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블로그후원

'The 아이엠피터'를 꿈꾸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 2015. 10. 31. 08:38

 

 

블로그를 언제부터 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전업블로거로 2010년부터 살았다고 말합니다. 과거 개인 블로거 시대와 전업 블로거의 삶을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은 '1인 미디어'라는 말이 자연스럽지만, 당시만해도 정치시사 분야에서 전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블로거는 미디어가 될 수 없는 세상이었습니다.

 

불과 5년이지만 아이엠피터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됐고, 사람들이 1인 미디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아이들 밥은 먹이고 살아갑니다. 후원이나 원고료, 강의료를 받으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데, 5년 전 제주에 온 것처럼 또다시 일을 저지르려고 합니다. 바로 'The 아이엠피터'라는 1인 미디어로의 변신입니다.

 

The 아이엠피터를 왜 하나?' ① 삭제는 이제 그만

 

The 아이엠피터의 시작은 티스토리에서 자체 사이트로의 이전입니다. 사실 사이트를 옮기는 일은 블로거에게는 모험에 가깝습니다. 오랫동안 구축해놓은 온라인 검색 노출이나 인지도가 더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찾아 오지 않는 사이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도박과 같은 일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이제 가입형 블로그로는 더는 버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블로그의 글은 언제든 삭제내지는 블라인드 처리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라도 아이엠피터의 블로그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만 하면 됩니다. 정치권이나 종교 단체, 기업 등으로부터 수십 차례 삭제 요청을 받았고 수십 건의 글이 블라인드 처리당했습니다. 만약 별도의 서버와 사이트였다면 블라인드 처리를 쉽게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박근혜정권 들어서면서 제3자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1인 미디어의 활동이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오랜 고심 끝에 서버와 사이트를 올해 안에 이전하기로 했습니다.

 

The 아이엠피터를 왜 하나?' ② 정치,현대사 DB의 기록

 

아이엠피터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로 방대한 자료를 말합니다. 글을 쓸 때마다 수백 건의 자료를 찾기 때문에 모아 놓은 자료가 꽤 됩니다. 이 자료의 대부분은 정치와 현대사입니다. 이 자료는 구형 노트북 안에 담겨 있습니다. 저 혼자만 볼 수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봐야 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모두 공개해 DB로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세월호 관련 문서와 보도자료,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다면 먼 훗날 우리 아이들도 정확히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1인 미디어가 혼자서 DB 구축을 한다는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단순히 사건별, 인물별로 자료를 모아 놓는 수준이겠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라도 한 번에 관련 사건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The 아이엠피터를 왜 하나?' ③ 1인 미디어와의 협업

 

혼자서 활동하다 보면 참 힘이 듭니다. 자료 수집부터 취재, 편집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데스킹이 되지 않아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합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름 다양한 1인 미디어들과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영상을 전문으로 하는 미디어 몽구나 길바닥 저널리스트와 함께 현장을 나갑니다. 뉴미디어와 블로거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그러나 개인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습니다. 최소한 비영리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필요해졌습니다.

 

The 아이엠피터를 꿈꾸는 세상은 1인 미디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각자가 가진 역량을 통해 협업을 통해 힘을 발휘하는 모습입니다. 1인 미디어들의 글과 영상은 거칩니다. 그러나 이 안에는 생생함이 살아 숨을 쉽니다. 그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1인 미디어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함께 하려고 합니다.

 

'The 아이엠피터 앞에 놓인 높은 산들'

 

1년을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 좋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봐도 쉽게 해결되는 일은 없고, 더 높은 산만 계속 나타납니다. 취재를 위해 언론사 등록을 하려고 해도 이제 5인 미만은 등록이 취소됩니다.

 

그래픽과 동영상이 대세인 콘텐츠 소비 구조에서 동영상 편집이나 이미지 작업 능력이 없어 프리랜서를 고용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로 힘듭니다. 영문이나 중국어 등의 페이지를 만들고 싶어도 같이 해줄 사람도 그들에게 같이 하자는 말을 꺼내지도 못합니다.

 

사이트 구축에 필요한 개발자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특히 DB 구축을 위한 시스템은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조차 듭니다. 욕심은 많아서 쉽고 빠르게 DB를 찾을 수 있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제주에 살면서 육지를 오가는 교통비도 만만치 않아 서울로 갈까라는 무서운 상상도 간혹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 때문에 제주를 떠나기는 어렵습니다. 육지에 사무실을 내는 일은 로또 당첨되면 가능한 이야기로 끝이 납니다.

 

'꿈은 현실에서도 이루어졌다'

 

고민을 하면서도, 어려운 문제가 이토록 많은 데도 도박에 가까운 일을 할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업블로거로 5년 동안 버텼던 과거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2011년 블로그 후원 계좌를 공개했을 때 후원하신 분은 네 분이었습니다. 당시 저에게 블로그를 후원으로도 운영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해주신 고마운 분들입니다. 2011년 5명도 되지 않았던 후원자분들이 이제 60여 명이 넘었습니다.

 

 

누군가는 5년 동안 블로그 후원자가 100명도 되지 않았으니 포기하라고 합니다. 요새 같은 경기에 후원자 증가는 꿈도 꾸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나 5년 동안 50명이 넘게 저를 후원해주고 계시니 앞으로 5년이 지나면 100명은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 댓글 중에 '도대체 아이엠피터를 후원하는 인간들은 뭐냐?'라는 말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공무원이나 기업체에 다니면서 저에게 후원하는 이력이 있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후원을 포기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저에게 후원해주시는 분들은 지금의 아이엠피터보다 앞으로 발전할 The 아이엠피터에게 물과 비료를 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내는 한 번도 돈을 벌어오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고, 선택한 일에 대한 결과나 후원하시는 분들의 정성에 오히려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도 후원자분들이 있기에 그 생각을 져버리지 말라는 얘기를 합니다.

 

후원자분들이 있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물질보다도 '아이엠피터가 하는 일이 헛된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서입니다. 그 생각을 이제 더 굳건히 믿고 나아가려고 합니다.

 

 

'The 아이엠피터'를 꿈꾸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면 이런 모험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5년 동안 조금씩 아이엠피터 등 뒤에서 굳건하게 서 있는 분들을 떠올리며 부족한 능력을 어떻게 채울까하는 고민만 남았습니다.

 

게임 용어로 '길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가 가는 길을 누군가 막거나 박스나 돌덩어리, 건물 때문에 돌아가는 경우를 뜻합니다. 아이엠피터에게도 늘 '길막'은 존재했었고,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러나 길이 막힐 때마다 시간이 걸려도 본래 방향으로 계속 간다면 목적지에는 도착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두렵고 왜 내가 굳이 이런 모험을 할까?라는 자괴감이 빠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5년보다 앞으로 나아갈 10년 20년이 있기에 지금 시작하려고 합니다. 길이 막힌다고 그 자리에 주저앉기 보다는 한 걸음씩 지친 다리를 이끌고 산을 넘어가려고 합니다. 5년 후에 이 글을 보면서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2015년 12월 'The 아이엠피터'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