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에서 해킹 프로그램의 구입을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지난 7월 18일 낮 12시,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야산에서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운 흔적과 함께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임모씨는 운전석에서 숨져 있었고, 조수석과 뒷좌석에는 번개탄이 다 탄 채로 발견됐습니다.
숨진 국정원 직원 임씨는 국정원이 사용했던 이탈리아 해킹팀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실무자였습니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나 외상이 없는 점과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사로 부검결과가 나오자, 자살로 수사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1
국정원 해킹팀 프로그램 사건이 몰고 온 한 사람의 죽음, 그러나 그 죽음에는 석연찮은 점들이 너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풀리지 않는 의혹이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사라진 국정원 직원, 소방관이 찾아내다'
국정원 직원 임씨는 7월 18일 오전 5시쯤 집을 나섰습니다. 이후 연락이 되지 않자 오전 10시쯤 부인이 경찰과 소방당국에 신고했고, 휴대폰 위치추적 등을 통해 임씨의 시신이 발견했습니다. 2
여기서 우리는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어떻게 성인 남자가 출근한다고 나가서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다섯 시간 만에 경찰과 119에 연락할 수가 있었냐는 점입니다. 보통 실종신고는 48시간이 지나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3 간혹119위치추적은 가능합니다. 자살을 암시하는 글이나 목격자가 있거나 귀가한다고 연락이 왔는데도 몇 시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는 경우 등입니다.
핵심은 왜 부인은 5시간 만에 남편을 찾아달라는 신고를 경찰과 119에 했느냐는 점입니다. 4 5시에 출근한 사람이 10시까지 통화가 되지 않는다고 무조건 찾아달라는 부인은 없습니다. 새벽 5시에 출근한 임씨가 출근을 하지 않자 국정원에서 왜 출근하지 않았느냐 연락을 했습니다. 부인은 출근한다고 한 남편이 출근하지 않았다고 하자 경찰과 119에 신고한 것입니다. 5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 중심에 있는 국정원 직원이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보통의 정보기관이라면 경찰이나 119에 부인이 신고하게 놔둘까요? 아닙니다. 자체적으로 통신사에 연락해 '휴대폰 위치 추적'을 하고 요원들을 급파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국정원은 신고와 발견까지 부인과 119대원에게 맡깁니다. 참 이상합니다.
'대북정보 노출 때문에 부담 느껴서 삭제?'
국정원 직원 임씨의 시신이 발견되자,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과 박민식 의원은 새누리당 당사에서 브리핑을 했습니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이 직원은 자기가 (해킹)대상을 선정하고 하는게 아니라 대상이 선정돼 알려주면 기술적으로 이메일을 심는다든지 작업을 하는 기술자”라며 “그런데 이 문제가 불거지니 이런 사람들이 노출되면 안 되는데 정보위가 국정원에 와서 내용을 본다니까 그런 걱정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6
새누리당 소속 국회정보위 간사들은 '대북 정보'가 공개되면 국정원의 대북 요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국정원 직원 임씨가 삭제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이 공개한 IP주소를 보면 '단국대학교','(주)스타럭스',' 드림라인인프라','한밭대학교' 등 국내용 IP입니다. 대북용 해킹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설사 대북 공작용 정보가 있다고 해도, 보안상의 이유로 야당 의원들이 무조건 공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공개로 진행될 조사가 두려워 자료를 삭제했다고 주장하는 임씨의 주장은 석연치가 않습니다. 특히 사이버 보안 전문가로 20년을 근무한 임씨가 자신이 삭제했더라도 복원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까요?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삭제된 자료의 복원이 100% 가능하다고 합니다. 7 그런데도 굳이 자료를 삭제하고 자살을 했다는 임씨의 유서 내용을 보면 진짜 그가 보안전문가로 일했던 사람이 맞는지 여부도 의심됩니다.
'유서인가 반성문인가?'
국정원 직원 임씨는 3장의 유서를 남겼습니다. 경찰은 가족에 대한 유서 2장은 공개하지 않았고, 국정원에 남긴 유서만 1차 공개했습니다. 8 임씨의 유서를 보면 유서인지 반성문인지 분간이 가지 않습니다. 유서에 언급된 내용과 그 의문점을 몇 가지 짚어 보겠습니다.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합니다>
임씨는 이탈리아 해킹팀의 구입과 관리를 담당했다고 합니다. 2012년부터 무려 8억 6천만 원이 지급된 해킹팀과의 업무가 별 성과가 없었다면 임씨가 어떻게 담당 업무를 계속할 수 있었을까요? 지나친 업무 욕심이라도 분명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계속 업무를 진행했을 것입니다. 과연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은 무엇이었을까요?
<정말 내국인에 대한,선거에 대한 사찰은 없었습니다.>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의 본질은 아닙니다. 해킹 프로그램을 국내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국내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정보를 공개하면 그뿐입니다. 굳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습니다.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습니다.>
임씨는 기술직 요원으로 판단됩니다. 기술직 요원은 정보를 넘겨주는 역할이지 정보의 판단자가 아닙니다. 판단은 분석실 요원들이 하는 것입니다. 그가 대북용이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라고 삭제한 내용은 무엇일까요? 그가 봐도 국내용 사찰 자료처럼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삭제해놓고 실수라고 한 것은 아닐까요?
<모든 저의 행위는 우려하실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임씨가 말한 우려하실 부분이라는 말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려하실 부분이 전혀 없다는 말은 완벽하게 증거를 삭제했다고 봐야 할까요? 우려할 부분이 전혀 없는데 자살을 선택한 모습이 이상합니다.
<저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조치해주시기 바랍니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임씨가 자살을 선택한 이유가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RSC프로그램을 구입했고 이것이 발각돼 여러 가지 압박감을 느껴 자살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을 하였습니다.
국정원은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社로부터 20명분의 해킹 소프트웨어를 구입했고 그 용도는 연구용이며 또 해외에서 필요한 대상에 사용할 목적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9 만약 국정원의 주장이 정확하다면 프로그램을 구입한 임씨가 책임을 질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그의 죽음은 국정원이 그동안 주장해온 연구용, 대북용이라는 설명을 더 의심하게만 만들뿐입니다. 도대체 임씨와 같은 일이 왜 벌어질 수 있는지 그 부분이 해소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됐던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뉴스쇼 인터뷰 도중에 '화나면 죽을 때 거짓말하는 사람도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10 만약 홍문종 의원의 주장이 맞다면 국정원 임씨가 밝힌 유서 내용은 모두 거짓이 됩니다.
국정원 임씨가 자살하면서 어떤 결론이 나올까요? '개인적 일탈에 의한 책임을 지려는 죽음'이라는 말뿐일 것입니다. 국정원의 모습을 보면 정보기관다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민은 국정원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을 세계 다양한 정보기관도 구입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영국은 해킹팀의 프로그램 구입을 포기했습니다. 11 한국의 국정원은 왜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직원이 자살했을까요? 정치적 압박 때문에? 유별난 야당과 국민 때문에? 12
국정원 직원 임씨가 사망한 뒤인 7월 19일 오후, 국가정보원 직원들은 공동성명서를 내놓았습니다. 13 세계 정보기관 중에서 직원이 자살했다고 현직 정보요원들이 공동성명을 내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뿐일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거나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라는 말은 국정원에 해당하지 않는 듯합니다. 정치적인 활동에 적극 나서며 급기야 '공동성명서'까지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국정원 임씨의 죽음, 그리고 국정원 직원들의 '공동성명' 이 안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요?
- '국정원 직원' 부검결과 질식사…사실상 수사 마무리 뉴시스 2015년 7월 19일.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719_0013801327&cID=10803&pID=10800 [본문으로]
- 소방대원이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1시간 30분만에 임씨의 시신을 발견해 낸 것도 기적에 속한다. 보통 휴대폰 위치추적으로 야산에 있는 사람을 찾기는 굉장히 어렵다. [본문으로]
- 실종아동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 경찰청 예규 http://www.law.go.kr/%ED%96%89%EC%A0%95%EA%B7%9C%EC%B9%99/%EC%8B%A4%EC%A2%85%EC%95%84%EB%8F%99%EB%93%B1%20%EB%B0%8F%20%EA%B0%80%EC%B6%9C%EC%9D%B8%20%EC%97%85%EB%AC%B4%EC%B2%98%EB%A6%AC%20%EA%B7%9C%EC%B9%99 [본문으로]
- 국정원 직원 '해킹 관련' 유서 남기고 숨진 채 발견, 연합뉴스 2015년 7월 18일 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15/07/18/0701000000AKR20150718045352061.HTML [본문으로]
- 새누리당 “자살한 국정원 직원이 해킹프로그램 직접 구입” 2015년 7월 19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00832.html [본문으로]
- 새누리당 “국정원 직원 삭제 파일 100% 복구 가능”. 민중의소리 2015년 7월 19일. http://www.vop.co.kr/A00000912506.html [본문으로]
- 국정원 "자살한 직원, 4일간 잠 안자 공황상태서 삭제한듯" 뷰앤뉴스 2015년 7월 19일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122685 [본문으로]
- 뉴스타파 - 국정원 직원 '죽음 직전 삭제한 자료'는 무엇일까?(2015년 7월19일https://www.youtube.com/watch?v=FNH1_gadUG8&feature=player_embedded [본문으로]
- '해킹 프로그램 논란 관련 국정원 입장' 2015년 7월 17일. http://www.nis.go.kr/jsp/board/notice.do?method=view&content_number=201527&cmid=11510 [본문으로]
- 홍문종 "화나면 죽을때 거짓말 하는 사람 있다더라" 2015년 4월 14일. http://www.cbs.co.kr/radio/pgm/board.asp?pn=read&skey=&sval=&anum=74312&vnum=5219&bgrp=6&page=23&bcd=007C059C&mcd=BOARD1&pgm=1378 [본문으로]
- 세계 정보기관 중 독재국가에서 주로 구입한 사실은 왜 알려주지 않을까? [본문으로]
- ‘지구상 최고 사악한 기술’... 우리만 과잉 반응? 뉴스타파(2015.7.16) https://www.youtube.com/watch?v=Dw4GAZ2WXDI&feature=youtu.be [본문으로]
- 국정원 직원들, 직원 자살에 대한 '공동성명' 내놔…'민간사찰 의혹' 반박 조선일보. 2015년 7월 19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7/19/2015071901810.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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