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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敍傳/資料

재활보조기구의 국산화 필요성에 대하여

 

재활보조기구의 국산화 필요성에 대하여

 

김 경훈(재활공학연구소 연구실장)

  장애인의 성공적인 재활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장애인 자신의 재활을 하고자하는  강한 의지, 기능과 성능이 적합한 재활보조기구, 그리고 재활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국가적인 정책적 제도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잘 갖추어져야 비로소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재활이 가능해 진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의료공학에 관련된 세계적인 규모의 학술대회가 있었다. 이 학회에서는 의료기기, 재활보조기구 등의 제품에 대한 전시회가 같이 개최되었으며, 우리 재활공학연구소도 휠체어를 포함하여 연구소에서 개발한 여러 가지 재활보조기구들을 전시하였다.  전시회를 참관한 한 영국여자와 우연히 만나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런던 부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작업치료를 담당하고 있으며, 전시되어 있는 우리 휠체어를 보고 반가워서 연구소 부스를 방문하고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녀의 학교는 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하는데 학생들이 대부분 심한 기형이기 때문에 휠체어를 올바로 사용하지 못하고 따라서 특수하게 그들의 몸에 맞도록 휠체어 자세지지 장치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3년의 고교 과정을 마치거나 증도에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 중에 의욕이 강한 몇몇 학생들은 4년제의 대학과정에 진학하고, 도저히 적응하지 못할 것처럼 보이는 중증의 장애정도를 지닌 학생들도 7년만에 과정을 끝내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도 있다고 하였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이런 학생들이 정말로 재활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회의 영국여자와의 대화를 통하여 장애인들이 재활에 대한 강한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재활에 필요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장애인 개개인의 몸 상태와 특성에 따라 적합하게 구성이 된 재활보조기구이다. 그런데 장애유형이 워낙 다양하고 개개인의 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신체에 적합한 재활보조기구를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우리나라의 재활보조기구 시장은 소량 다품종의 산업적인 특성으로 대량생산이 어렵고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소규모의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틈새시장이다. 이러한 사정은 외국도 마찬가지여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재활보조기구를 제조, 공급하는 소위 글로벌 컴퍼니 몇 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작은 규모의 영세기업들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재활보조기구 산업은 주로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으며 외국의 재활보조기구는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이 우수하고 사용하기 편리하고 유용한 제품들이 많으나 가격이 매우 비싼 편으로 일반 장애인들이 선뜻 사용하기 어려우며 또한 A/S가 어려운 단점이 있어서 쉽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재활보조기구 국산화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국산화의 장점은 제품의 가격을 현실적으로 적정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과 개개인 특성에 맞는 A/S나 부품의 조달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우리 연구소에서 10여년 전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하지절단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대퇴의족의 국산화를 성공하였다. 그때까지는 독일의 세계적인 재활보조기구회사의 특정 제품이 국내시장을 주도하고 있었고 그 제품의 대퇴의족이 우리나라의 시장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었으며 따라서 상당히 고가로 국내에 유통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연구소의 제품이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외국산 제품의 가격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유통되기 시작하였다. 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우리 연구소는 여러 가지의 다양한 재활보조기구들을 국산화에 성공하여 산재장애인들을 중심으로 보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을 예로 들면 인공지능형 대퇴의지, 공압식 대퇴의지, 하퇴의지. 에너지저장형 인공발, 실리콘 라이너, 근전전동의수, 미관용의수, 기능형반자동의수, 수동 휠체어, 기립기능이 있는 장애인용 특수 작업의자 등이 있다. 이들 모두가 외국제품에 비해 성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절반 이하로 공급되고 있어서 국가적으로도 수입대체효과 뿐만 아니라 외화절감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국산화의 또 한 가지 장점은 A/S의 용이함이다. 국내에서 국산화 과정에서 제품화 및 관련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국산제품의 A/S 뿐만 아니라 외국제품의 A/S도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일례로  몇 년 전(1990년대 말)에 우리 연구소에서 인공지능 대퇴의지를 개발하고 있음 무렵, 그 당시는 인공지능의지 제품으로는 영국의 블랫치포드 사에서만 생산되고 있었다. 서울의 한 장애인 대학생이 블랫포드사의 인공지능의지를 착용하고 있었고, 어떤 원인이었는지 고장이 났다. 국내 의지상사에서 수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고장난 제품을 영국에 보내 수리하면 몇 개월 걸릴 거라고 하자 그는 매우 난감해하였다. 마침 우리 연구소에서 인공지능 의지를 개발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 의지상사의 소개를 통해 우리 연구소를 방문하였다. 다행이 고장의 원인이 단순한 것이어서 간단하게 고쳐주었으며 그 후에도 의족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우리 연구소에서 도움을 받곤 하였다. 우리가 제품화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가능했다.

  

 국산화를 처음 시도하는 제품은 초기에는 외국제품에 비해 품질도 다소 떨어지고 성능이 마음에 안 들고 고장도 잦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에도 우수한 품질의 외국 재활보조기구 제품을 선호하는 장애인들이 더러 있다. 또한 여러 가지 기업의 기금이나 공동모금을 통하여 재활보조기구를 무료로 보급하는 사업의 경우에도, 그 집행 단체가 품질이 떨어진다고 인식된 국산품을 보급해서 불평을 듣느니보다는 비싸더라도 품질이 안정된 외국제를 지급하려고 하는 경향도 어느 정도 있다고 보여진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언제까지 외국제품을 고가로 사용하고 그것도 A/S의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사용해야하는지 스스로 질문을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년 공동모금회에서 장애아동들을 위한 특수의자를  보급하는 사업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품목들이 간단한 목제의자들이었다. 물론 장애어린이들이 사용해야 하니까 고려할 부분들이 있었지만. 여러 업체들의 경쟁입찰을 통하여 공급업체를 선정하였으며 대부분이 외국제품이었다. 당시 지급업무의 총괄을 맡은 분이 장애아동 보육시설협회장이었는데 사전조사에서 아동용 특수의자가 모두 외국제품이라는 것을 알고, 한 종류의 품목은 우리나라의 기술여건이 충분하니까 국내에서 제작하여 공급할 수 있도록 추진하여 성공적으로 지급사업이 이루어진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제조기술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중소기업의 관련 제조기술을 보유한 분들이 어떤 계기와 여건이 마련된다면 누구보다도 더욱 열심히 제품 국산화하려고 하고 있다. 지속적인 재활보조기구의 국산화 노력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중소기업을 육성하기도 하고, 장애인들이 보다 좋은 품질의 저렴한 재활보조기구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궁극적인 길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을 위하여 정부는 장애인에 대하여 더욱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관련 제품산업을 육성하고, 또한 우리나라가 선진복지국가로 진입을 위하여 장애인의 재활을 위한 정책적 제도도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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