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피로연만 무려 12시간,제주의 독특한 문화
봄이 되면서 결혼한다는 청첩장을 많이 받습니다. 육지에 살다 온 사람들이 제주의 결혼식을 가보면 전혀 다른 결혼 문화를 경험합니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피로연입니다.
사진 속의 결혼 광고를 보면 피로연이 보통 7~8시간입니다. 많게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려 12시간이나 피로연을 한다고 합니다.
특이한 것은 결혼식 날짜와 피로연 날짜가 다릅니다. 결혼식은 4월 26일, 피로연은 4월 18일로 결혼식 일주일 전에 합니다. 이유는 결혼식 피로연의 시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제주의 결혼식이 육지와 다른 이유는 제주만의 독특한 결혼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3일 잔치는 기본이었던 제주의 결혼식 문화'
제주에서는 결혼식 행사가 3일 동안 치러집니다. 첫째 날은 돼지를 잡고, 둘째 날은 잔치가 벌어지고, 셋째 날에 진짜 결혼식을 치릅니다.
▲ 3일동안 치러지는 제주의 결혼 문화 ⓒhttp://www.design.co.kr/
돼지를 잡는 날부터가 마을 잔치입니다. 집 앞에 천막이 세워지고 잡은 돼지를 가지고 돔베고기나 순대를 만들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습니다. 마을에 결혼식이 있으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그 집 주변은 잔치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3일 동안 치러지던 결혼식이 요새는 간소화와 편리를 위해 당일로 한정되거나 식당으로 바뀌었습니다. 대신 육지와 다르게 피로연 시간이 2~3시간이 아니라 오전부터 저녁까지 넉넉하게 진행됩니다.
늦어서 못 갔어라는 말은 안 통하는 제주입니다.
'겹부조, 개인부조, 도대체 봉투를 몇 개나 준비해야 하는 거야'
청첩장을 받으면 축하를 해줘야 하지만 부담이 됩니다. 부조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첩장을 청구서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 부조금 봉투를 여러개 준비해야 하는 제주 ⓒhttp://jejuin.tistory.com/
부조금 봉투를 하나 내기도 벅찬데 제주는 여러 개의 봉투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혼 당사자는 물론이고 자기와 알고 있는 그 집안사람 모두에게 부조해야 합니다. 만약 세 자매 중 둘째가 결혼을 하는데 언니와 동생을 알고 있다면 언니와 동생에게도 부조해야 합니다.
보통 겹부조, 개인 부조라고 하는 제주의 부조 문화는 사람이 적고 돈 쓸 일은 많은 제주에서 큰일을 치르기 위한 방식으로 시작됐습니다. 요새는 부담되니, 개인 부조는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지만 작은 마을에서는 여전히 겹부조를 합니다.
겹부조나 개인 부조가 발달한 제주에서는 피로연 이외에도 선물을 주는 풍습이 있어 결혼식에 다녀오면 한가득 치약이나 수건 세트 등을 받아 오기도 합니다.
'부신랑, 부신부가 눈이 맞았어요'
제주는 결혼식을 3일 동안이나 치르다 보니 신랑, 신부를 대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부신랑',과 '부신부'입니다. 결혼식 준비로 바쁜 신랑, 신부를 대신해서 손님에게 인사를 하거나 연락을 하고, 결혼식을 위한 다양한 준비를 대신 해줍니다.
부조금을 받고 답례품을 주는 역할이나 결혼식 때 신부 드레스를 잡아 주는 일도 합니다.
▲ 3일 동안 벌어지는 제주 결혼식, 신부 친구들은 신랑 친구들에게 손수건을 팔기도 한다. ⓒhttp://www.ejeju.com/
부신랑, 부신부가 함께 결혼식 준비를 하다가 보면 서로 눈이 맞아, 진짜 신랑,신부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부신랑,부신부를 단순히 친한 친구로 정하지 않고, 잘 어울릴만한 사람을 지정해주는 일도 있습니다.
육지에서는 신부 친구들이 꽃값을 신랑 친구들에게 받는 일이 있습니다. 제주는 비슷하게 손수건팔기를 합니다. 신부 친구들이 신랑 친구들에게 손수건을 파는데, 모인 돈은 신랑 친구와 신부 친구들의 피로연 비용으로 사용됩니다.
제주의 결혼식 풍습은 육지와 많이 다릅니다. 이유는 제주가 척박한 땅으로 적은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변해 제주의 결혼식 풍습도 많이 바뀌고 있지만, 가끔은 마을의 지원을 받아 한 명 정도는 예전 풍습대로 결혼식을 하는 모습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저 돈만 주고 오는 결혼식보다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는 마을 잔치가 더 정겨워 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