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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벼룩의 간을 빼먹는 나라

 

 

 

 

 

 

 

 

대한민국은 징병제 국가입니다. 남자라면 반드시 국방의 의무를 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법의 처벌을 받습니다. 그러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사병들에게 정부와 사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너무나 초라합니다.

 

충북 음성에서 군 복무를 하는 A상병은 두 달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상병 월급 15만 4,800원이 들어오는 통장을 건강보험공단이 압류했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은 A상병의 아버지가 건강보험료를 체납하자, 군 복무를 하는 아들의 통장을 압류했습니다. 사병 월급이 15% 인상됐다지만, 불과 20만 원도 되지 않는 돈입니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 나라입니다.

 

직업 군인들에게 훈련과 부대 생활 중에 발생하는 부상은 늘 벌어지는 일입니다. 현행 군 의료체계상 군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병은 민간병원에서 치료받을 수가 없습니다. 현실은 군 병원에서 치료했지만 완치되지 못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민간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럴 경우 건강보험공단은 군인들에게 지급된 공단부담금을 환수하는데 지난 5년간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민간병원 치료비 중 공단부담금 환수 통지를 받은 직업군인이 최근 총 406명, 총 환수 결정금액은 약 6억9천만 원이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에 따르면, 군 공중전화 사업을 하는 KT와 LG유플러스가 공중전화 요금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재 군 공중전화사업을 하는 업체는 KT, LG유플러스, 세종텔레콤, SK텔링크, 엠콜 등 5개사입니다. 이 중 KT의 후불전화카드 요금은 인터넷전화가 4.6원/10초, 시외전화가 10.8원/10초로, 시외전화가 2배 이상 비쌌고, LG유플러스도 인터넷전화가 7.3원/초, 시외전화가 13.64원/10초로 역시 시외전화가 약 2배 비쌌습니다. 문제는 일반 지역번호처럼 02,031로 시작되는 인터넷 전화에도 시외전화요금을 부과했다는 점입니다. 국방부는 두 업체가 벌어들인 수백 억원의 부당 요금을 병사 개인이 내역을 확인해 소급신청하라고 합니다. 아예 포기하라는 뜻입니다.

 

2013년 국방부는 휴가 군인이 들고 다니는 쇼핑백이 보기 우스꽝스럽다는 언론의 보도에 부대별로 쇼핑백 금지 지시를 내렸습니다. 위병소에서는 휴가 출발이나 복귀 사병들이 쇼핑백이나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는 행위를 적발했고, 병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비를 털어 3~7만 원짜리 디지털 무늬 배낭을 구입해야 했습니다. 군이 예산 부족으로 디지털 무늬 배낭 보급을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사병 급여 15여만 원에서 배낭 구입비 7만원, 가뜩이나 돈이 없는 병사들을 언론 기사 하나로 더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군 마트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군인복지기금 등으로 사용됩니다. 군 마트 이용자의 대부분은 사병입니다. 당연히 사병을 위해 더 많이 사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군인복지기금 중 간부만 대상으로 하는 자산확보사업과 장학사업에 64.9%가 사용됐습니다. 일반 사병을 대상으로 하는 장병격려사업과 시설운영사업에는 35.1%가 지원됐습니다.  사병들이 군인마트 매출의 67.8%를 이바지하고 있지만, 군인복지기금 혜택은 사병이 아닌 간부들이 받는 셈입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사병들은 적은 월급에 몸과 시간과 함께 월급까지 바치는 '호갱님'이 된 셈입니다.

 

젊은 나이에 돈과 시간을 바쳐 군 복무를 하는 이 땅의 대한민국 군인들에게 정말 미안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