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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완종 리스트 인물탐구] 허태열은 노무현을 어떻게 이겼나

 

 

이 글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 속에 나왔던 인물들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기 위해 2012년 작성된 포스팅을 다시 읽기 위한 글입니다. 그들의 과거를 통해 성완종 메모에 왜 그들이 나왔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서울시 선거관리위는 공천 대가로 현금 5억원을 건넨 혐의로 건설회사 대표와 새누리당 허태열 의원 동생 허모씨를 검찰에 고발했고, 허태열 의원을 수사의뢰 했습니다.

 

건설회사 대표 노씨는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기 위해 2011년 8월, 5만권으로 5억원이 든 현금박스를 허태열 의원 동생에게 전달했습니다. 공천 대가로 5억원을 준 노씨는 공천받기가 어려워지자, 자신의 형을 시켜 허태열 의원 사무실로 보내 5억원을 돌려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대해 허태열 의원 동생은 공천을 받지 못하면 현금 5억원에 1억원을 더해 돌려주겠다고 각서를 써주었습니다.

 

이런 사실에 대해 허태열 의원은 이 동생은 자신과 의절한 상황이라며 자신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5억원을 건넨 노씨를 동생과 만난 적은 있지만, 5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허태열 의원의 이런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것은 정치인의 말은 항상 '나와 상관없다','그런 이야길 한 적이 없다' 등으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허태열 의원의 '공천헌금 5억' 수수혐의를 그냥 일개 국회의원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굉장히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그냥 단순한 새누리당 의원이 아닌 그의 실체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녀가 가시는 길에 도움이 된다면' 친박핵심 허태열

 

허태열 의원은 친박계 중심 중의 중심인물입니다. 그가 어느 정도 박근혜를 위해 몸을 바치는 사람인가는 이번 총선 불출마 이유에서 알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표께서 가시는 일에 도움이 된다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허태열 의원이 정치인이 목숨 걸고 내놓지 않는 금배지를 포기한 이유가 , 친박계의 공천혜택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박근혜의 행보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였습니다.

 

▲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허태열 의원 ⓒ 중앙일보

 

'빨갱이와 섹스 프리를 외쳤던 허태열'

 

허태열 의원이 어떤 사람이고 그가 가진 가치관이 무엇인지, 그의 발언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광복절에 일본에서 골프치기

 

허태열 의원은 8월14일 광복절 전날 일본 오사카로 가서 골프를 쳤습니다. 그런데 그가 변명이라고 내놓은 말이 걸작이었습니다.

 

'골프를 목적으로 간 것이 아니고 세계문화유산을 보는 겸해서 간 것이다. 김태환 의원과 친한 일본인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세계유산이 있으니 꼭 한 번 보고 가시라고 해서'

 

광복절날 그것도 일본인이 권유해서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을 보러 간 것뿐이라는 그의 변명을 통해, 광복절이 우리 민족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생각조차 없었던 역사관을 가진 인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돈 벌기 위해서는 기생관광도 괜찮다?

 

2010년 정희수 한나라당 의원이 주최한 경제정책포럼 조찬 세미나에서 허태열 의원은 관광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이런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섹스프리'하고 '카지노 프리'한 금기 없는 특수지역을 만들어야 한다. 또 의료까지 곁들여, 그 안에서 뭐든지 할 수 있는 획기적인 관광지 조성이 꼭 필요하다'

 

허태열 의원 생각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도박도, 섹스도 모든 허용할 수 있는 지역을 대한민국 땅에 만들면 된다는 가치관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었습니다.

 

 빨갱이 꼭두각시 노릇 하는 게 민주당

 

2009년 허태열 의원은 부산 국정보고대회에서 민주당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좌파는 80%의 섭섭한 사람을 이용해 끊임없이 세력을 만들고, 이명박 대통령을 흔들고 있으며 거기에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게 민주당이다. 좌파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똑똑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빨갱이일 뿐이다.이들이 지난 10년간 6·25 전쟁 때처럼 완장을 차고, 정부의 녹을 받아먹으며 큰소리쳤던 것 아니냐. 지난 10년간 깔아 놓은 좌파들의 인프라를 걷어내려면 한나라당이 20년 간은 집권해야 한다'

 

그에게 한나라당을 비판하면 빨갱이고, 좌파라고 불리는 야당도 빨갱이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빨갱이 정부였습니다. 이들을 몰아내려면 한나라당이 장기집권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이 바로 허태열 의원이었습니다.

 

'노무현을 이겼던 허태열의 승리 비법'

 

16대 총선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종로를 포기하고 부산 북 강서을에 출마합니다. 이 당시 많은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그는 정책선거만을 앞세워 출마했습니다.

 

이 당시 허태열 후보가 어떤 연설을 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민주당은 전라도정권,전라도 사람이 키우고 사랑하고,반대로 우리 한나라당은 부산시민이 키웠고 부산시민이 사랑했습니다. 지금 살림살이 나아지신 분 계십니까? 손 한번 들어보세요. 저기 몇 분 계시네요. 혹시 전라도에서 오신거 아닙니까? 중앙정부 요직에 부산사람을 찾아 볼 수 없어서 몇몇 사람이 눈에 띄면 천연기념물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자녀들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사업수완이 있어도 이제는 다 틀렸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아들 딸들이 비굴하게 남의 눈치나 살피며 종살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자신할 수 있습니까?'

 

▲ 허태열 후보의 지역감정 자극 선거를 보도한 뉴스 ⓒ MBC

 

 

이당시 뉴스에서조차 허태열 후보의 지역감정을 보도하면서, 아직도 이런 지역감정으로 당선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느냐는 비판을 했습니다.

 

그런데......

 

허태열 후보는 노무현 후보를 1만3천표 차로 이겼습니다. 그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에 있던 선거운동원이 말한 선거 실패의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 의원은 너무 선거에 정석으로 임했다. 돌이켜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정책선거로 끌고 갈 필요가 있었느냐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역감정이라는 숨은 덫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맞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책선거로만 나가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지역감정을 내세운 선거전략은 승리의 요소였고,허태열은 지역감정이 아무리 대한민국에 나쁜 일이어도,자신의 금배지를 위해 아낌없이 '지역감정'이라는 무기를 내세웠던 것입니다.

 

▲ 청중도 없는 텅 빈 주차장에서 노무현 후보가 홀로 선거 연설을 하는 장면 ⓒ 유튜브 동영상 캡처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를 통해 무엇을 바꾸고 싶었습니까? 바로 이런 지역감정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바보라고 하면서 그를 왜 아직도 사람들이 좋아하고 그리워하고 있겠습니까? 그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 할 악습과 암 덩어리를 몰아내려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한 명도 없는 텅 빈 주차장에서 한 사람의 청중도 없이 지역감정을 없애기 위해 목이 터져라 외쳤습니다. 어떤 이는 그를 향해 전라도 정권을 운운하며 희희낙락 승리를 점치며 '노무현은 끝났다'라고 외쳤습니다.

 

그 시간이 지나고 어떤 이는 현금 5억원을 받은 동생과 의절한 상태라는 황당한 변명과 자기가 당선된 비겁한 방법으로 새누리당 선거를 책임진 사람이 되었고, 어떤 이는 곁에 없지만, 늘 국민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