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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홍대 삐라'로 살펴본 박근혜 '종북 테스트'

 

 

지난 12월 26일 오후 8시경 홍대입구역 인근에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한 전단 1만 여장이 뿌려졌습니다. 전단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의 2002년 방북기 내용을 중심으로 '진짜 종북은 누구인가?'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종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서울시 마포경찰서는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이라는 명의로 뿌려진 전단 사건을 강력1팀에 배당했고, CCTV 등을 통해 배포한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보통 전단 배포와 같은 경범죄 처벌은 단순 약식 기소 후 벌금형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마포경찰서는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하고 있으며, 대공 용의점이 있으면 보안과로 사건이 이첩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각주:1]

 

도대체 전단 내용이 무엇이길래, 강력계에 이어 보안과까지 나설 수 있다고 하는지 알아봤습니다.

 

' 전단 내용, 박근혜 방북기-인터뷰와 일치'

 

홍대입구역 인근에 뿌려진 전단에는 <김정일 위원장은 우리 정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박근혜 대통령이 2002년 북한을 방문하고 난 뒤 올린 방북기에 나왔던 내용입니다.[각주:2]

 

 

전단에 나온 '북한이 우리보다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할 듯 보였다'는 문장도 당시 방북기에 나왔던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687명 가운데 약 20%인 138명이 여성이라고 했다. 우리보다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듯 보였다.>는 발언에서 발췌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반도'라는 표현이 있는 문장도 박근혜 대통령이 본인이 직접 북한에서 했던 발언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옥류관에서 북한의 각계 여성 대표 10여명과 오찬을 같이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여성의 인사에 대해 <제가 조선반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각주:3]

 

전단에는 '조선반도 한반도' 발언에서 한반도라는 단어가 빠진 문장이 적혀 있었습니다.

 

'북한 인권'과 관련한 전단 내용은 신동아 인터뷰 내용 중 <박 대표에게 북한의 인권문제 등 남북한 간에 갈등의 소지가 될 만한 이슈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박 대표는 “대화를 하려고 마주앉아서 인권이 어떻고 하면 거기서 다 끝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각주:4]는 문장을 요약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단 내용을 놓고 본다면 사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의 방북기와 관련 인터뷰를 모아 놓은 전단으로 봐야 할 듯싶습니다.

 

'박근혜는 왜 북한을 방문했는가?'

 

우리가 박근혜 대통령의 방북기를 모아 놓은 전단을 논하기 전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방북 배경과 그 이후의 모습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2년 2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근혜 의원은 북한을 다녀온 지 3일 만에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합니다. 4월 26일 발기인 대회를 하고 불과 20여일 만에 창당을 한 셈입니다.

 

발기인대회 이후 북한을 방문한 시기를 빼고 나면 거의 초스피드로 '미래연합'을 창당했습니다. 당시 '한국미래연합' 창당은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와 이회창 총재가 서로 당권과 대권 경쟁을 놓고 싸우는 과정에서 박근혜 의원이 탈당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한국미래연합'은 창당 과정에서 지지층도 명확하지 않았고, 발기인 인사 중에 정치 거물도 없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의 방북으로 모든 언론이 그녀를 주목하면서 '뉴스메이커'가 됐습니다. 

 

 

 판문점을 통해 귀환한 박근혜 의원은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입국했습니다. 그녀가 김정일 위원장과 답방이나'금강산댐 조사'나 '국군포로 생사 확인','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설치' 등을 약속받고 오자,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습니다.

 

정부 공식 특사는 아니지만, 박근혜라는 인물에 대한 파워가 굉장하다는 인식을 정치권에서 하게 됐고, 방북 3일 후 열린 '한국미래연합' 창당은 장밋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박근혜는 왜 종북몰이에 나섰는가?'

 

한나라당을 위협하는 거대 정당을 꿈꾸며 시작한 '한국미래연합'은 뜻밖에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합니다. 광역단체장 후보는 한 명도 없었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후보 10명이 나섰지만, 모두 낙선했습니다. 한국미래연합은 겨우 대구와 경남 비례대표 2석뿐이었습니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박근혜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다시 합당합니다. 이과정에서 보수우익은 박근혜 의원을 향해 '김정일을 만난 뒤로 사람이 달라졌다'는 비판을 하기 시작합니다.

 

보수우익은 김정일 위원장을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할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은 <지금 북한의 지도자인 이상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박근혜 의원을 향한 보수우익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지지율이 흔들리자, 그녀는 점점 돌변하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에는 동북아 물류기지 건설프로젝트를 김정일 위원장에게 제시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후보로 선거에 나섰을 때는 철저히 남북정상회담의 NLL 문제를 왜곡시켜 안보 논리로 밀고 나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전에 보여줬던 북한과의 신뢰구축보다는 견고한 안보를 내세우며 '안보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까지 심어줬습니다.

 

결국, 그녀가 걸어온 길을 본다면 정치적 입지와 선거 때마다 북한을 철저히 이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종북은 커다란 낙인 정도가 아닌 사형선고와 같은 의미입니다. 그래서 종북이라는 호칭을 함부로 사용해서도 안 되거니와 도대체 종북이 무엇인지, 그 개념부터 확실히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에 갔다 왔다고 북한의 추종자는 아닙니다. 우리가 아프리카의 자연을 보고 왔다고 해서 아프리카 독재자까지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종북'이라는 말이나 '진짜 누가 종북이냐?'는 말은 한국 사회가 종북이라는 단어를 대통령부터 함부로 사용하고, 북한을 오로지 자신의 권력 유지과 선거에 이용하기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누가 말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종북이라면 먼저 검찰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방북 발언을 수사해야 할 것입니다.

 

 

  1. [단독]홍대 앞 ‘박근혜 대통령 비난 전단’ 살포 사건…마포서 ‘강력계’에 배당된 이유는 경향신문 2014년 12월 27일 http://goo.gl/M0fqei [본문으로]
  2. 당시 박근혜 의원이 연합뉴스 기자에게 방북 내용을 구술해서 보도했고, 내용은 박근혜 의원 홈페이지에 게시됐었다. [본문으로]
  3. 박근혜 평양방문 영상. 관련발언은 4분부터 http://goo.gl/iTAeZb [본문으로]
  4. 박근혜 인터뷰. 신동아 2002년 7월 1일 174~188쪽 http://goo.gl/NYfYO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