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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면회만 1,778회 최태원 '옥중 출간' 어떻게 가능했지?


최태원 SK회장이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재벌그룹 회장이 책을 낸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최태원 회장의 출간은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최 회장의 책 출간이 옥중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횡령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600일 넘게 복역 중인 상황에서 책을 냈습니다. 또한, 재벌 회장들이 자서전 형태의 책을 내는 데 반해, 최 회장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조금은 생뚱맞은 책을 출간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재벌 총수들의 수감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최태원 회장의 옥중 출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해봤습니다.

' 하루 평균 면회 3.44회, 도대체 언제 책을 썼는가?'

아이엠피터는 최태원 회장의 옥중 출간을 바라보면서 조금 신기하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 회장의 옥중 출간이 신기한 이유는 글쓰기 때문이 아닌 어떻게 시간이 남았기에 글을 썼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최태원 회장은 2013년 2월 4일부터 2014년 7월 4일까지 무려 총 1,778회의 면회를 했습니다. 하루평균 3.44회 면회를 한 것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횟수가 제한 없는 변호인 면회[각주:1] 1,607회나 했습니다. SK그룹과 변호인단이 교도소 근처에 방을 얻어 상주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면회 횟수입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접촉 차단 시설이 없는 '장소변경접견'이라 불리는 '특별면회'도 171회나 했습니다. 일반인들은 신청하기도 어려운 특별면회를 최태원 회장은 수시로 한 것입니다.  


최태원 회장이 책을 집필한 시기는 대략 2013년 1월 구속수감한 이후부터 지난 7월까지일 것입니다. 8월 이후부터는 출판사에서 원고를 받아 교정이나 인쇄작업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에 면회를 3회 이상씩 했다면 최태원 회장은 교도소 일과 대부분을 면회로 보냈다고 봐야 합니다. 보통 8시부터 취침을 준비하는 교도소 특성상 저녁 먹고 취침 시간 전까지의 짧은 시간이 최태원 회장의 집필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하루에 1시간 정도 글을 써서 책을 낼 수도 있겠지만, 하루 대부분을 면회로 보내면서도 옥중에서 책을 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과도한 언론의 최태원 회장 딸 입대소식'

요새 최태원 회장의 딸 최민정 씨의 해군 장교 입대가 화제입니다. 최태원 회장의 딸 최민정 씨는 지난 4월 117기 해군사관후보생 모집에 지원 9월 15일 해군 장교로 입대했습니다. 


병역 면제가 일상화된 재벌가 자녀가 그것도 여자가 자원입대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화제가 될만합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언론이 최태원 회장의 딸 최민정 씨의 입소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재벌가 자녀의 해군 장교 입대는 환영할만한 소식이지만, 언론의 보도가 너무 과도합니다.


최태원 회장의 딸 최민정 씨가 훈련소에서 권총 사격을 하는 장면이 공개됐습니다. 그러자 이와 관련한 뉴스가 봇물처럼 쏟아졌습니다. 연예인이 입대해서 훈련하는 장면이 보도되는 모습과 맞먹는 보도 횟수입니다.

최민정 씨의 군대 관련 보도가 과연 사회적 관심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입대 소식만으로 그녀에 대한 관심 보도는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굳이 훈련하는 사진 몇 장만으로 수십 개의 언론이 앞다퉈 보도하는 모습은 오히려 최태원 SK회장의 사면과 연관된 여론을 형성하려는 속내처럼 보입니다.

'재벌 회장의 사면, 여론만 남았다?'

재벌총수에 대한 가석방 논의가 있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국민들의 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기회를 드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긍정적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발언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는 더욱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대선에서 공약한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재벌총수의 사면과 가석방이 논의되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살리기 등의 이유를 들어 기업인 사면을 하기에는 아직도 여론은 그리 좋지가 않습니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사법 현안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재벌 총수의 가석방이나 사면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69.2%로 나타났습니다.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찬성한다'는 의견은 23.0%에 불과하다는 점을 볼 때, 아직도 국민적 여론은 부정적입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부정적 여론보다 오히려 긍정적 여론이 있다'는 발언과는 전혀 다른 결과입니다.

재벌 총수의 사면과 가석방에 부정적 여론이 강한 반면, 언론의 모습은 굉장히 우호적입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의 딸이 해군에 자원입대하고, 최 회장 본인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책을 출간하는 모습을 보면 구속된 재벌 총수에 대한 이미지 쇄신 작업으로는 아주 성공적입니다.
 


아이엠피터가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기업 관련 옥중 출간'이나 '최민정 씨의 해군 자원입대'와 같은 소식을 비판적으로 받아 들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한국 재벌들의 비뚤어진 경영 장악 때문입니다.

SK그룹의 경우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고작 0.69%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최태원 회장이 수감됐다고 경영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상식적으로 지분 1% 미만의 경영자가 기업에 큰 손해를 끼쳤다면 당연히 다른 전문 경영인을 임명해 기업을 살리면 됩니다. 그런데도 한국은 끝까지 재벌 총수만이 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주장하고 있습니다.

▲ 최태원 회장의 사촌 최철원은 야구방망이로 운수노동자를 폭행했고, 맷값이라며 돈을 줬다. 최철원은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당시 박철 검사는 SK그룹에 스카웃됐다.


기업인이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재판을 받고 다른 수형자처럼 교도소 생활을 하면 됩니다. 온갖 특혜란 특혜는 다 받으면서 경제살리기 때문에 사면받아야 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논리입니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 최신원 SKC대표는 주식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오너의 경영권 지키기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수감 중에도 천 번이 넘는 면회를 하면서 오로지 경영권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과연 재벌 총수들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듭니다.

부를 보유한 집단으로서는 인정해도, 존경받지 못하는 재벌, 이것이 한국 재벌 소식을 전하는 언론을 믿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1. 일반인의 면회는 1일 1회로 제한된다. [본문으로]