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2015.01.30 07:42

 

 

육군 여단장이 부하 여군 하사를 성폭행한 사건을 놓고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나이가 40대 중반인 여단장이 외박을 나가지 못해 성폭행이 발생했다'는 식의 황당한 발언을 했습니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1월 29일 '국회 군 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혁신특별위원회'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들리는 얘기론 (해당 여단장이) 지난해에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 가족도 거의 면회를 안 들어왔다. 이로 인해 가정관리도 안 되고, 개별적인 섹스 문제도 관리가 안 되고 있다'면서 '이게 바로 큰 원인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기무사령관 출신의 송영근 의원이 여단장의 부하 여군 성폭행 사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보면, 지금 대한민국 군대 내 여군에게 벌어지는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40대 중반이라 문제? 그럼 20대 혈기왕성한 사병들은?'

 

송영근 의원은 여단장의 부하 여군 성폭행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을 '외박도 못 나가면서 일하기 때문에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군의 지휘관 섹스 문제 관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40대인데, 외박도 안 나가고 군대에 있어 성적인 문제가 무조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송영근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20대 혈기왕성한 사병들은 더 큰 일입니다.

 

 

21개월을 복무하는 육군 사병들은 총28일의 정규 휴가를 나갑니다. 휴가 시기를 보면 6개월차에 10일, 12개월차에 9일, 18개월차에 9일을 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1박2일의 외박을 포함하더라도 육군 사병들은 2~3개월에 한 번씩 밖에 못 나갑니다.[각주:1] 40대 여단장도 외박을 나가지 못해 문제라고 했는데, 20대 사병들은 2~3개월에 한 번 나가니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 여군 성폭력의 대부분은 사병이 아닌, 중사 이상의 계급을 가진 상급자에 의해 발생하고 있습니다.

 

 

육군 여성 부사관 100명이 답한 성폭력 가해자의 계급을 보면 영관급이 42.5%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장성급도 27.7%나 됩니다.[각주:2]

 

군대 내 여군 성폭력이 대부분 장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사병에 비해 출퇴근이 가능한 사람들입니다.

 

여단장만 외박을 안 나갔지, 다른 성폭력 가해자들은 영외 출입이 가능한데도 강간이나 성추행 등의 범죄를 저질렀으며, 영외 밖의 모텔이나 차량 등에서도 성폭력이 발생했었습니다.

 

'지휘관의 섹스 관리보다 계급이 깡패'

 

간부들이 여군을 성폭행하니 부대 지휘관의 섹스문제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의 말이 맞는 듯합니다. 그러나 간부들의 여군 성폭력은 외박을 나가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군 지휘관들이 여군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은 여군들이 자신들의 부하이기에 손쉽게 성폭력을 할 수 있고, 성범죄를 저질러도 크게 처벌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0년 이후 여군 중 성폭력을 당한 계급을 보면 하사가 109건으로 제일 많습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성폭력을 당한 이유는 계급이 제일 낮고, '장기복무'를 위협으로 상관들이 성폭력을 가하기 때문입니다.[각주:3]

 

여 부사관이 장기복무를 하기 위해서는 군 지휘관, 특히 부대장이나 직속상관의 추천서나 인사고과표가 중요합니다. 상관들은 이것을 악용해 여 부사관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후,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장기복무에 지장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합니다.[각주:4]

 

또한, 성폭력에 연루된 여군들은 '사생활방종'(품위유지의무 위반)[각주:5]등에 연루돼 장기복무 심사에 불이익을 받기도 합니다.

 

여군 성폭력 피해자의 계급을 보면 대위가 20건이나 됩니다. 이유는 '진급'때문에 영관급 장교나 부대장들이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을 해도 참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군 지휘관이나 상관들이 성폭력의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여군 피해 범죄는 132건입니다.[각주:6]

 

이 중 83건이 강간, 성추행 등의 성범죄는 83건인데, 재판이 끝난 60건 중에서 실형은 단 3건에 불과합니다.

 

영관급 이상 가해자 8명 중에 1명을(벌금형) 제외한 나머지 7명은 아예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강간'이나 '성추행'의 범죄를 저질렀지만, 처벌을 받지 않으니 여군은 '내가 신고해봤자, 오히려 내가 손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아예 신고를 못하고 있습니다.

 

군대 말로 '계급이 깡패'라는 말이 있듯이, 군대 내 성폭력은 지휘관의 섹스 문제가 아니라, 여군을 얼마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군대의 불합리성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 아가씨!, 여성 대통령인데 왜 성범죄는 더 늘어납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 대통령'을 강조했습니다. 아무래도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여성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반영해줄꺼라 생각하고, 많은 여성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습니다.

 

 

한국 최초로 여성이 대통령이 됐지만, 여군 상대 성 군기 피해는 오히려 더 늘어났습니다. 2010년 여군 성 군기 피해는 13건이었지만, 2013년 59건으로 2010년 대비 4.5배나 증가했습니다.

 

여성이 대통령이 됐으니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교와 상관들의 성범죄나 성폭력은 더 많아졌습니다.

 

여성 대통령이었지만, 군대 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계속됐고,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여성'이 오히려 방관자가 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여단장의 여군 성폭행 사건을 말하면서 '하사 아가씨가 옆에 아가씨랑'이라는 '아가씨'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송영근 의원 주장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도 '대통령 아가씨'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군 장성 출신 국회의원이 여군을 '아가씨'라고 표현하는 자체가 이미 대한민국 여군을 남성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여군 숙소가 일본군 위안부 숙소도 아니고, 부대 여단장이나 참모가 돌아가면서 여군들을 성폭행합니까? 외박도 안 나가고 부대 내에서 열심히 일했으니 여군쯤은 노리개로 여겨도 된다는 뜻입니까?

 

여성대통령인 나라에서 이런 군대라면 아예 '여군' 제도를 없애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이 정도면 '여군 해체'를 여성대통령이 주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1. 부대별로 휴가 시기와 외박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는 국방부나 육군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본문으로]
  2. 출처:군인권센터 [본문으로]
  3. 출처:권은희 의원실 [본문으로]
  4. 손인춘 의원 '여군 성범죄 피해자 90% 장기복무 전환 앞둬' [본문으로]
  5.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성관계를 했어도, 군에서는 이를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사생활이 문란해서 벌어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본문으로]
  6. 국회법제사법위원회 홍일표 의원 '군내 여군 피해 범죄 사건 및 처벌현황'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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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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