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이야기

짝퉁 삼다수 '농심'에 뒤통수 맞은 제주도



제주에 내려와서 생긴 생활습관 중의 하나가 마트에 갈 때마다 생수를 사오는 일입니다. 서울에 있을 때에는 생수보다 정수기를 애용했지만, 제주도는 정수기 관리업체가 오지까지 방문하지 않고, 생수가 보리차를 끓여 먹는 가스비보다 훨씬 더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2리터 6개들이 <삼다수> 팩이 세일할 때에는 2,500원도 하니 한 병에 거의 500원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제주에서는 삼다수를 진짜 물 마시듯이 마십니다.

대부분 공산품이 육지에서 오는 탓에 물가가 비싼 제주에서 유독 <삼다수>는 육지보다 오히려 더 쌉니다. 가격 대부분이 지점마다 비슷한 이마트의 가격으로 비교해보겠습니다.


제주 삼다수 2리터 1병의 가격이 육지 이마트에서는 910원, 제주지역에서는 650원입니다. 이마트에서조차 260원이라는 가격의 차이가 납니다.

도대체 모든 물가가 비싼 제주에서 왜 삼다수만 육지보다 더 저렴할까요? 해답은 바로 삼다수 공장이 제주도에 있기 때문입니다. 물류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삼다수를 어느 회사 제품으로 알고 있습니까? 아마 대부분 사람은 농심에서 만들어 파는 먹는샘물로 기억할 것입니다. 저 또한 삼다수를 농심에서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주에 내려와 보니, 삼다수는 농심 공장에서 제조되는 생수가 아니었습니다.

<삼다수>는 제주도가 자본금 360억 원을 전액 투자한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이하 제주개발공사)의 먹는샘물 공장에서 전량 생산되는 제품이었습니다.

1997년 제주개발공사는 육지에서의 판로를 모색하기 위해서, 농심은 급증하는 먹는샘물 시장에 뛰어들 계획으로,제조와 상표권은 제주개발공사가,판매와 유통은 농심이 맡는 판매협약을 맺었습니다.

먹는샘물 시장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제주 삼다수를 둘러싸고 제주개발공사와 농심이 체결한 판매협약으로 제주도가 연일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 재주는 제주도가 부리고 돈은 농심이 챙긴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와 단순 판매와 유통을 책임진 농심, 어느 곳의 이윤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리 홍보비와 유통이 중요하다고 해도, 생산자보다 유통업자가 더 많은 이득을 취하는 일은 경영 면에서 불공정 거래로 여겨집니다.

농심 측에서는 삼다수 판매에 대한 홍보비와 소요 경비, 매출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단순 매출액만으로 비교해보겠습니다.

자료출처:(주)농심 연차보고서

2005년부터 분석한 자료를 보면 매출액 차이는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농심이 확실한 수익 원가를 밝히지 않고 있어서 이익을 알 수 없지만, 2010년 작년도에만 제주도개발공사와 (주) 농심의 매출액 차이는 694억 원이나 됩니다. 거의 7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액 차이에서 농심이 삼다수 단일 품목으로만 최소 수백억 원의 돈을 벌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농심은 삼다수로 돈만 번 것이 아니라, 자사의 음료 시장 확대에 삼다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매년 음료시장 매출액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농심의 2010년 경영실적 보고서 ⓒ 농심


농심이 공식적으로 밝힌 음료시장의 연평균성장률은 18.3%이고, 이 중에서 삼다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77.0%입니다. 경영 성과로만 따져봐도 삼다수는 농심의 효자품목 중의 하나이고, 차후 음료시장 점유율에 가장 큰 역할을 할 무기이자 원동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심이 제주에 기업의 사회환원을 한 일이 있느냐는 물음에 저는 별로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수백억 원의 세금으로 공장 만들어 먹는 샘물을 생산했더니, 사기업 농심만 배부르게 하는 꼴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 현대판 노예계약을 체결한 어리석은 제주도

제주개발공사는 1994년 설립부터 먹는샘물 생산을 목표로 공장과 생산설비를 전액 도비로 충당하여 만든 공기업입니다. 그런데 초기 먹는샘물 유통망이 없다는 이유로 농심과 체결한 계약을 보면 졸속행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조항이 수두룩합니다.

현대판 노예계약으로 불리는 제주개발공사와 (주)농심과 체결한 불평등 조항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될 경우 매년 연장된다’

농심과 제주개발공사는 판매협약을 맺으면서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될 경우 매년 연장된다.'라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혹자는 아니 구매계획물량만 충족하면 매년 연장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에 따르면 제주개발공사는 수백 년이 지나도 농심이 망하지 않는 한<삼다수>를 제주 이외의 지역에서는 팔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 사업계약서에는 '매년 연장된다, 그러나 그 계약은 5년 내지는 10년 만에 체결되는 판매협약 갱신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라는 문구를 넣습니다. 즉 자동연장은 보장해주면서 문제가 될 경우 계약을 다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례이자 당연한 원칙입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제주개발공사는 저 조항을 판매협약에 넣었고, 농심이 판매협약을 파기하지 않는 한 <삼다수>를 농심이 독점 판매하게 될 것입니다. 


○ '(주)농심이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제주삼다수의 독점적인 판매권 보유'

농심은 사업가답게 <삼다수>의 판매를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독점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당연히 독점 판매해야지 무슨 문제가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드는데, 이에 대한 보완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농심이 음료사업을 확충하면서 속칭 끼워팔기 식으로, 자사의 새로운 음료를 지방 대리점에 어느 정도 팔아야 삼다수를 공급하겠다고 나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대리점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농심의 음료수를 구매해야 합니다.

이런 양상은 벌써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삼다수가 부족하다고 제주개발공사에 민원을 넣지만, 제주개발공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심지어 제주개발공사가 지역 대리점에 삼다수를 보내주는 일도 판매협약에 어긋납니다. (물론 기부는 가능하지만)

계약서에는 문제가 될 경우를 가정해서 조목조목 자세하게 문구와 조건을 달아야 하지만 제주개발공사는 아주 편하게 서명만 하고 넋을 놓고 있었습니다. 

○ '제주삼다수 사업과 관련한 영업자료를 요청할 경우 (주)농심의 협조'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 관련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려고 보고서 작성을 의뢰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가장 기본적인 '제주삼다수 사업 손익현황 및 광고.홍보비 집행내역'을 농심 측에서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심이 밝힌 이유는 '영업비밀' 딱 한 문장입니다. 판매협약에 명시된 협조와 의무적 제공은 다릅니다. 즉 계약서에 의무적으로 제공한다고 했으면 법적으로 제주개발공사가 받아낼 수 있지만, 협조해도 '영업비밀'이라고 버티기 때문에 어찌할 방도가 없습니다.(그런데 무엇이 두려워 밝히지 않는 것인지, 그 금액이 얼마나 많기에 영업비밀이라고 숨기는지 궁금합니다)

중요한 계약을 하면서 전문 변호사에게 맡기지 않고 계약을 서둘러 한 느낌이 들 정도로, 농심과 체결한 판매협약은 불공정계약인 동시에 현대판 노예 계약이라고 보입니다.

■ 약삭빠른 농심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제주도

제주개발공사와 농심과의 불공정 계약에 대한 글을 읽은 사람 중에는 '그냥 계약 파기하고 제주개발 공사가 삼다수를 판매하면 될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계약 자체도 문제이지만 <삼다수>라는 브랜드명을 제주개발공사가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삼다수라는 브랜드명에 관한 상표법을 보면 상표권, 제조에 관련된 상표권은 제주개발공사가 소유하고 있지만, '서비스표' 즉 판매에 관련된 상표권은 (주) 농심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 상표법에 따르면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라는 명칭으로 제조는 가능하지만 판매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제주개발공사는 농심과 계약을 파기하면 삼다수라는 명칭의 상품을 제조해도 육지에 팔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농심은 가능할까요? 농심은 가능합니다. <제주 삼다수>가 아닌 <농심 삼다수>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했기 때문에 제주 삼다수가 아닌 <농심 삼다수> 상표로는 얼마든지 판매할 수 있습니다.


제주개발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상표권을 정리해보면 농심은 삼다수라는 명칭이 들어간 <농심 삼다수>도 보유하고 있고, 화산 그림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결국, 제주도가 아닌 어느 지역에서 먹는 샘물 공장을 만들어서 화산그림 넣고 <농심 삼다수>라는 상표를 부착하면, 얼마든지 판매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제주개발공사는 자신들의 제품도 제주 밖에서는 한 개도 못 파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 비도덕적인 '농심'의 기업 윤리

처음에 글을 작성하고 자료를 찾았을 때는 제주개발공사를 비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제주개발공사는 멍청했고 (주)농심은 참으로 비열했습니다.

상표권만 해도 1997년 계약 체결 당시 상표권을 제주 개발공사가 소유하기로 계약을 했지만, 농심은 약삭빠르게 <농심 삼다수>라는 상표를 등록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제주개발공사는 2004년 <제주 삼다수>로 특허청에 등록을 신청했지만, 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처음부터 상표 등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주개발공사도 문제지만, 판매협약을 맺은 공기업의 상표를 상의도 없이 자사 상표로 등록한 농심도 기업윤리에 어긋납니다.


위의 그림은 똑같은 삼다수 제품이 아닙니다. 하나는 제주 삼다수이고, 하나는 '백산성수'(白山圣水)라는 중국에서 파는 먹는샘물입니다. 이 사진이 온라인에 돌면서 삼다수 짝퉁이라고 논란이 되었지만, 사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백산성수를 만들어 파는 회사인 '연변천지광천음료유한공사'에 지분을 출자한 회사가 농심이기 때문입니다. 농심은 앞서 '화산그림'과 '서비스상표권','농심 삼다수'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 드렸는데, 그래서 법률적으로 저렇게 농심이 만들어 팔아도 지적재산권 침해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농심은 제주도민의 세금으로 만든 제주개발공사의 <제주 삼다수>를 통해 매년 수백억 원의 이익을 취하고, 음료 시장까지 확대했습니다.농심은 더 나아가 상표를 등록하고 중국에 누가 봐도 삼다수와 같은 모양의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에 지분을 출자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장백산 물사업 유통망 확대'라고 떳떳하게 경영목표를 세우고 있는 <주식회사 농심>이 벌이고 있는 모습이 정당하다고 보십니까?

출처:www.naokis.net


농심 새우깡이  일본 가루비의 <갓빠 에비센>을 베꼈다는 논란에 대해 농심 측은 “우리 제품이 일본의 에비셍이라는 과자와 비슷한 건 사실이지만 따라한 것은 아니다,여러 제품을 참조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제품이 나올 수는 있지만, 우리 제품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농심은 '일본 과자 베끼기' 라는 논란과 함께 '외국과 차이가 나는 용량','블랙신라면' 파동을 겪었습니다. 이번 제주 삼다수 관련 불공정 계약 소식도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제주개발공사가 상표권과 영업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는 문서를 5차례나 보냈지만 농심은12월 계약까지는 말을 아끼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12월이후에 계약은 자동연장) 과연 농심은 소비자들이 '제주 삼다수'의 숨겨진 모습을 알았을 때도 이처럼 자사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버틸지 주목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개발공사는 제주도민의 소중한 세금 수백억 원을 통해 사기업만 배를 부르게 했다는 비난을, 농심은 상도덕을 무시한 기업윤리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