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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한국 최초의 기독교 민영교도소, 그 실체는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가는 곳이 교도소입니다. 이 교도소는 국가가 100%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에서도 민간인이 운영하는 교도소가 있습니다. 바로 2010년 12월에 개소한 '소망교도소'입니다.

경기도 여주군에 위치한 소망교도소는 대지 2만3천평에 건물 면적 3,100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용시설은 최대 38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현재는 298명이 수감되어 있습니다. (실제 정원 300명 규모)

한동안 교도소 운영을 민간인, 그것도 특정 종교에 맡겨야 하는 논란을 빚었던 '소망교도소'의 현재를 조명하여, 과연 앞으로 이런 민영교도소가 더 늘어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민영교도소 도입 배경

민영교도소의 배경 도입은 한마디로 돈 때문입니다. 1980년대 미국은 범죄자가 증가하면서 교도소가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 상태에서 교정이라는 부분이 무용지물이 되고, 오히려 교도소 출소 후 범죄율이 증가하자 민간인 투자회사를 활용한 민영교도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한국도 미국과 비슷한 취지로 민영교도소 도입을 검토했는데, 1997년 IMF 사태를 맞아 정부의 조직과 재정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교정현대화추진단'의 개혁 정책으로 민영교도소 도입이 있었습니다.

기독교총연합회는 1995년부터 '기독교교도소설립추진위원회'를 설립하여 종교를 통한 교정을 내걸었고, 1999년 '행형법(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에서 교도소 운영의 민간위탁권한이 부여됐습니다.

2001년 법무부는 민영교도소 수탁자 선정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모했습니다.이때 기독교, 원불교, 경비보안 전문회사등이 관심만 보여, 결국 재단법인 아가페에서만 제안서를 제출하여 2002년 3월 아가페 재단을 공식적인 수탁자로 확정했습니다.

소망교도소 건축 조감도 출처:아가페 재단


2008년 10월에 경기도 여주군에 지상2층 총 6개 건물로 이루어진 '소망교도소' 건립 기공식을 개최하였고, 2010년 12월1일 한국 최초의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가 개소됐습니다.

■ '소망교도소'는 어떤 곳인가?

소망교도소는 의외로 까다롭습니다. 형기가 7년 이하, 잔여 형기가 1년 이상 남은 재범 이하의 수용자 중 20세 이상 60세 미만의 남자만 수용될 수 있으며, 공안,마약, 조직폭력 사범은 제외됩니다.

기독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소망교도소'라고 기독교인만 수용되지는 않습니다.

민영교도소라고 국영교도소와 처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급양,의료.처우내용,운동,접경 등이 모두 민영,국영 동일하며, 가석방이나 귀휴 등도 동일한 기준과 절차에 따르고 있습니다.

 

일반 교도소 식사 장면(좌)소망교도소 공동식당 모습(우) 출처:검찰,법무부블로그


소망교도소가 국영교도소와 유일하게 다른 점은 바로 식사입니다. 일반 교도소는 방에서 재소자들이 운반된 식사를 하지만 소망교도소는 공동식당에서 함께 식사합니다.

식판을 사용하는 것이 다를 수 있는데 (교도소에서는 수저를 포함 모든 식기가 플라스틱) 미국사례를 봐도 공동식당은 중범죄자 교도소가 아닌 이상, 크게 문젯거리가 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 딱히 '소망교도소'가 내세우는 것이 공동식당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엄청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소망교도소'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오늘 이 글을 쓴 배경에는 논란을 겪고 설립한 민영교도소 '소망교도소'가 과연 제대로 운영되고 있으며, 본래 목적인 교정 활동을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제가 기독교인이지만 교회나 기독교 단체가 실제 조직을 운영하면서 많은 비리와 부실을 안고 있던 사례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소망교도소'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 보겠습니다.

○ 돈이 없어 쩔쩔매는 '소망교도소'

처음 민영교도소 설명회를 열었을 때 많은 단체에서 관심은 보였으나 불발된 이유가 초기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었습니다. 소망교도소의 교정법인 아가페 재단도 교도소 설립 비용으로 약 300억 원이 들었으나, 실제로 투입된 금액은 206억 원뿐이었고, 나머지 금액은 적자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망교도소'의 운영비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소망교도소는 법무부와 맺은 위탁계약서에 따라 수용인원 1인당 국영교도소와 동일한 수용경비를 지급합니다. 그런데 100% 지급이 아닌 90%까지만 지원받습니다.

우선 초기 건축비도 적자상태이고 현재 운영비도 10%정도는 아가페 재단에서 메꾸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여타의 수익사업이 없는 재단은 오로지 후원과 모금에만 유지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소망교도소 내부 모습과 교육장면 출처:법무부,국회입법조사처


○ 건물만 새것? 부족한 교화프로그램과 시설

소망교도소 내부 모습을 보면 마치 어떤 상업용 건물에 와 있는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아주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긴 지 20-30년이 된 기존 국영교도소와 신축건물이라는 차이를 고려한다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이토록 멋있는 건물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부족한 시설이 태반입니다. 우선 수용사동의 규모가 작고 작업장, 직업훈련시설,욕실,화장실이 제대로 없어서 오히려 국영교도소 수준보다 못하다고 수용자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특히, 국영교도소는 복역기간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위나 기술자격증 취득 등 다양한 기회가 있지만, 소망교도소는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탓에 국영교도소 프로그램보다 훨씬 적은 교화프로그램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소망교도소 수용자의 범죄유형 출처:국회입법조사처


○ 민영교도소와 국영교도소의 차이가 없다?

외국에서 민영교도소가 늘어나고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동일한 교정 시설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같은 경우는 땅값이 저렴해 초기 건축비가 적게 들어 괜찮지만, 한국은 토지매입비부터 많은 돈이 소요됩니다.

여기에 모든 운영비 대부분을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기 때문에 건축비 이외에 민영교도소가 순수 예산을 투입하는 규모는 현저히 적습니다. 결국, 시설만 새것일 뿐이지 운영비는 국가로부터 대부분 지원받기 때문에 국영교도소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현재 국영교도소의 운영비 대부분은 인건비인데, 그것은 교정직 공무원들의 경력 때문입니다. 소망교도소의 경우 직원들 대부분이 공무원이 아니므로 인건비가 절감되는 측면은 있지만, 과연 경험없는 직원들이 원활한 교정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소망교도소가 밝힌 민영교도소 필요성 출처:아가페 재단 홈페이지


민영교도소의 설립 배경은 적은 돈으로 효과적인 교정을 하겠다는 것인데, 소망교도소를 보면 최소한의 시설 투자를 해놓고 오히려 교정 프로그램은 국영교도소보다 더 낮은 상태입니다.

즉 국영교도소의 부족한 점을 채우겠다고 나선 소망교도소의 현실은 국영교도소와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부족한 면이 많다는 점이 현재 소망교도소의 가장 큰 문제이자 추진 목적을 잃어버린 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기독교 이미지를 갈아먹는 '소망교도소'

사실 법무부에서 민영교도소를 도입하기 이전부터 기독교에서는 민영교도소를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교도소를 방문해서 종교 프로그램을 운영해봤더니 전도나 개종률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으로 기독교계에서는 민영교도소를 추진했고, 이제 한국 최초의 민영교도소까지 운영하게 됐습니다.

소망교도소를 운영하는 아가페 재단이 밝힌 민영교도소 기대효과 출처:아가페 재단 홈페이지


'소망교도소'를 운영하는 곳은 아가페 재단으로 한국에서 큰 교회로 꼽히는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곳입니다. 아가페 재단이 밝힌 것처럼 '소망교도소'가 실질적인 한국교회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느냐에 물음에 저는 선뜻 YES라는 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종교를 통해 교정한다는 취지는 나쁘지 않습니다. (일부에서는 종교를 국가 시설에서 강요하는 것이 문제라는 논란도 있었지만,강압적이지 않거나 일반교도소에서 소망교도소 이감에 종교가 필요사항은 조사결과 아니었기에 종교논란은 배제했음)  그러나 이런 식의 교정도 최소한 국영교도소의 시설이나 일반 프로그램과 동일하게 충족시킨 뒤에 나와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단지 기독교라는 종교만으로 시설도 부족하고 교화 프로그램도 미비한 상황으로 운영되는 것은 종교를 내세운 포장에 불과할 뿐입니다.


소망교도소가 국가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나 교정 프로그램의 변별성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소망교도소는 재정난을 해결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이 말은 앞으로 민영교도소가 '소망교도소' 하나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합니다.

기독교가 포부를 갖고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오히려 문제만 일으키고 끝이 난다면, 기독교 이미지의 상승은커녕 오히려 기독교의 확장 때문에 무리하게 일을 벌였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교정과 전도는 자신들의 홍보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