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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가 주장하는 '국민 기본권'

아이엠피터 2013. 1. 4. 07:30


이명박 대통령은 1월 3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이동흡 헌법재판관을 지명했습니다. 사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법조계에서는 대부분 이동흡 재판관이 될 것이라 예상은 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이동흡 후보자는 한나라당 몫으로 배정된 인물이었고, TK 출신으로 "보수적 가치관은 헌법재판관의 덕목"이라고 주장하는 전형적인 보수성향의 재판관이기 때문입니다.


이동흡 후보자가 대구 출신의 보수성향의 재판관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가 과거에 내렸던 판결이나 의견을 통해 그가 헌법재판소장으로 임명되면 어떻게 위헌이나 합헌 판결을 내릴지 눈에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지난 9월 퇴임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기본권보호의 보루로서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함으로서 세계적으로 그 업적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중략)진정으로 국민의 기본권보호의 최후 보루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더 한층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이동흡 헌법재판관 퇴임사)

이동흡 후보자는 퇴임사에서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기본권보호 보루로서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헌법재판관의 노력은 인정하겠지만, '아이엠피터'는 결코 이동흡 후보자의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 위안부 할머니가 죽기만 바라는 대한민국' 

공교롭게도 어제  '일본 위안부 피해'를 폭로했던 황금주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황금주 할머니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 때마다 취재진을 만나면 '국가는 우리가 죽기만을 바란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황금주 할머니가 이렇게 국민으로 차마 내뱉기 어려운 고통스런 말을 했던 배경에는 답답했던 우리의 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전에 수요집회에 참석했던 황금주 할머니,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지난 2006년 7월 "한일청구권협정과 관련해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지 않는 국가의 부작위로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받았다"며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할머니들은 위안부 피해자 배상청구권은 일본정부는 소멸했다고 주장하고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제2조 1항에 의해) 한국정부는 위안부 배상청구권은 협정과 무관하다는 입장인데 한국정부가 이런 분쟁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것입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런 헌법 소원에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해결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당시 헌법재판관 6명이 위헌,3명이 각하 의견을 냈는데, 각하 의견을 낸 재판관 중의 한 명이 바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입니다.

이동흡,이강국,민형기 재판관은 "헌법 및 협정 제3조를 근거로는 청구인들에 대해 국가가 협정 제3조에 정한 분쟁해결절차에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며 각하 의견을 냈습니다.


이동흡 재판관이 각하 의견을 냈지만 위헌 판결이 났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십니까? 2006년에 109명의 할머니들이 헌법 소원을 냈고, 그 판결이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이미 45명의 할머니들이 아픈 몸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사건은 왜 국가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판결이 필요하고, 그런 결정이 속히 이루어져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우리의 비통한 지금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 국민의 기본권보다 국가 공공질서를 원하는 이동흡 후보자'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에서 유난히 합헌을 많이 주장했던 인물입니다. 그가 합헌을 주장했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네르바 사건'입니다. 다음 아고라 경제방에서 활동하며 경제 관련 글을 썼던 논객 미네르바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부실과 환율 폭등 등 대한민국 경제의 문제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2009년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 및 구속되었다가 일명 미네르바 사건으로 불리는 '전기통신법 제47조 1항 허위통신 금지' 헌법소원까지 갑니다. 당시 헌법재판관 다수는 '공익을 해할 목적의 개념이 불명확하고 규제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규제하게 된다'는 이유로 위헌 판단을 내렸지만, 이동흡 후보자는 '국가 공공질서의 교란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한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네르바는 결국 풀려났지만, 글을 썼다는 이유로 체포되면서 겪었던 공포와 스트레스 때문에 40Kg이나 빠지게 됐습니다. 미네르바 사건은 로이터통신에서조차 '국제뉴스'가 아닌 '특이한 뉴스'로 취급받으며 대한민국이 얼마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나라인지를 세상에 널리 알린 계기가 됐습니다.



2009년 5월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자, 시민들은 대한문 앞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대한문 앞에는 이미 전경버스로 차벽이 세워져 있었습니다.같은 해 6월 3일 시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 행사를 하기 위해 서울 광장을 가로질러 가려고 했으나 이때도 경찰이 광장 전체를 전경버스로 에워싸 통행하지 못했습니다.

시민들은 '이것은 명백한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 당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 시위에 대한 조치는 개별적,구체적 상황에 따라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당시 조치는 필요 최소한이라고 보기 어려워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이동흡 재판관은 "경찰청장의 당시 조치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경찰의 임무로 규정한 경찰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발동된 것으로 법률유보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라며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 권력과 재벌에는 한 없이 자애로운 이동흡'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겠다던 이동흡 재판관의 과거 행적을 보면 국가의 공공질서 유지를 우선 순위에 두었음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국가의 공공질서 유지를 주장했던 이동흡 재판관 후보자가 재벌과 권력은 어떻게 대했을까요?


2002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 40조 6024억 원 가운데 6조 7400억 원이 삼성 그룹 계열사에서 나왔습니다. 이처럼 삼성 계열사들이 서로 사주고 팔아주는 비율은 삼성SDI 51.9%, 삼성전기 50.1%, 삼성광주전자 88.4%, 아이마켓코리아 94.3%였습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내부 자본거래는 자칭 대한민국 국민 그룹이 맞는가 할 정도로 심했습니다. 공정위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 2003년 대기업 조사계획을 발표했으며, 이후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8개 계열사에 부당 내부 거래를 이유로 1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합니다.

그런데 당시 이동흡 법관은 이런 과징금을 대부분 취소하라고 판결을 내립니다.

▲ 'BBK 특검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기각하라며 헌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회원. ⓒ뉴시스


2008년 헌법재판소는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일명 BBK특검법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사건에 대해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특검 제도의 인정 여부, 특정 사건에 대한 특검에 의한 수사 여부, 수사대상 범위 등은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제반 사정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로 부당한 것이 아닌 이상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이동흡 재판관은 "입법권을 남용해 '불법 심문을 받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하고, 수사 대상 규정이 불명확하고 포괄적이어서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반대의견(위헌)을 냈습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재판관 퇴임사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보면 대부분 재벌과 권력에는 자애로움을 고통받는 일반 국민에게는 가혹한 법의 칼날을 겨누었습니다.

청와대는 박근혜 당선인과 조율해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차기 정권과 조율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목영준,민형기 재판관처럼 여야가 모두 임명될 수 있는 사람을 제쳐놓고 오로지 보은인사와 TK 출신, 극단적인 보수성향의 인물을 지명하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을 보면 이들이 결코 다른 노선도 아니고 정권 교체도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좋아하는 문구가 '화이부동'(和而不同ㆍ군자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나 무조건 같게 행동하지는 않는다) 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누구와 사이 좋게 지내고, 국민과 어떻게 다른 행동을 할까요?

세상은 모두 같은 의견만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가치를 존중해주며 어떤 의견이 가장 합리적이고 좋은 방법인지 우리는 법을 통해 판결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법이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장하거나 국민의 상식과 다르면 안 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법이 국민을 짓밟고 특정 세력과 권력을 위해 일하리라 생각하니 참담할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