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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순수해서 고소당한 김여진을 향한 따끔한 충고


한진중공업이 배우 김여진씨를 포함한 5명에게 집단 건조물 침입으로 고소했습니다. 경찰은 김여진씨를 포함한 25명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미신고집회, 해산명령불응)과 집단 건조물 침입,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출석 요구서를 보냈습니다.

원래 이번 주는 어제부터 한나라당 전당대회 관련한 박근혜와 친박계의 움직임을 파악해서, 향후 정치권 판도에 대한 인기는 없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에 중요한 이야기를 쓸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김여진씨 출석 요구에 대한 반응이 그저 감정적인 부분이 너무 많아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어떤 대안이 있는가 고민하면서 글을 씁니다.

소셜테이너라 불리는 김여진씨 출석 요구는 본질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무턱대고 김여진씨가 불법 노동 현장에 갔다고 비판하는 사람이나, 무조건 사회 이슈에 동조하는 모습,너희는 행동해라 나는 그냥 재밌는 구경을 하겠다는 사람들, 모두가 각각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부하는 사람에게 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다수 국민이 합의하에 개인 노동력의 가치를 인정받고 인권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 부분에서 아직도 밑바닥을 헤매고 있습니다.

예전 노동운동은 독재와 군사정권하에서 무력으로 자행된 탄압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비겁한 방법의 하나로 꼽히는 돈으로 노동자를 교묘하게 탄압하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은 돈으로 인간을 억압하여, 신성하고 보호받을 노동운동을 말살시키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바퀴 달린 운동화를 사주고 싶었던 아빠 김주익은 차가운 고공 크레인에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가 한진중공업과의 노동운동이 힘들어서였을까요? 그는 용역깡패나 회사의 탄압은 굳건하게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의 집안에 가해진 손해배상 가압류 조치였습니다.

그의 뒤를 이어 곽재규씨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는 한동안 노조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노조간부 활동을 할 경우 무노동 무임금으로, 몸이 아픈 장모의 병원비를 댈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진중공업을 비롯한 노동운동을 하는 근로자에게 재벌기업들은 손해배상 가압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한진중공업은 2003년 10월13일 파업참가 조합원 180명에게 공문을 보내 10월15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총 150억 원 손배․가압류를 조합원 개개인에게 청구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예전에는 파업에 참가한 근로자에게만 부과했던 손배․가압류가 지금은 신원보증인까지 가해지고 있습니다.

<사례1>
손위 동서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사측에서 여기에 가압류를 했습니다. 동서 얼굴 보면 미안하고 너무 막막합니다. 지금은 가족 행사가 있어도 가급적 안 마주치려고 피해 다니는 신세입니다
-효성해복투 정용준씨의 증언-


<사례2>
시그네틱스 한 여성조합원은 신원보증을 섰던 친정오빠의 집에 1억원의 가압류를 집행당했다. 친정오빠의 집은 이 조합원의 형제자매 7명이 돈을 모아 직접 손으로 지은 집이었다. 보통 농촌에서 대부분 그렇듯이, 땅이나 집, 밭을 담보로 농협에서 영농자금을 대출받고, 가을에 추수해서 갚아나가는 처지였는데, 대출금 상환이 늦어져서 상환을 연기하려고 하는데, 이미 집에 가압류가 걸려있어서, 농협에서는 연기도 안 시켜주고, 다른 곳에서도 대출이 안 되었다. 이 조합원은 너 때문에 형제들이 같이 지은 집이 가압류되어서 무슨 꼴이냐. 무슨 대단한 일 한다고 집안 형제까지 낭패를 당해야 하냐는 원망을 한없이 들었다. 끝내는 친정오빠로부터 그렇게 일하고 싶으면, 복직해서 일할 때까지 인연 끊자. 전화도 하지 마라는 말을 들었고, 현재는 형제지간 인연도 끊긴 상태이다


이처럼 재벌기업들은 노동운동을 말살하기 위해 근로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에게까지 고통과 핍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손배.가압류가 시행되면 파업 참가 근로자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한진중공업 김주익,곽재규 두 명의 근로자가 이런 고통을 더이상 참기 힘들어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근로자의 목소리를 마주앉아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손배,가압류를 통해 탄압하고 있는 나라가 지금 대한민국입니다.


저는 이번 희망버스 참가자를 비롯한 김여진씨에게 진심 어리지만 따끔한 충고를 해주고 싶습니다. 그것은 뜨거운 가슴을 안고 아픔은 같이하면서, 머리는 항상 냉정하라는 것입니다.

이번에 경찰 출석요구서를 받은 25명 중에는 김여진씨처럼 집단 건조물 침입죄로 고소된 사람이 있습니다. 현행 법률상 건조물 침입죄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판례를 보면 파업이나 시위에도 건조물 침입죄가 성립된다고 했기 때문에 대략 200만 원가량의 벌금형을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김여진씨의 생각을 따라갔던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미연에 이런 부분을 생각해서 위험 요소를 알려주었어야 합니다. 또한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해 무료 자문 변호사를 대동했어야 합니다. 아무리 뜨거운 가슴이 있어도 냉철한 판단력과 대응책이 없다면, 기업들은 법을 악용해서 외부에서 자신들의 치부를 볼 수 없도록 철저히 막을 것입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될 경우,벌금형이 아닌 최소한 집행유예로 이들은 모두 전과자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문제를 하나 내겠습니다.

Q:김여진의 희망버스를 탄 사람들이나 외부날라리 세력은 모두 운동권이나 노동운동가입니까?
A:아니다,평범한 일반 시민이 다수이다.


띵동.....
맞습니다. 이들은 모두 평범한 시민입니다. 그런데 평범한 시민이 갑자기 몇백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하고, 집행유예를 받아 전과자가 된다면 또다시 이런 집회에 참석할 수 있을까요?

기업은 법을 악용하여 고통 받고 있는 근로자를 철저하게 외부와 연합하는 것을 막아내려고 합니다. 자신들의 간악함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이렇게 교묘하게 나오는데 무작정 불나방처럼 뛰어들면 안 됩니다. 철저하게 법률자문인단을 구성하고, 벌금형을 대비하여 모금도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김여진씨가 반값 등록금 시위할 때는 가만히 있던 사람들이 한진중공업에 가니 비판하고 욕을 합니다. 대학생을 도와주는 일은 괜찮고 노동자를 도와주면 나쁜가요? 이 말은 이모가 조카의 등록금은 대주어도 괜찮지만 힘들게 일하는 삼촌을 도우면 안 된다는 논리와 똑같습니다.

간혹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을 하는 김진숙씨와 파업 근로자가 불법이라고 왜 그런 일에 김여진씨가 동조하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은 제가 오늘 쓴 글의 첫 번째 단락을 다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은 아래 포스팅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韓國/정치] - 김여진은 왜 경찰청 게시판에 글을 남겼는가?

김여진씨가 한진중공업에 가고 김진숙씨와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으니, 그나마 사람들이 한진중공업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KBS를 비롯한 언론과 세상 누구도 한진중공업 사태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주었습니까?

소셜테이너라고 불리는 김여진씨를 비판하기 전에 우선 그녀가 왜 목소리를 높이고,한진 중공업에 가고,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방송에 나오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대한민국이 아닌 먼 나라 이야기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직장에 멀쩡하게 다니는 사람에게 회사가 이야기합니다. 요새 회사가 안 좋아서 직원을 해고시키겠다고,그런데 수출도 잘 되고 있는데 왜 회사 사정이 안 좋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찾아보니 경영 실적이 좋아서 사장은 월급도 오르고 주식배당도 가져갔습니다. 이상해서 사정을 알아보니 회사가 직원들을 해고시키고 임금을 적게 주는 다른 나라로 회사를 옮기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억울해서 따졌더니 너 불법적으로 회사에 항의한다고 월급을 비롯해 사는 아파트,신원보증을 섰던 형님 집에 가압류 딱지를 붙여 놓았습니다. 너무 힘들어 죽음까지도 생각합니다.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진중공업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 언제든지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고 우리 회사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제 눈에 비친 김여진씨는 주책바가지입니다. 배우가 아무데서나 눈물을 흘립니다. 연기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너무 가슴이 아파서 울어댑니다. 그녀가 무엇을 바라고 이렇게 울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겠습니까?

그녀는 돈이 되는 CF도 섭외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광고주 입장에서 그녀는 광고에 출연시킬 수 없는 과격한 배우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드라마에서도 그녀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KBS와 MBC,SBS 모든 방송이 정권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에 옛날 전두환 시절처럼 방송 출연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돈도 못 벌고,배우가 연기도 못 하게 될 수 있는데 그녀는 계속 거리로 나섭니다. 그녀를 비판하는 사람에게 묻습니다. 그녀가 돈을 위해서입니까? 아니면 인기를 위해서입니까? 돈도 인기도 그녀에게는 더이상 올 수도 없습니다.

그녀가 오지랖 넓다고 욕을 먹으면서 거리에 나서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가슴이 시키고 머리에서 이것은 아니라고 자꾸 이야기하며, 행동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김여진씨가 배우라는 이유로 거리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로 유명한 팀 로빈스입니다. 그는 김여진씨보다 더 적극적으로 정치와 노동운동을 하는 영화배우입니다. 그가 했던 말을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는 정의를 위한 기나긴 투쟁입니다. 진정한 변화를 낳는 것은 바로 풀뿌리 운동들입니다. 어떤 풀뿌리 운동도 자신의 이상을 타협할 여지는 없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워싱턴의 칵테일 파티나 백악관의 링컨실에서 이뤄질 수 없습니다. 이는 벅차고 힘든 작업이며, 쉴 세 없는 선동을 요구합니다. 노예제를 폐지하는 데 백년 이상이 걸렸고, 아동 노동을 종식시키는 데 백년 이상이 걸렸으며, 최저임금제를 실시하는 데 백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이 운동은 아직 유아기 상태에 있지만, 생동감에 넘쳐 있고, 결코 그냥 사라질 운명이 아닙니다. 그 문은 여러분을 향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이는 넘어서기에 두려움이 앞서는 문지방이지만, 결정적인 것입니다.』

김여진씨는 지금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법률 자문위원,변호사,한진중공업 사태를 널리 알릴 미디어 분야 종사자,함께 고민하고 이런 사실을 널리 알릴 사람 등,적은 돈이지만 그녀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벌금과 제반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다양한 손길이 필요합니다. 도울 수 있는 분들은 꼭 그녀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시면 김여진씨 트위터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김여진씨 트위터 바로 가기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중인 김진숙씨 트위터 바로가기

그녀를 도울 사람은 힘도 권력도 없는 평범한 시민이지만,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이런 시민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김여진씨가 순수함을 지키면서 냉정함을 통해 교묘하게 법을 악용하는 세력을 이겨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