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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으로 입원한 딸을 질투하는 아빠의 사연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일에는 흔히 방해되는 일이 많다는 뜻인데 속칭 마가 끼었다고들 많이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잘 풀리는가 싶다가도 어떤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는 일을 말하는데, 요새 저희 집이 그렇습니다. 제주에 내려와서 제대로 귀촌의 꿈을 펼치는 터전을 마련하고 이사를 하려고 준비하는 시점에서 일이 마구 터져버렸습니다.


4개월된 딸아이가 감기에 걸려 아내와 저까지 온 가족이 모두 감기로 며칠째 앓아누웠습니다. 소아과를 두 군데를 다녀도 계속 기침과 콧물이 심해져서,대학병원에 예약하고 제주 시내로 가려는 아침에 발을 삐끗했습니다.제 발도 딸아이도 대수롭지 않게 큰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갔습니다. 그런데,딸아이는 급성 폐렴이라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고,저도 아이를 입원시키고 잠시 정형외과에 외래를 갔더니 다리에 금이 갔다고 깁스를 했습니다.

제주도는 소아과가 시골에는 없습니다.그래서 힘들게 운전하고 갔는데 깁스를 한 덕분에 운전도 못 하고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한 아이를 입원까지 시켜야 하니, 이래저래 마음도 몸도 힘들어졌습니다.
 


문제는 오늘 토요일에 임대받은 농가주택으로 이사해야 하는데,짐도 다 정리하지 못했고, 아직 욕실 공사를 비롯한 수리도 끝내지 못했습니다. 운전을 하지 못해서 이삿짐도 운반하기가 어려워졌고 아직 수리를 덜 끝난 집으로 아픈 아이를 데리고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할 일은 많고,아이와 저는 아프고,자동차가 없으면 다니지 못하는 제주도에 일가친척도 없으니, 낯선 타향에서 고향으로 바뀌고 있는 제주도가 조금은 힘들어지는 일주일이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힘든 시기에 가족에게 딸아이의 입원 소식과 제 다리 깁스 이야기를 했더니,돌아오는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타박과 질책이었습니다.
 


" 아니 도대체 애가 폐렴이 될 때까지 너는 뭐했니?"
" 애는 괜찮아? 많이 아프지 않아?"
" 열은 없고? 검사는 다 했어?"
" 애는 울지 않고 모유는 잘 먹니?"
" 너는 왜 아이도 아픈데,다리까지 다치고 난리니"


저도 나름 평생동안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깁스를 해서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데, 돌아오는 것은 질책과 구박이어서 얼마나 서러운지 ㅠㅠ. 여기에 아내는 한술 더 떠서,침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아이의 숨소리 하나하나 지켜보면서 아이만 챙기고 있습니다.

침상 밑 보조 침대에서 다리 아파서 끙끙대고 있으면,아이 자는데 시끄럽다고 난리를 칩니다. 원래 아이가 우선인 집이였지만,온 가족이 오로지 딸아이의 입원 소식과 아픈 몸만 걱정합니다.

제가 원래 우리 엄마 아들이 아니라 주워온 자식이 아닌가? 나이 사십 먹고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온 가족이 모두 제가 아닌 울 딸만 걱정하기에 가끔 울 딸을 쳐다보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 아빠가 너보다 못난 것이 뭔데,왜 너만 사랑받는 거니? "
" 혹시,너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었니?"


아내 몰래 볼따구도 한 번씩 약간 힘을 주고 꼬집어도 봤지만, 해맑게 웃고 있으며 몸이 회복되는 딸아이를 보면,더는 딸아이에게 질투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가 아프고 안쓰러워 저도 깁스한 다리로 아이도 업어주고 일주일동안 병실에서 몸 고생 마음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날이 더워지는데 몸을 씻지도 못하고,제주에서 제일 큰 병원이라는 대학병원이 무선 인터넷 하나 잡히지 않아서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블로그 포스팅을 겨우겨우 올립니다.
(일주일 동안 이웃블로거의 글도 못 읽고 소식도 잘 모르니 답답하고 고립된 느낌 아시나요?)

딸아이는 모유 수유라서 병원 식사도 나오지 않는 덕분에 매끼니 김밥에 컵라면으로 연명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나쁜일이 지나가면 더 좋은 일이 생기고 기쁨도 두 배라고 생각하며 한 주간의 힘든 시간을 떨쳐버리고 있습니다.나날이 회복되고 있는 딸을 보면서 기뻐하기도 했지만,주위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파지기도 했습니다.

 
병원 소아과 병동은 항상 침상이 꽉 차있습니다.세상에 왜 이리 아픈 아이가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온몸에 열이 나서 경련을 일으키는 아이
원인불명의 바이러스로 얼굴 피부가 빨갛게 짓물러지는 아이
하루종일 토를 하면서 울어대는 아이
링거를 비롯한 각종 수액과 약을 온몸에 하루종일 투여하고 다니는 아이

소아과 병동의 밤은 낮보다 더 치열합니다. 원래 아이들이 울기도 잘 울지만,한 아이가 울면 덩달아 울어대고,아픈 아이를 돌보는 엄마들은 더 마음이 안쓰럽고 힘듭니다.



■ 소아과 병동 입원할 때 TIP
장기간 입원이 아닌 경우 되도록 비싸도 1인실을 택하시기 바랍니다.다인실의 경우 밤마다 아이들이 울면 정서가 불안해지고 함께 울어버립니다.그리고,가장 중요한 점은, 병원이 바이러스의 온상이기 때문에,아이가 오히려 다른 바이러스에 전염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아이가 아프면 엄마들의 마음은 찢어질 듯 고통스럽다고 합니다.
아이는 어딘가 아픈지 말을 제대로 하기 힘들기 때문에 아픈 표정이 그대로 얼굴에 나타나고
고통스러운 아이의 얼굴을 보는 엄마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더욱 마음이 찢어집니다.

공부를 잘 하지 않는다고 아이에게 화내는 부모님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아이에게 매를 때리는 부모님

지금 곁에 있는 아이를 꼭 안아주세요.
아프지 않고 건강한 아이는,
그 자체만으로 하나님이 엄마 아빠에게 주신 축복의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