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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7조3천억짜리 예우받고 돌아온 대통령과 김관진

 

 

청와대가 KFX 사업의 기술이전 실패 책임을 물어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을 경질했습니다. KFX(Korean Fighter eXperimental)은 대한민국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으로 일명 '보라매 사업'이라고도 부릅니다. 노후된 전투기를 신형 전투기로 교체하면서 록히드 마틴사의 F-35를 도입했는데, 일부 기술이전이 불가능해지자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을 경질한 것입니다.

 

기술이전 실패의 책임을 지고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경질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빠졌느냐는 부분입니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박근혜 정권 출범 초기부터 함께 한 인물입니다. 이에 반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MB정권이었던 2010년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국방부 장관을 했습니다. 즉, KFX사업은 김관진 실장의 주도하에 있었다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KFX 사업은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늦어도 2015년까지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참여정부에서는 양산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와 차기 정권에서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MB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과 미국에 의존하는 국방예산 축소로 백지화됐다가 2010년 인도네시아와 전투기 공동개발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다시 진행됐습니다.

 

KFX 사업의 진행 과정을 보면 제일 많이 관여했던 사람이나 전문가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아니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철기 수석은 경질됐지만, 김관진 실장은 살아남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지금 언론이 얘기하는 방위사업청이 미국 기술이전을 숨겼고,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방위사업청이 기술이전 실패를 숨겼다?'

 

대다수 언론은 방위사업청이 미국의 기술이전을 계속 숨겼고, 기술이전이 가능할 것처럼 홍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국회 및 방추위(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기술이전이 가능한 기술은 21건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2013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차기 전투기 사업 기종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A'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당시 위원장은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현 국가안보실장이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이때에도 방추위에 분명하게 21건의 기술은 이전이 가능하지만, 4건은 불확실하다고 보고했습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이미 2013년 F-35A를 구매 결정하는 시기에 4건의 기술이전이 불가능할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4건의 기술이 KFX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지만, 세게 어느나라에도 승인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방사청이 미국 승인을 기대하며 록히드 마틴과 조건부로 계약한 기술은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AESA: 많은 표적 동시에 포착)', ' 적외선 탐색 장비 (IRST:기상악화 시에도 표적 감지)'.'전자광학 추적 장비 (EO TGP:영상 선명성 강화)'.'전자전 제어 (RE JAMMER:적 전자체계 무력화) 등입니다.

 

기술이전이 불가능한 것은 장비가 아니라, 4개의 장비를 전투기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기술입니다. 우리가 설사 독자적으로 이 기술들을 개발해도 체계통합 기술이 없으면 전투기에 도입하기는 불분명합니다.  

 

'순진하게 한미동맹만 믿고 추진한 기술이전'

 

F35A를 도입할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금 문제가 되는 핵심 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당연합니다. 왜냐하면 이 기술을 다른 나라에 이전할 수 있도록 미국이 승인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록히드 마틴은 이미 계약을 할 때부터 4개의 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왜냐하면, 승인 사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방위사업청이 미 정부의 승인을 전제로 한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즉, 동맹국이라는 허상만 믿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록히드마틴은 계약위반을 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들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얘기했고, 우긴 것은 한국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계약위반이나 기술 이전에 대한 말을 바꾼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한국이 순진하게 미국이 해줄 것이라는 환상만 가지고 F-35A를 도입한 것입니다.

 

'우리 함께 갑시다? 외교와 안보는 그런 순진함으로 안 된다'

 

미국은 한국의 생각처럼 무엇이든 한국에 퍼주는 나라가 아닙니다. 미국이 방위사업에 대한 경쟁국이 될 수 있는 한국에 무턱대고 기술이전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자체가 초등학생이나 믿을뻔한 생각입니다.

 

 

미국의 자국 우선 실리 정책을 보여주는 대목이 지난해 9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했지만, 미국 국무장관과 국방부 장관을 만나지 못했던 현실입니다.

 

4개 항전장비(AESA 레이더, EO TGP, IRST, RF Jammer) 체계통합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 정부의 승인을 위해서는 미국 국무장관이나 국방장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김관진 안보실장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2015년 8월에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공군 참모총장이 기술 이전 승인 협조 요청 서한을 미국에 발송했지만, 결과는 '불가'였습니다.

 

 

미국을 방문 중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미 국방성 펜타곤을 찾았습니다. 당시 한국 언론들은 최고의 예우를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함께 갑시다 (We go together)'를 외쳤습니다.

 

아무리 박근혜 대통령이 함께 가자고 외쳐도 미국은 자국의 기술을 함부로 이전하지 않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엄연하게 다른 국가이며, 언제든 국익 앞에서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만나서 예우를 해주는 것과 사업은 엄연히 다릅니다. 감정적으로 자기 생각만으로 사업하는 사람은 절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국익 앞에서는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세계 지도자들의 공통된 모습입니다.  

 

 

미국이 기술이전을 해줄 것처럼 하다가 해주지 않았으니 나쁘고 배신당했다고요? 원래 미국은 기술이전을 해줄 생각도 그런 원칙도 없었습니다. 괜히 한국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쳤을 뿐입니다. 문제는 이를 주도했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그런 사실을 알고도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 점입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방 전문가로 박근혜 대통령 옆에서 국가안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술 이전에 대한 실패를 묻는다면 주철기 외교안보 수석과 함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도 경질돼야 마땅했습니다. 그러나 왜 그는 경질되지 않았을까요?

 

받지도 못할 기술 이전을 운운하며 한미동맹을 외치는 수준의 국방 외교로는 대한민국의 실익은 전혀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펜타곤에서 받은 최고의 예우는 결국 7조3천억 원짜리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