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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공약 박근혜, 또 책임회피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벌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 조성을 위해 관련대책과 법률를 시행하고 9조 원 수준의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개탄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낸 공약집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약속한 공약을 지키려고 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한탄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만들도록 그녀가 진짜 노력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어린이집 학대는 CCTV가 있는 곳에서 이뤄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1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어린이집 CCTV 설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CCTV가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대안은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린이집 학대가 일어났던 모습을 어디에서 봤습니까? 바로 CCTV를 통해서 봤습니다. 어린이집에 CCTV가 있었음에도 아동 학대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CCTV 설치가 100% 예방책이 되기 어렵다는 증거입니다.

 

CCTV를 설치하면 아동 학대가 줄어들거나 교사들이 CCTV 때문에 아동학대를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너무 단순한 생각입니다.

 

일부 보육교사들은 CCTV가 설치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했습니다. 이것은 CCTV의 설치와는 상관없는 보육교사 자질에 관한 문제이거나 증거 확보의 문제이지, 예방책은 결코 아닙니다.

 

ⓒ 1월 17일 중앙일보

 

일부 언론과 SNS에서는 국회에서 '어린이집 CCTV 설치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며,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CCTV가 설치된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CCTV가 설치돼 스마트폰으로 아이들끼리 싸우는 장면을 부모가 봅니다. 부모는 어린이집에 전화합니다. '왜 A가 우리 아이를 때렸느냐, 이 아이 문제가 있는 아이 아니냐?'라는 항의를 합니다.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면 약간 성격이 거친 아이는 결국 어린이집에서 나가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CCTV가 설치되면 보육교사들은 24시간 사생활이 없어집니다. 조금이라도 쉬면 부모들은 '왜 교사가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농땡이를 피우느냐'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CCTV설치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CCTV를 설치하면 무조건 어린이집 학대가 사라질 것처럼 말하는 그 단순함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보육교사 급여를 국공립어린이집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해놓고'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동안 열심히 아이들을 돌봤던 보육교사들은 '미친X'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일부 교사들 때문에 전국의 모든 보육교사가 죄인이 됐습니다.

 

 

보육교사들의 일일 업무량은 한순간도 쉴 수 없을 만큼 고된 노동의 연속입니다. 아이들 등원이 있는 8시 전에 출근해서 어린이집을 청소하고, 아이들을 맞이합니다. 수업 시간 내내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수업을 진행합니다.

 

아이들 식사와 간식을 챙겨야 하고,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아이와 더러워진 아이들의 옷을 갈아입히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낮잠 자는 시간에도 어린이집 수첩을 작성하고, 5시가 넘어서 집에 가는 아이들을 돌봅니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간다고 해도 일은 끝나지 않습니다. 청소를 하고, 일지를 정리하고, 수업교재를 밤늦게까지 만듭니다. 어린이집 행사가 있으면 주말에도 나와야 합니다.

 

 

하루 평균 9시간 26분 일하지만, 월평균 급여는 155만 원에 불과합니다. 하루 일당 6만 원 정도입니다. 급여는 쥐꼬리만 한 상황에서 업무량은 많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높은 현실에서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리 아이들을 좋아하고, 사명감으로 일을 한다고해도 최소한 이들에 대한 처우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집에 '보육교사 급여 수준을 국공립 수준으로 올린다'고 약속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보육교사 급여 수준을 국공립 수준으로 올린다고 했지만, 국공립수준도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일 근무 평균 시간은 9시간 39분에 월평균 급여도 188만원에 불과합니다.

 

돈은 적고, 일은 많고, 각종 혜택이 적은 상황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기는 어렵습니다. 보육교사의 처우부터 개선하면서 실질적인 어린이집 학대 예방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은 단순히 교사를 위한 것이 아니다. 보육교사가 돌보는 아이들의 정원을 줄이고, 교사의 잡무를 줄이는 자체가 아이들을 위한 일이다. 교사가 항상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어야 우리 아이들도 안전해진다.

 

'국가완전책임제를 말하고, 또 책임 회피'

 

보육교사의 처우가 낮아서 어린이집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는 학계와 전문가 의견이 계속 제기됐습니다. 그런 이유로 선거 때마다 보육교사 처우 개선이 공약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 6.4지방선거 당시, 새정치연합 김진표 경기지사 후보는 보육교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육교사 공무원화'를 내놓았습니다. 이에맞서 남경필 새누리당 후보는 '보육교사 처우개선 수당 인상'을 약속했습니다.

 

남경필 후보는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10만 원 인상을 약속하고 자신의 임기 내에 50만 원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으나 현재 월 3만 원만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지사는 재정상황 때문에 수당을 2016년부터 지급하겠다고 공약을 수정했습니다. 재정상황조차 고려하지 않고 그냥 공약을 던진 셈입니다.

 

 

아동학대를 했던 보육교사의 모습을 보면 치가 떨릴 정도로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그 교사만 처벌하면 아동학대가 사라질까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영유야 교육,보육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면서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 책임제 실현'을 약속했습니다.

 

일부 교사의 어린이집 학대도 문제이지만, 가면 갈수록 힘든 보육교사 업무량과 낮은 처우는 언제라도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지뢰입니다.

 

그런데 그저 CCTV를 설치하고 아동 학대가 터지면 폐원하는 '원스트라이크 제도'가 무슨 해결책인 양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 단순한 정책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생각에 불과합니다.

 

보육교사의 처우개선과 함께 반드시 이뤄져야 할 정책이 단기간의 학원 교육 등으로 무분별하게 배출되는 보육교사 자격증 제도이다. 어린이집 교사는 필요하고, 교사는 없으니 보육교사 자격증이 남발되고, 보육교사의 인성 검증이나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사건이 터지기 전에 모든 일을 예상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미입니다. '국가완전책임제'를 약속하고 이제 와서 '개탄스럽다'는 말을 하는 자체가 책임회피에 가깝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만 하고, 자신은 최선을 다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말을 하는 자체가 너무 무책임합니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자신의 공약은 매번 까먹고, 책임또한 지지 않는 대통령을 계속 봐야 할까요? 대통령되면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했던 그녀의 웃음이 자꾸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