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김무성 수첩을 둘러싼 음종환-이준석 '진실게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을 놓고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과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간의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정윤회 문건 파동 배후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라고 음종환 행정관에게 들었다고 했지만, 음 행정관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배후로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확대되면서 음종환 청와대 행정관은 사표를 냈지만, 이준석 전 비대위원과 음 행정관 사이에 주고받았던 얘기를 보면 쉽게 가라앉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음종환 행정관이 여러차례 김무성, 유승민 의원을 '정윤회 문건 파동'의 배후라고 지목했으며, 음 행정관은 조응천 비서관이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대표에게 줄을 대기 위한 배후라고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음종환 행정관은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게 '대통령은 안중에 없고 정치적 욕심이 있는 조응천의 말만 믿고 방송에서 비판하고 있다'며 훈계했고, 이준석이 자신에게 방송출연까지 부탁했다고 주장했습니다.[각주:1] 그러나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여자 문제를 거론하면서 '방송 출연을 못하게 하겠다'고 음종환 행정관이 자신을 협박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신용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은 “음종환이 이준석에게 ‘잘 좀 해라. 너마저 그러면 되느냐. 조응천이 자기 정치하려고 김무성 대표 찾아가려고 했고 유승민 의원을 만난 걸 안다. 조응천은 자기 정치하려고 문건 갖고 물 흐려놓은 사람이다’는 발언을 한 것 같다. 이준석은 상당히 기분 나빠했던 것 같다. 둘끼리 주로 얘기해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나는 ‘배후’ 운운하는 얘긴 못 들었다.”고 말했습니다.[각주:2]

 

함께 있던 손수조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은 “내가 있을 때는 전혀 배후 얘기가 안 나왔다. 둘이 얘기하는 상황이었다. 음종환이 A라고 한 얘기를 이준석이 B라고 들은 것 같다.”며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잘못 들었다고 밝혔습니다.[각주:3]

 

음종환 행정관이 이준석 비대위원에게 어떤 훈계조의 얘기를 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배후로 지목한 사람이 과연 김무성과 유승민 의원인가 하는 부분인데,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음종환 행정관과 이준석 비대위원의 배경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은 권영세,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입니다. 2012년 대선 공보기획팀장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음정환은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알려진 '십상시' 중의 하나로 정보 기획통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의 입으로 불리던 사람으로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으로 일했으며, 호남 출마를 위해 청와대는 떠났지만, 비박 인사들의 박근혜 비판에 맞서, 대통령을 옹호하는 전형적인 친박 인물입니다.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이 어떤 문장으로 발언했는지, 사실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지만,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게 친박과 청와대 입장을 옹호하는 행태로 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2004년 유승민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가 SNS에서 친한나라당 성향을 보인 젊은 청년 사업가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1년 이준석은 전격적으로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임명됐고, 현재는 각종 종편에 방송 패널로 활발하게 출연하고 있습니다.

 

원조 친박이었던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진 후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가 계속 높아지더니 청와대 보좌진을 가리켜 '얼라'(경상도 사투리 어린아이)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의 핵심은 친박이 아닌 비박으로 봐야 합니다. 특히 이준석이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 결혼식에서 김무성 대표에게 음종환 전 행정관과 있었던 얘기를 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친박과 비박의 싸움을 부추겼다고 봐야 합니다.

 

결국, 이번 싸움은 친박과 비박, 그리고 청와대 간의 권력 암투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 김무성 수첩이 고의적으로 언론에 노출됐다는 주장입니다. 국회본회의장에서 김무성 대표는 남북대화록 유출에 대한 김재원 의원 문자 메시지로 곤혹을 치른 바 있습니다.[각주:4]

 

국회본회의장 제일 뒤편에 있어 항상 사진 기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김무성 대표가 수첩을 펼치고 있는 모습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수첩이 언론에 나오자마자 수첩 사진이 언론에 나가고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모습 또한, 연출이냐는 의심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각주:5]

 

기자들이 수첩에 대해 질문을 하자 대수롭지 않게 답했던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 애들 가만히 안 놔두겠다'고[각주:6] 했던 모습을 보면 단순하게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번 사건은 누가 배후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는 점입니다. 지금 박근혜 정권은 세개의 세력이 존재합니다.

 

'친박'과 '비박', 그리고 십상시로 불리는 '청와대 권력'.

 

친박과 비박은 현재 대권과 당권을 놓고 치열한 권력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청와대 십상시들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청와대가 권력을 유지하는 생존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대권 주자로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향한 친박들의 공격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은 대권을 갖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는 유지하되, 대권 후보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친박의 방해는 물리치겠다는 것입니다.

 

음종환과 이준석, 이 두 사람의 행태도 보면 청와대,친박,비박 세력 간의 말싸움에 불과합니다.[각주:7] 아니 일부러 말싸움을 통해 상대편을 자극하고 이번 기회에 제거하겠다는 암투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은 아무리 이들이 이렇게 싸워도 2017년 대권후보가 정해지면 온 힘을 모아 정권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는 점입니다.

 

지금 상황은 대권후보가 되기 위한 정치적 암투에 불과하며, 이 시기가 끝나면 대권후보로 선출된 인물을 향해 새누리당과 보수우익, 청와대가 함께 손을 잡을 것입니다.

 

아마 앞으로 누가 대권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음종환-이준석의 진실게임도 승자가 나올 것입니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술자리에서 나눴던 얘기가 아니라, 2017년 새누리당의 대선후보가 누가 되느냐입니다.

 

  1. 음종환 "나는 이준석처럼 언론플레이 하기 싫다" 오마이뉴스 2015년 1월 15일. http://goo.gl/IEPHvy [본문으로]
  2. 중앙일보 2015년 1월 15일 http://goo.gl/xSUAxM [본문으로]
  3. 손수조는 자신의 이름이 언론에 거론되자, 문재인 의원에게 2016년 총선서 리턴매치하자는 트위터를 올렸다. 정치적으로 이미 기성 정치인보다 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본문으로]
  4. 새누리 “어제 대표님 발언 유출자는 김재원” 카메라에 딱 걸려 한겨레 2013년 6월 28일 http://goo.gl/AjuoBS [본문으로]
  5. 다른 한 편에서는 그래서 고의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본문으로]
  6. 김무성 대표 “청와대 애들 가만히 안 놔두겠다” 격분. 한겨레 2015년 1월 14일. http://goo.gl/JzmU0m [본문으로]
  7. 음종환, 이준석 마주치자 욕설·고성 5분여 만에…프레시안 2015년 1월 14일. http://goo.gl/B5OHpb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