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양심을 팔아야 산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생존기

 

 

국회법 개정안이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폐기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7월 6일 국회 본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돌아 온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안건'을 상정했습니다. 그러나 130명만이 표결에 참석, 의결 정족수 미달로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은 표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에 남아 있다가, 19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5월말이면 자동으로 폐기되게 됩니다. 만약 여,야가 합의해서 다시 재의결하면 통과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법안을 투표로 통과시키는 국회에서 아예 표결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굉장히 충격적입니다. 왜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이탈표를 막기 위해 표결을 원천봉쇄한 새누리당'

 

새누리당이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에 불참한 가장 큰 이유는 새누리당 내부에 있는 이탈표 때문입니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재적의원의 과반수가 표결에 참여해야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19대 국회의원은 총 298명입니다.[각주:1] 재적의원 과반수인 149명이 최소한의 재의 표결 가능 숫자입니다. 재적의원 과반수가 참석하고 출석 의원 3분 2 이상이 찬성하면 국회법 개정안은 통과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아예 표결 자체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새누리당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만약 14명 정도의 새누리당 이탈표가 발생했다면, 국회법 재의안이 표결까지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제 새누리당 소속 의원 중 표결에 참여한 사람은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두언 의원뿐입니다. 이외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압박을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무기명투표로 표결에 참여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새누리당은 아예 이탈표를 막기 위해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하고, 표결 자체를 원천봉쇄한 것입니다.

 

'야당 때문이야,야당 때문이야. 국회법 개정안 무산은 야당때문이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이 무산되자, 국회에서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이 오늘 본회의에서 투표 불성립으로 사실상 폐기된 데 대해 과정이야 어찌 됐든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각주:2]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내용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강제성이 없다고 해석했지만, 야당이 강제성이 있다고 계속 주장함으로써 갈등과 혼란이 지속돼 왔다'면서 이번 사태의 책임이 오히려 야당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말은 38일 전 본인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 96명이 찬성표를 던진 국회법 개정안을 뒤엎는 발언입니다.[각주:3] 만약 강제성이 있고 없고를 판단하려면 여야 대표가 모여 다시 논의하던지, 표결을 통해 새누리당의 입장을 보여주면 됐습니다.

 

자신들이 표결에 동참조차 하지 않고, 야당 때문이야를 외친 김무성 대표의 말이 큰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습니다.

 

'헌법의 가치를 확인? 법안은 아직 폐기되지 않았다'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나오자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국회의 결정은 헌법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는 논평을 냈습니다.

 

 

민경욱 대변인이 기자들에게만 보낸 '국회법 개정안 무산이 헌법의 가치를 확인했다'는 메시지는 지금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입니다.[각주:4]

 

현재 국회법 개정안은 정족수 미달로 인한 '투표 불성립'이지 '국회법 개정안'이라는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남아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다시 재의를 요청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이 찬성하면 또다시 표결할 수 있습니다.

 

국회법 개정안이 진짜 위헌이었다면 정당하게 표결을 통해 '부결' 여부를 결정하여 제대로 폐기하면 됩니다. 새누리당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갈 수 없으니 표결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헌법의 가치를 확인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자체가 헌법을 무시한 발언입니다.

 

 

국회의원에 당선돼[각주:5] 국회에 들어가 '국회의원' 선서를 합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입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의원 선서)

 

<양심>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 표결에 불참한 이유는 국가이익도, 국회의원 직무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청와대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 따르기 위해서였습니다.

 

'양심을 팔아서라도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인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인지 헌법재판소에 묻고 싶을 지경입니다.

 

 

  1. 대한민국 국회, 국회의원 현황 http://www.assembly.go.kr/assm/memact/congressman/memCond/memCond.do [본문으로]
  2. 국회기자회견,'국회법 개정안 관련 새누리당 입장 발표 브리핑'http://w3.assembly.go.kr/multimedia/jsp/press/pressPop.do?cmd=pressPop&p_idx=36227 [본문으로]
  3. 진선미 의원의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 찬성토론 2015년 7월 6일 [본문으로]
  4. 靑 “헌법가치 재확인” 연합뉴스tv 2015년 7월 6일. http://www.yonhapnewstv.co.kr/MYH20150706014900038/ [본문으로]
  5. 비례의원직을 승계하는 경우도 포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