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를 떠나는 이유'

 

2015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티스토리를 떠나려고 합니다. 티스토리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요새 계속해서 들어오는 명예훼손 관련 블라인드 처리 때문입니다. 이번 주에도 '삼성 X파일 '떡값 검사'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글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에 의해 블라인드 처리 됐습니다.

 

한국에서 명예훼손은 사실을 직시해도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증거를 내밀어도 글이 삭제되는 일을 막기가 참 힘듭니다. 글의 삭제 여부 심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가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소명을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상대방은 그냥 명예훼손이라는 말 한마디면 끝입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후보자들이 대거 블라인드 처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특히 검색어로 노출될 수 있는 정치 관련 글은 사전에 차단하고 있습니다.

 

수십 시간을 기울여 명백한 증거 자료를 제시해서 글을 써도 차단되는 티스토리 블로그를 더는 운영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는 단순한 글 한 편이겠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자식과도 같은 분신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별도의 서버를 운영한다면 최소한 막무가내로 삭제되는 일은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법적 다툼은 늘 준비해야 하겠지만...

 

'8년간 썼던 수천 편의 글'

 

처음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 아마 2002년인 듯싶습니다. 이후 티스토리로 옮긴 것이 2008년 1월 19일, 내년이면 8년째가 됩니다. 그동안 작성한 글이 2837개였습니다. (2015년 12월 5일 기준)  일주일에 최소 5~6편씩 글을 썼기에 휴일을 제외하면 매일 글을 쓴 셈입니다.

 

 

초기에 작성한 글 중에는 미국이나 일본 문화 관련 글이 많았고, 2010년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시사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제주로 내려오기 전에는 직장 생활과 글을 쓰는 일을 병행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전업블로거를 꿈꾸며 제주로 내려와서는 솔직히 힘든 줄 모르고 글을 썼습니다. 글 쓰는 일은 힘들었지만, 전업블로거로 글을 쓰면서 사는 자체가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어 쩔쩔매도,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글을 쓴다고 뭐라 해도, 그냥 하루하루 글을 썼습니다.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자신을 몰아쳤기 때문에 지금껏 수천 편의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매일매일 글을 쓰는 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만든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금방 무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글을 며칠씩 쉬었다가 쓰면 연주자가 연습하지 않고 연주할 때 느끼는 좌절감과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먹고사니즘을 극복하게 만든 후원자들'

 

원하는 일을 하면서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나 생존의 문제로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정치글을 쓰는 저와 같은 1인 미디어가 글만 쓰면서 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모든 시민이 기자인 시대라고들 하지만, 기자가 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먹고사니즘’이라는 말도 있거니와 저널리즘이 밥상을 차려주고 옷을 입혀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몇 년씩 제대로 된 수입이 없는 시간을 견뎌내야 할지도 모른다. 붕괴된 저널리즘의 벽체를 일으켜세우고 현실에서 이를 구현하는 게 과연 가능한가라는 근본적 의문도 있다.

 

한겨레21. 직장인 아닌 기자, 비즈니스밖의 저널리즘

 

2010년 전업블로거를 선언하고 제주에 내려와서 아이를 낳고 살면서 어떻게 버텼는지 참 신기할 때가 많았습니다. 시골이라 돈이 적게 들겠지라는 생각은 비어있는 통장 잔액와 공과금 영수증을 보는 순간 착각이었다는 깨달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돈이 필요한 순간마다 막막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휴대폰에서 울리는 '후원'이라는 문자는 안도감과 함께 희망을 품게 했습니다.

 

후원자들에게 보상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언론사라면 신문을 구독하고, 사회단체라면 기부금 영수증이라도 줬겠지만, 아이엠피터는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있다면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글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아이엠피터의 글이 완벽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뒤돌아서면 부족한 문장력, 보완이 필요한 자료, 부족한 논리 등이 곳곳에 나옵니다. 그래서 항상 부족하다고 말하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것만이 제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무가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들이 있습니다. 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나무는 죽습니다. 아이엠피터에게 후원자분들은 어린 묘목을 지켜주고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농부의 손과 같습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아마 아이엠피터는 벌써 죽어 땔감으로 사그라졌을 것입니다.

 

티스토리를 떠나면서 겁이 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땅을 옮겨도 농부의 손길이 느리게 커가는 아이엠피터라는 나무를 지켜주리라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돌봐주는 농부들이 있기에 요셉과 에스더라는 더 작은 묘목들도 아무 걱정 없이 자라고 있습니다.

 

정치시사 블로거 최초로 전업블로거를 시작했지만, 5년이 넘도록 버티고 있습니다. '먹고사니즘' 때문에 광고를 달지 않아도, 글을 돈에 팔지 않아도 살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후원자들의 정성 때문이었습니다.

 

 

티스토리는 정치블로거의 삶을 만들어준 고마운 플랫폼입니다. 매년 티스토리 우수블로거로 선정되면서, 다음뷰 블로거 대상을 받으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처음부터 독립서버로 활동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아쉽기도 합니다.

 

다음 주부터 티스토리 블로그에 매일 글이 올라오지는 못합니다. 서버 이전 때문에 글을 옮기는 작업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별도로 티스토리 블로그를 폐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2016년 1월 1일부터는 별도의 사이트에서만 글이 발행될 예정입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사이트는 2008년 1월 19일 티스토리 블로그 때처럼 나무가 한 포기 없는 휑한 땅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5년, 10년 뒤에는 티스토리 블로그처럼 수천 편의 글이 올라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금의 티스토리 블로그보다 더 새로운 형식과 더 깊이 있는 글을 쓰겠습니다.

 

잘 경작된 밭이 아닌 돌투성이 땅으로 갑니다. 땅을 일구고 돌을 골라내느라 힘들겠지만, 사랑과 정성으로 함께 해주시는 농부들이 있기에 힘을 냅니다. 2016년 1월 1일 http://theimpeter.com 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동안 티스토리 블로그를 통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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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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