수없이 많습니다. 하수관 교체 작업만 20-30개 구간이고, 도로공사는 무려 153개 노선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도로 포장하고, 하수관 정비 사업을 하는 것이 그저 우리가 사는 곳을 편리하게 해준다고 생각하면 좋겠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전혀 엉뚱하게 진행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 제주시가 시행하는 연동 '신광로' 덧씌우기 공사 현장. 출처:제주의 소리


멀쩡한 도로를 단지 중국인 거리 옆이라고 뜯어내고 다시 덧씌우는 공사는 그나마 양호한 편입니다. 일부 구간이 끝나고 도로공사를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갑자기 동시 다발적으로 공사만 시작하고 몇해 째, 끝을 내지 못하는 공사 구간이 부지기수입니다.

이렇게 예산이 낭비되는 사업은 일반행정뿐만이 아닙니다.

▲ 제주도가 벌인 세계7대 자연경관 전화투표 행정전화요금 출처:추적60분 화면 갈무리


우근민 제주지사는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사기극을 벌여 수백억 원의 제주도의 예산을 낭비했습니다. 아직도 우근민 지사는 '세계 7대 자연경관' 때문에 제주도가 널리 알려졌고, 수백억 원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의 근거는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처음 '세계 7대 자연경관' 투표를 시작할 당시에 저는 이것이 사기극이라고 글을 올렸지만, 이런 저의 주장은 일개 블로거의 글로 그저 묻혀졌습니다.

[정치] -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투표는 대국민사기극,

만약 저의 주장대로 사기극을 인지하고 제주도의회가 '제주 세계7대 자연경관'투표를 감시하고 막았다면 행정전화 요금 150억 원은 충분히 아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돈은 돈대로 뜯기고 사기당해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돈만 날리면 되는 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절대 자연보존지역 주변을 파헤치고 제주에서 유일한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는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저는 제주에 해군기지를 아예 세우지 말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더 좋은 입지 조건에 효율적인 '해경 기지'를 통해 제주도를 지키는 일에는 찬성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강정마을에 반드시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비논리적인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자연 유산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구럼비 바위가 흔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제발 제주도 어디에 똑같은 바위가 있는지 인증샷좀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제주도는 아주 좋은 주거 환경을 가진 지역은 아닙니다. 여기에 효율적이면서 제주를 사랑하는 도지사가 있는 행정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제주도는 그 어느 지역보다 자연환경이 좋은 땅입니다.

한 시간 이내에 아름다운 한라산은 물론이고 제주 곳곳의 오름을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과 바다,그리고 낚시를 즐길 수 있으며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달릴 수 있습니다. (만약 레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주에 와서 살면 최고인 지역입니다.)

제주는 과연 살기 좋은 땅인가?에 대한 저의 대답은 YES입니다. 너무 아름답고 좋은 땅입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무능력과 행정력에 점점 망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켜야 합니다. 제가 사는 이 땅은 정치인들의 땅이 아닌 앞으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땅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사는 곳은 어떠합니까? 우리가 눈을 뜨고 지역 정치인들을 감시하고 그들을 지켜보지 않으면, 행복하고 아름다운 땅이 정치인들 손에 황폐해지고 파괴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돈을 물려주기보다 그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꿈을 펼치며 살 수 있는 땅을 만드는 것도 우리 어른들의 의무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